최근 가장 흥미롭게 접한 책은 리처드 와이즈먼의 『행운의 법칙(The Luck Factor)』이다. 일본 저자의 『철학가의 질문』에서 이 책이 인용됐다. 원전을 찾아보았지만, 절판되어 전자책으로도 구할 수 없었다. 다행히 유튜브에 핵심 내용을 잘 정리한 30분 분량의 콘텐츠가 있었다. 몇 번 반복해서 들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집중해서 듣다 보니 책의 핵심을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글로 정리하면 내 이해가 깊어지고, 타인의 행복에도 기여할 수 있으니 가치가 있다.
이 책의 주장은 간결하면서도 강력하다. 운이 좋은 사람들에게는 공통된 특성이 있으며, 와이즈먼은 이를 네 가지 법칙으로 정리한다. 바로 기회를 늘리는 것, 직감을 기르는 것, 좋은 일을 기대하는 것, 그리고 불행을 행운으로 전환하는 태도다. 겉보기에는 단순해 보이지만, 실제로 삶에 적용하려면 상당히 구조적인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첫째, 기회를 늘려야 한다. 이는 쉽게 말해 더 많이 도전하라는 의미다. 행운을 만날 확률이 10%라면, 열 번 시도해야 한 번 성공할 수 있다. 따라서 시도 횟수를 늘리는 것 자체가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다. 인맥에서 귀인을 만나려면 더 많은 사람을 만나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행운은 선택의 총량에 비례한다.
둘째, 직감을 기르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직감은 단순한 감이 아니라, 마음의 여유가 있을 때 발휘되는 예리한 인지 능력이다. 평소에는 놓치기 쉬운 타인의 장점이나 관계 속에서 드러나는 기회를 포착하는 힘을 말한다. 같은 10%의 확률이라도 직감이 더해지면 20%로 높아질 수 있다. 시도의 횟수와 성공 확률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다.
셋째, 좋은 일을 기대하는 마음가짐이다. 행운을 믿는 사람들은 스스로를 행운아라고 여긴다. 이는 단순한 자기 암시를 넘어, 세상이 나를 도울 것이라는 확신으로 이어진다. 인간관계에서도 상대방의 호의를 이끌어내고자 한다면 먼저 내가 적극적인 호의를 보여야 한다. 그렇게 긍정의 순환이 시작된다.
넷째, 불행을 행운으로 전환하는 태도다. 이는 단순한 위안이 아니라, 어려운 상황에서도 "그나마 다행인 점"을 찾고 그 경험 자체에서 의미와 교훈을 얻는 적극적인 자세를 의미한다. 고통은 새로운 깨달음으로 이어질 때 비로소 가치 있는 경험이 된다. 결국 관점의 전환이 불행의 무게를 바꾼다.
네 가지 법칙은 따로 존재하는 듯 보이지만, 결국 서로 맞물려 하나의 선순환을 만든다. 기회를 늘리는 사람은 자연스럽게 직감이 발달하고, 긍정적인 태도는 어려움을 극복하는 힘을 키워준다. 이러한 과정이 반복되면 비로소 '운이 좋은 사람'이라는 평판을 얻는다.
나는 이 내용을 들으며 내 삶을 돌아보았다. 다소 부끄럽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네 가지 중 대부분은 이미 내 생활 속에 스며들어 있었다. 새로운 사람과 경험을 즐기고, 감사하는 마음을 잃지 않으며, 낯선 상황에도 열린 태도를 유지하는 편이다. 이는 단순한 낙관주의가 아니라, 의식적으로 훈련해온 태도의 결과다. 그 근원을 따져보면 결국 '운'이라는 단어가 남는데, 그래서인지 나는 삶에 대한 감사가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여기서 덧붙이고 싶은 나만의 해석이 있다. 나는 삶을 확률적으로 바라보려는 습관이 있다. 그래서 기회와 직감을 설명할 때도 분모와 분자의 비유를 들었다. 책에서 직접 강조한 부분은 아니지만, 내 사고 방식과 잘 맞아떨어졌다. 늘 성공할 수는 없지만, 시도 횟수를 늘리고 확률을 끌어올리면 결과는 달라진다. 행운도 그 연산 속에 포함된다.
또 하나 개인적으로 붙잡고 있는 문장이 있다. “인생에서 성공의 80%는 일단 나타나는 것(80% of success in life is showing up)”이라는 우디 앨런의 말이다. 더 적극적으로 세상 앞에 서면, 세상이 나를 승리자라고 불러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승리’는 절대적인 기준이 아니다. 누군가에겐 재산일 수 있고, 누군가에겐 관계나 배움일 수 있다. 나에게는 하루하루 의미 있는 삶을 이어가는 것 자체가 승리다. 한쪽으로 치우친 주장보다는, 각자의 기준 속에서 행운을 이해하는 편이 더 건강하다.
예전에 방송인 노홍철이 자신을 '럭키가이'라고 칭하던 모습이 문득 생각난다. 당시에는 다소 가벼워 보이기도 했지만, 그 뒤에는 어쩌면 이런 행운의 법칙이 작동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결국 우리의 태도와 습관이 우리를 정의한다. 나 역시 앞으로 어려운 순간이 찾아오더라도 스스로를 행운아라고 부를 수 있을 것 같다. 그것이 내가 가진 가장 큰 자산이자, 삶을 이겨내는 힘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