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투자자다. 8년 전부터 단 한 번도 투자를 멈춘 적이 없다. 다만 규모는 크게 변했다. 3년 전 멜번 매장을 열고, 2년 전에는 시드니 매장을 차렸다. 사업으로 피봇하면서 증권 계좌를 털어 자재와 계약금으로 넣었다. 특히 시드니 매장은 돈이 많이 들어, 그 시점에 보유 주식을 대부분 처분했다. 그렇게 다시 소액 투자자가 됐다. 하지만 투자라는 습관은 남았다. 작은 포트폴리오를 새로 짜고, 분산해 담고, 손실과 수익을 오가며 조금씩 꾸준히 불려왔다. 이번 글은 지난 2년간 그 소액 포트폴리오를 점검하는 셈이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카카오다. 몇 달 전 네이버 주가 알림에 52주 신저가 표시가 떴다. 한때 보유했던 네이버와 카카오 두 종목 모두 1년 중 최저점을 찍고 있었다. 나는 플랫폼 기업을 좋아한다. 현대 사회에서 플랫폼을 가진다는 건 곧 사람을 가진다는 뜻이다.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에선 광고, 유통, 콘텐츠, 결제가 가능하다. 어떤 형태로든 수익을 확장할 수 있다. 그때 카카오가 내 기준에 충분히 저렴하다고 판단됐고, 곧바로 매수했다. 매수가격은 3만 5천 원대. 두어 달 지나 7만 원을 넘어서자 적정가에 도달했다고 보고 매도했다. 팔고 나자 주가는 다시 떨어졌다가 지금은 6만 5천 원 근처에 거래된다. 단기간에 소득을 거둔 건 운이 크게 작용했다. 가치투자는 ‘좋은 기업을 싸게 사서, 적정 가치까지 기다린다’라는 단순한 원칙이지만, 그 가치가 언제 시장에서 인정받을지는 결국 운이다.
현재 증권 계좌에서 가장 비중이 큰 종목은 GRAB이다. 동남아를 여행해 본 사람이라면 그랩의 존재감을 안다. 이동, 배달, 결제, 심지어 생활 정보까지 아우르는 플랫폼이다. 동남아 사람들의 일상 깊숙이 들어와 있다. 최근 테슬라를 이어 다수의 전기차 업체들이 로봇택시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이 흐름에서 제조업체 단독 독점은 어려울 것이다. 이미 뿌리내린 플랫폼과 협업하거나 위탁하는 게 훨씬 자연스럽다. 그런 면에서 그랩은 장기적으로 기회가 많다. 게다가 내가 샀던 시점의 가격은 충분히 저렴했다. 평단가 3.6불. 최근 며칠 강하게 오르며 6불에 도달했다. 보유 이후 최고가다. 기업의 본질 가치가 갑자기 변한 건 아니다. 특정 이슈가 있긴 하겠지만, 그건 내 관심사가 아니다. 가치투자자는 원칙만 지키면 된다. 지금은 단순히 ‘앞자리 6’을 즐기고 있다.
가장 큰 충격을 준 종목은 서희건설이다. 몇 차례 언급했지만, 여전히 애정을 갖고 지켜보는 기업이다. 재무제표만 보면 이 정도 알짜 기업이 또 있을까 싶다. 미국에 상장됐다면 훨씬 높은 시가총액을 인정받았을 거라고 믿는다. 그런데 한국 시장에선 몇 가지 이유로 가격이 눌려 있다. 건설업계 전체의 낮은 멀티플, 오너 일가의 상속 이슈, 모럴 리스크, 사회적 문제들. 결국 이런 요인들이 시장의 평가를 가로막는다.
최근에는 더 큰 악재가 터졌다. 부사장의 횡령 사건과 회장의 뇌물 문제가 겹치면서 거래 정지 상태다. 특히 횡령이 지주택 사업에서 발생했는데, 이 사업이 회사 매출의 80%를 차지한다. 핵심 기반이 흔들린 셈이다. 나는 이런 사태가 오히려 긍정적으로 작용하길 바랐다. 세간의 관심이 몰리면서 저평가된 기업 가치가 재평가되고, 동시에 오너 일가의 구조 선진화가 이뤄지길 기대했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단순한 압력이 아니라 회사 존립을 위협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희건설의 숫자는 여전히 튼튼하다. PBR이 워낙 낮다. 들고 있는 자산 전부 청산해도 투자금의 세 배는 건질 수 있다. 가게로 비유하면, 현금화할 수 있는 재고와 건물, 외상값이 100원인데 시장은 이 기업을 30원에 사고팔고 있다. 심지어 경쟁사에 팔린다면 무형자산까지 더해져 200원도 기대할 수 있다. 현재 시총은 3천억대인데, 순자산만 1조 원이다. 안전마진이 워낙 크니 큰 폭으로 망할 기업은 아니다. 다만 매출 절반이 날아간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지금은 위기이자 동시에 각성의 순간이다.
내 투자 여정에는 실패도 많았다. 러시아 ETF는 전쟁 직후 진입했다. 주당 30불 하던 게 6불까지 떨어졌고 매도 버튼을 눌렀다. 전쟁이 곧 끝날 거라 믿었다. 실질 가치와 괴리된 폭락이라고 판단했다. 무엇보다 잃어도 감당 가능한 소액으로 들어갔기에 괜찮다고 여겼다. 하지만 전쟁은 끝나지 않았고 ETF는 상폐됐다. 도덕적 회색지대에 손을 댔다는 점에서도 스스로를 돌아보게 했다. 또 미국 시장에선 퀀트 전략을 참고하다가 큰 손실을 봤다. 바이오 섹터의 변동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고, 나스닥에 상장된 VIR를 30불 언저리에 매수했는데 결국 5불대까지 떨어졌다. 이런 경험이 남긴 건 손실보다도, ‘모든 지표와 공식은 현실을 단순화한 모형일 뿐’이라는 깨달음이다.
지난 2년은 결국 이렇다. 카카오에서 빠른 이익을 얻었고, 그랩이 주 계좌를 끌어올렸으며, 서희건설은 위기와 기대가 교차하는 상황이다. 동시에 러시아 ETF와 VIR 같은 실패가 손실을 남겼다. 분산해 담은 덕에 전체 계좌는 조금씩 꾸준히 상승했다. 단기 변동은 자연스러운 일이니 크게 개의치 않는다.
사업에 몸을 담고 있지만, 지금도 한 발은 투자에 두고 있다. 몇몇 매장을 차리며 대부분의 자금을 사업으로 돌렸지만, 남겨둔 계좌는 꾸준히 불어났다. 4천만 원대에서, 지금은 약 1억 원이 됐다. 단순히 운이 좋았던 면도 있고, 그 사이 러시아 ETF 상폐나 VIR 투자 실패 같은 손실도 겪었다. 이익과 손실이 뒤섞여 남은 결과다. 지금 생활을 책임지는 건 분명 사업이다. 다만 사업은 기복이 있고, 리스크도 존재한다. 반대로 투자는 장기적으로 꾸준히 병행할 수 있어 삶에 안정감을 더해준다. 그래서 앞으로도 두 축을 함께 가져가려 한다. 이렇게 지난 2년의 투자를 돌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