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네이버, 코인에 배팅

소액투자자 입장문

by 띤떵훈


네이버가 최근 반등했다. 작년 11월 신저가를 찍었을 때 카카오와 함께 소액 매수했던 종목이다. 카카오는 목표가에 도달해 매도했고, 네이버는 아직 여지가 있다고 판단해 보유 중이다. 이후 두 종목 모두 하락세를 보였고,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금액의 크기와 무관하게 한 번 계좌에 들어온 종목은 자연스레 예의주시하게 된다.




아래는 보기 쉽게 정리한 지배구조 예측이다.

image.png 출처: 안경투




반등의 배경은 두나무 자회사 편입이다. 거래 구조를 보면 두나무 의장 송치형이 네이버 경영권을 확보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현재 네이버 파이낸셜의 기업가치는 약 4조 원, 두나무는 16조 원 수준으로 평가된다. 최종적으로 송치형은 네이버 지분을 약 7% 전후로, 이해진은 2~3%대에 머무를 것으로 보인다. 한국 시장에서 경영권이 갖는 프리미엄은 매우 크다. 지분율이 낮더라도 의결권과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 오너 일가는 지분 방어에 사활을 거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이해진은 경영권을 내주는 선택을 했다. 그만큼 스테이블 코인 시장에 대한 배팅이 담대하다는 의미다.




스테이블 코인은 일종의 ‘디지털 원화’ 역할을 할 수 있다. 법정화폐에 1:1로 고정되어 있기 때문에 변동성이 적고, 일상적 결제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 만약 은행권까지 합류한다면, 발행 주체는 막대한 거래 데이터를 확보하고 독점적 지위를 누리게 된다. 국가 역시 관리 효율성과 조세 투명성에서 이득을 본다. 승자독식 구도가 뚜렷한 시장이기에, 선점이 곧 독점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네이버가 지분과 경영권을 희석하면서도 이런 구조에 참여하려는 이유가 분명해진다.




다만 나는 여전히 코인의 본질에 회의적이다. 모든 종류의 코인은 생산 활동을 하지 않는다. 가격은 오직 “더 비싸게 사줄 다음 사람”에 의존한다. 이는 네덜란드 튤립 버블이 보여준 고전적 사례와 크게 다르지 않다. 가격 상승은 사실상 집단적 신뢰의 반영일 뿐이고, 그 신뢰는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 워렌 버핏은 이런 점에서 코인을 “투기 자산”으로 규정한다. 그의 기준은 명확하다. 현금흐름을 창출하지 못하는 자산은 내재가치를 계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주식 투자의 기본 인사이트도 이와 맞닿아 있다. 기업의 가치는 결국 현금흐름(Free Cash Flow)에 의해 산출되며, 이를 할인율로 조정한 현재가치가 곧 주가의 이론적 근거다. PBR(주가순자산비율)과 PER(주가수익비율)은 이런 가치를 상대적으로 비교하기 위한 도구다. 이 기준에서 네이버는 여전히 생산과 서비스를 통해 현금흐름을 만들어내는 기업이다. 코인과 달리 ‘숫자로 측정 가능한 가치’를 기반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래서 코인을 향한 네이버의 배팅이 더욱 역설적으로 다가온다.




그러나 이런 판단이 항상 옳았던 것은 아니다. 나도 과거 비트코인에 투자한 적이 있다. 내재가치를 알 수 없기에 “눈 딱 감고 7년은 보유하자”는 생각으로 들고 있었지만, 올해 사업 자금을 마련하며 전부 처분했다. 이렇게 직접 구매까지 했던 내가 코인을 비관적으로 보는 게 스스로도 웃길 때가 있다. 솔직히 말하면 돈이 몰리는 곳에서 나 혼자 잃고 싶지 않았던 마음이 컸다. 그것이 나의 한계다. 나는 나약한 인간이고, 나의 투자도 늘 완벽하지 않았다. 다만 그때도 포트폴리오의 5% 미만, 잃어도 버틸 수 있는 금액만 넣어 망해도 견딜 수 있게 안배했다. 이런 선택이 내 투자 태도의 전부를 보여준다. 계산과 확신 속에서도, 결국 인간은 두려움과 기대 사이를 오간다.




이해진은 경영권을 포기하면서까지 미래 먹거리에 무게를 두었다. 그 선택은 담대하다. 만약 원화 기반 스테이블 코인이 현실화된다면, 네이버는 엄청난 수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내 저울 위에서는 여전히 경영권과 리스크 관리가 더 무겁다. 결국 시장은 시간이 답을 말해줄 것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부부 생활과 효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