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율을 중요하게 여긴다. 효율은 최소 자본으로 최대 효과를 거두는 것을 뜻한다. 나는 늘 경제 논리에 따라 활동한다.
효율을 내려면 자기 파악이 선행돼야 한다. 지금 이 순간 내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그것을 이루기 위해 어떤 조건과 어떤 조력자가 필요한지를 알아야 한다. 상황을 모르면 전략을 세울 수 없고, 전략이 없으면 낭비가 발생한다.
어제는 새로 알게 된 동생과 볼더링을 하고, 식사와 산책까지 함께했다. 대학을 막 졸업하고 멜번에 도착한 지 일주일도 되지 않은 초보 워홀러였다. 과거의 내가 떠올라 이것저것 조언을 늘어놓았다. 원래는 타인이 구하지 않은 ‘충조평판(충고·조언·평가·판단)’을 자제하려 하는데, 이야기에 몰입하다 보니 결국 ‘조언’을 건넸다. 주제는 효율이었다. 어떻게 하면 적은 힘으로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는지를 경험에 기대어 설명했다.
워홀러들의 목적은 대체로 셋으로 나뉜다. 돈, 경험, 영어. 그 동생의 목표는 영어였다. 돈과 경험은 어느 정도 타협해도 좋다고 했다. 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그는 ‘Meetup’ 앱을 통해 다양한 모임에 나가고 싶다고 했다. 매일 2시간씩 모임에 참석하면 일주일에 10시간 정도 영어로 대화할 수 있다. 하지만 같은 결과를 훨씬 더 적은 비용과 노력으로 얻을 수 있다. 외국인과 함께 사는 쉐어하우스에 들어가는 것이다. 다인실이라면 더 좋다. 집에만 있어도 대화가 생기고, 주방 식탁에 앉아 있으면 사람과 부딪힌다. 구직 중인 사람, 휴식 중인 사람, 밥 먹는 사람… 그들과 얘기를 나누다 보면 하루 종일 영어가 쌓인다. 일부러 시간을 내지 않아도 눈뜨는 순간부터 잠드는 순간까지 영어 환경에 노출된다.
내 인생에 가장 큰 도움이 된 책 중 하나가 『아주 작은 습관의 힘』이다. 좋은 습관을 가까이에 두려면 분명하고, 쉽고, 매력적이고, 만족스럽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쉐어하우스는 그 네 가지 원칙 중 ‘분명’과 ‘쉽다’를 충족한다. 외국인을 만나기 위해 따로 이동하거나 돈을 쓰지 않아도 된다. 공용 공간에 앉아 커피를 내리고 “한 잔 할래?”라고 묻는 것만으로도 최소 10분은 대화가 이어진다. 커피라는 매개는 분위기를 부드럽게 하고 대화를 길게 만든다.
큰 성취를 얻고 싶다면 일상 속 작은 장치를 바꾸는 것이 가장 확실하다. 무리하게 큰 계획을 세우는 것보다, 게으른 나조차도 꾸준히 실행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편이 낫다. 오늘은 열정적일 수 있지만 내일은 그렇지 않을 수 있다. 그러니 변덕스러운 의지에 기대지 말고, 환경이 나를 대신 움직이게 해야 한다. 결국 꾸준함은 환경이 만들어준다. 꾸준히 하면 최고는 못 되더라도 ‘괜찮음’에는 도달할 수 있다.
나는 그래서 경제적 환경을 중시한다. 내 지향 중 하나는 ‘지적인 사람’이다. 학위라는 상징을 얻는 것도 방법이겠지만, 호주에서 학사를 마치려면 수억 원이 든다. 현실적이지 않다. 대신 나는 꾸준히 읽고 쓰는 환경을 만들었다. 카페에서 랩탑을 펼치는 습관, 독서모임을 운영하는 방식, 오디오북과 전자책 구독 같은 장치. 여기에 동선에 맞춰 충전기를 배치하고, 모임 장소를 내 사무실로 정하고, 작은 생활 습관을 엮었다. 덕분에 글쓰기는 매일의 일이 되었고, 독서는 내 일상의 뼈대가 되었다.
지금의 나를 이루는 많은 요소는 이 ‘경제적 환경’의 산물이다. 한때는 상상조차 못 한 모습들이 쌓였다. 거창한 결심 때문이 아니라, 조건을 조율하고 유지한 결과다. 러닝화를 현관에 두는 것처럼, 책을 곁에 두는 것처럼, 결국 나는 내가 만든 환경 속에서 살아왔다. 의지가 아니라 구조가 나를 움직였다. 내가 만든 구조가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그것이 경제적 환경의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