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절에는 '미디어 금식' 말고, '금식'을 하자
사순절 기간이 되면 많은 교회는 미디어 금식 캠페인을 시행한다. 미디어 금식 캠페인을 매년 시행해 온 ‘팻머스 문화선교회’ 보도 자료에 따르면, 매년 참여자 수는 7~80만 명에 달한다. 자신을 절제하고, 금욕적인 사순절을 보냄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사를 더욱 깊이 묵상하고자 하는 미디어 금식의 의도에는 공감하지만, 미디어에 대한 금욕주의적 접근만으로 사순절 정신을 실천하기에 부족하다. 더욱이 정부 주도의 4차 산업혁명 환경 속에서 미디어 활용률이 가장 높은 사회에 사는 국내 기독교인에게 보수적인 미디어 접근법은 이질감을 줄 뿐만 아니라, 미디어에 대한 포괄적 개념을 이해하지 못한 체, 인쇄 된 성경책 지상주의적 관점에서 미디어를 통제하는 사회 운동으로 볼 수 있다.
이에 본 논문에서는 성경적 관점에서 미디어 금식의 적절성을 조사하고, 사순절 정신을 실천하기 위한 미디어 활용 방안에 대해 연구한다.
‘사순절 미디어 금식’에는 세 가지 키워드가 있다. ‘사순절 전통’과 ‘금식의 성경적 해석’이라는 신학적 주제와 ‘미디어 절제’라는 언론학적 주제이다. 대중문화라는 것을 일반적으로 내용을 구성하는 ‘콘텐츠(content)’와 내용의 전달 도구인 ‘매체(medium)’로 구성된다. 이에 사순절과 금식의 정신을 내용인 콘텐츠로, 미디어를 전달 도구인 매체로 해석해 연구하고자 한다.
제3장에서 미디어 금식의 원인을 언론학적 관점에서 조명하고, 제4장에서 성경과 미디어 간의 관계에 대해 알아본다. 5장에서 사순절 미디어 금식을 대체할 수 있는 미디어 활용 방안을 제안한다.
미디어란 인간 사회에서 의사나 감정, 또는 객관적 정보를 소통할 수 있는 수단, 도구를 가리키는 말이다. 미디어 이론가인 마샬 맥루한(Marshall McLuhan)은 저작 중 『미디어의 이해』에서 미디어(media), 곧 매체(medium)의 예시로 구어와 문어, 인쇄물, 사진, 신문, 전신, 영화, TV, 기계 등을 들며, 대중 매체를 광범위하게 해석했다. 본고에서는 최근 통상적으로 사용되는 ICT 매체, 혹은 콘텐츠를 뜻하는 미디어 개념이 아닌 학문적 관점의 커뮤니케이션 도구, 매체(medium)과 콘텐츠(content)로써의 개념을 기준으로 삼는다.
또한, 본고에서는 사순절의 전통적 목적을 ①세례를 준비하기 위한 그리스도 묵상과 ②개인의 경건과 회개를 위한 것으로 정리하며, 금식의 목적을 이사야 58장을 근거로 ①말씀 앞에서의 회개와 ②희생적인 사랑 실천 및 정의 실천으로 삼는다. 그리고 사순절 금식의 목적을 ①세례와 경건 생활을 위한 개인적 회개와 ②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구제와 선행으로 정의한다.
2005년에 국내에서 최초로 사순절 미디어 금식 캠페인을 시작한 기관은 문화 사역 단체 ‘낮은울타리’이다. “미디어 기기를 꺼두고 예수님께 집중하며 고난에 참여하는 시간을 갖는다”는 취지로 시작된 본 캠페인의 발생 배경을 언론학적 접근을 통해 접근해 본다.
사순절 미디어 금식이 시작된 2005년의 대한민국 TV 시청행태를 보면, TV 시청시간이 하루 평균 2시간 이상 되는 시청자가 54%를 넘고, 하루 평균 1시간 이상은 무려 91%가 넘는다. 미디어의 발전은 거대 자본의 투자를 이끌었고, 콘텐츠의 다양화와 더불어 교인들이 교회 활동보다 미디어 이용과 개인주의적 활동에 집중하는 현상을 야기했다. 교회는 과거보다 늘어난 미디어 사용을 부정적으로 인식하여 과도한 미디어 사용을 경계하거나 때로는 정죄하면서 성경책 독서를 권장했다.
교회의 미디어 사용 제한 및 성경책 독서 권장 현상은 하나의 권력 분쟁으로 볼 수 있는데, 교회가 관리하던 교인들의 시간이(새벽예배, 수요예배, 금요철야 예배 등) 미디어 이용으로 옮겨간 것을 근거로 삼을 수 있다. 바크라크(Bachrach)와 바라츠(Baratz)는 권력 관계에 대해 상호 간의 포기 강요나 압력, 혹은 제재를 가할 수 있는 상태를 설명한다. 이 관점에서 사순절 미디어 금식의 현상을 조명하면, 교회는 사순절 행사에 집중시키기 위해 TV를 중심으로 한 매체 이용에 포기 강요나 압력, 혹은 제재를 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기술개발의 결과로 나온 뉴미디어가 대중화되기 위해서는 소구력이 큰 콘텐츠가 필요하며, 그 콘텐츠가 해당 뉴미디어만의 독점적 공급이 이뤄질 때, 성장 속도는 폭발적일 수 있다. 실례로 2009년 상영된 영화 ‘아바타’는 인류 역사상 가장 흥행한 영화가 될 만큼 소구력이 컸고, 3D 영상에 대표적인 작품이 되었다. 콘텐츠인 영화 아바타의 인기에 힘입어 극장가에는 3D 영화 제작 붐이 일었고, 시중에도 3D TV 판매가 가속화 됐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2019년의 3D 영상 콘텐츠는 대중화 되지 않은 것이 확실하다. 이는 3D 영상이라는 기술을 확장시킬만한 콘텐츠가 없었기 때문이다.
성경이라는 인류 최대의 소구력을 가진 콘텐츠를 주도적으로 관리하는 교회는 뉴미디어 등장에 발 빠르게 대처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교회의 주요 콘텐츠는 성경과 찬양곡이며, 이를 전달하는 미디어는 활자(성경), 연설(설교), 음악(찬양)이 핵심적이다. 기본 형태의 콘텐츠를 뉴미디어에 맞게 최적화하여 수용자에게 전달하고자 노력해야 하지만, 여전히 성경과 찬양곡은 기본 형태를 음성화, 영상화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TV나 컴퓨터 등의 뉴미디어 시장의 기독교 콘텐츠 부족 현상은 결국 사순절 금식의 정신을 실천하는 것에 방해 요소가 됐다. 성경과 사순절 금식을 콘텐츠로 담지 못한 미디어 사용은 자연스레 복음과는 상관없는 ‘절제가 필요한 유희적 활동’으로 낙인찍히게 된다.
교회 지도자들이 미디어 사용에 대해 교훈할 때, 가장 주의시키는 것이 세속화이다. 콘텐츠 개발에 뒤처진 교회는 세속적인 콘텐츠가 주류문화를 이루는 미디어 사용에 대해 경계했고, 미디어 사용이 신앙생활과 대조적 위치에 있는 것처럼 이해되어 왔다. 이는 미디어로 인한 세속화의 전통적인 해석이었다.
미디어가 성경적 콘텐츠를 담지 못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던 교회와 기독교 기관 및 기업들은 뉴미디어에 적합한 기독교 콘텐츠를 제작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설교, 찬양 영상 및 오디오 콘텐츠 외에도 신학교 수준의 성경 영상이나 보드게임, 상업성 상품(goods) 등의 개발이 이뤄졌다. 더불어 사물인터넷(IOT) 산업이 전 세계적으로 발전하면서, 교회도 가상현실 교회 서비스 등, 과거보다는 적극적으로 콘텐츠 개발을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신자들의 성경적 미디어 활동이 확대 된 만큼 과거와는 달라진 원인의 세속화 위협이 더 커졌다. 이전에는 기독교 콘텐츠 절대 부족으로 인한 세속 콘텐츠의 선점 효과가 세속화의 원인이었다면, 현대의 connected device 미디어는 하이퍼링크 기술이 발전하여 기독교 콘텐츠를 소비하는 중에도 세속적 콘텐츠로 재핑(zapping) 되는 가능성이 현저하게 높아졌다. 즉, 성경을 보다가도 쉽게 세속 콘텐츠로 옮겨가는 미디어의 UX(사용자경험)에 대해 교회가 보수적으로 접근하게 되면, 성경 콘텐츠 사용 점유율을 높이는 사용성 개발보다는 반대되는 세속 콘텐츠 사용을 제한하고, 심지어 미디어 사용 자체를 제한하게 된다.
현대 교회의 미디어 사용 제한 및 부정적 시각과는 달리 성경이라는 콘텐츠는 다양한 미디어를 활용해 왔고, 가장 핵심적인 협력 관계를 태초부터 이어왔다. 대중은 이를 굳이 미디어라고 표현하지 않았지만, 학문적 관점의 미디어 개념을 적용해 본다면, 성경과 미디어는 대조적 위치가 아니라 상호 보완적인 관계이며, 가장 전통적인 콘텐츠와 미디어의 사례로 볼 수 있다. 이 장에서는 성경과 미디어의 관계를 살펴본다.
미디어(media), 혹은 매체(medium)는 철저하게 중개적 역할이다. 제공자(provider)는 콘텐츠를 전달하기 위해 미디어를 활용하고, 수용자(audience)는 미디어를 통해 제공자의 메시지를 수용한다. 미디어에 대한 전통적인 해석은 가치 중립적인 도구로서의 역할이다. 매체 자체가 영향을 끼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내용, 즉 콘텐츠와 그 제공자의 의도가 수용자에게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전통적인 미디어론은 성경과 미디어의 관계를 잘 설명해줄 수 있다. 제공자는 하나님이시며, 콘텐츠는 하나님의 말씀, 수용자는 인간을 비롯한 모든 만물이다. 태초에 하나님은 말씀을 미디어로 사용해 메시지를 전하신 이래, 인간이 사용했던 모든 미디어를 통해 직, 간접적으로 말씀을 전하셨다. 성경은 구전, 문서, 전파, 웹 등의 미디어를 통해 전달됐으며, 미디어의 최대 콘텐츠는 성경이었다. 학문적 개념으로 보면, 성경의 내용이 미디어를 통해 전달된 것이기 때문에 이 두 가지 요소가 상호보완적 관계라는 것을 증명하며, ‘성경을 보기 위해 미디어 사용을 제한하자’라는 식의 주장은 논리적 오류가 생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은 주장이 설득력을 얻을 수 있던 것은 가치 중립적인 미디어를 통해 접하게 되는 것이 결국 세속적 콘텐츠였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교회의 미디어 사용 제한의 원인이 미디어에 있는 것이 아니라 기독교 콘텐츠를 생산하지 못한 교회의 책임이라는 점이다.
맥루한(Marshall McLuhan)은 일찍이 그의 저서 ‘미디어의 이해’에서 “미디어는 메시지이다”라고 주장했다. 이는 미디어의 전통적인 해석인 ‘도구로서의 미디어’에서 확장된 것으로, 인간의 감각이 빛, 음성, 활자, 기술 등, 다양한 형태의 미디어로 확장된다는 개념이다. 감각의 확장으로의 미디어는 담고 있는 내용에 관계없이 수용자가 대상을 이해하는 데 영향을 준다. 맥루한은 다소 난해한 개념을 전깃불을 예로 들어 설명했다.
전깃불은 순수한 정보이다. 전깃불은 메시지가 없는 미디어이다. (생략) 여기서 우리가 고찰하는 것은 디자인이나 유형들이 기존의 과정들을 증폭시키거나 가속화했을 경우 초래할 정신적, 사회적 결과들이다. 왜냐하면 어떤 미디어나 기술의 메시지는 결국 미디어나 기술이 인간사에 가져다줄 규모나 속도 혹은 유형의 변화이기 때문이다.
성경의 같은 내용을 전달할 때, 활자로 전하는 것과 직접 대화를 통한 방법, 전화를 통한 방법, 영상을 통한 방법이 각 매체에 따라 다른 의미로 전달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즉, 콘텐츠는 미디어에 따라 다르게 전달될 수 있으며, 미디어는 단순 도구로서의 기능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만으로도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의미이다.
인간의 감각이 확장된 모든 도구가 미디어이며, 이는 곧 메시지가 된다는 맥루한의 주장을 신학적으로 재해석하면, 미디어는 하나님의 메시지 전달을 위해 확장된 모든 도구를 뜻한다. 특히, 인간을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는 도구, 즉 미디어로 본다면, 하나님의 메시지인 성경은 인간의 모든 감각을 활용해 전달되었고, 이는 각 수용자에게 각각의 메시지로 전달되었다. 최초의 미디어이자 콘텐츠였던 하나님의 말씀은 이후 모든 피조물을 통해 일반 계시로 전달되었고, 하나님의 언약 백성을 통해 특별 계시로 전달되었다. 누군가에게는 ‘사랑의 하나님’으로, 누군가에게는 ‘심판의 하나님’으로, 누군가에게는 ‘구원자 하나님’으로 다르게 전달된 것이다.
맥루한의 미디어론을 전통적인 것과 비교해본다면, 제공자는 하나님, 미디어는 말씀, 콘텐츠(메시지)는 하나님의 의지, 수용자는 인간(만물)이 되지만, 맥루한의 해석에 따르면, 말씀을 품은 인간이 곧 미디어와 콘텐츠(메시지)의 역할을 동시에 수용한다는 것이다. 이런 해석은 “우리 몸이 거룩한 성전(고전 3:16)”이라는 성경의 가르침과 상통하는 부분으로 볼 수 있다.
모든 만물의 창조주가 하나님이시라는 성경의 기본적 창조론에 따른다면, 미디어도 하나님의 창조 작품이며, 앞서 언급했듯이 하나님의 뜻을 전달하는데 핵심이 된 요소이다. 하나님의 메시지 전달 방법의 변화는 미디어 발전 과정과 함께 설명할 수 있다.
최초의 미디어이신 하나님 이후에 발현된 인간은 역사상 가장 중요한 미디어로 활동했다. 고대 사회의 가장 중요한 미디어인 구전은 가문과 민족을 중심으로 활용된 미디어이다. 구전에 의지한 사회는 연장자의 축적된 지식에 큰 가치를 부여하기도 했다.
하나님께서 모세에게 주신 율법을 담은 돌판은 성경에 나타난 최초의 문서 성경이다. 가문 중심으로 이어져 온 하나님의 말씀이 돌판이라는 미디어에 담겨 후대에까지 전달할 수 있게 되었다. 이후에도 사해 문서와 같이 양피지, 혹은 점토판, 파피루스 등의 기록 미디어를 통해 하나님의 말씀이 기록되고 전달되었다.
종이의 발명은 기존 양피지 등의 매체에 비해 공간적 효율성과 경제성에서 큰 진보를 이루게 된다. 보관을 위한 공간을 비롯해 운송을 위한 공간에서의 장점 덕분에 지역적이고 폐쇄적이던 구전 방식의 미디어보다 더 넓은 전파 지역으로 확장되었다.
다소 고가였기 때문에 대중화되기 어려웠던 종이 매체가 본격적으로 확장된 것은 구텐베르크 인쇄술 발명 이후였다. 성경책의 대중 보급도 이 시기에 이뤄졌듯이 활자 콘텐츠의 효율화는 원가 절감으로 이어졌고, 폭발적인 콘텐츠 생산에 도화선이 되었다. 마치 아날로그 서적들이 디지털화되면서 컴퓨터 데이터로 저장되었던 현대의 사례처럼, 그동안 구전과 값비싼 종이 콘텐츠로 존재했던 콘텐츠들이 서적들로 재탄생했다.
전파의 발명은 성경이 더 넓은 지역으로 확장되는 계기가 되었다. 처음에는 음성(라디오)으로, 이후에는 영상(TV)으로 발전해 국가의 경계의 의미를 허물어 버렸다. 이제 미디어는 공간의 제한을 받지 않았고, 이전 시대에는 없던 속도로 문화변동 현상이 시작되었다. 아랍 국가에서도 위성TV를 통해 미국 교회의 기독교 콘텐츠를 접할 수 있었다. 이제 콘텐츠 전달의 문제는 공간적 도달력의 한계가 아닌 언어와 문화에 대한 이해력이 되었다.
Web의 발명은 일방적이던 전달 방식을 상호작용이 가능한 양방향 미디어로의 변화를 가져왔다. 이는 오히려 최초의 미디어였던 구전의 장점이었던 상호작용 요소가 강화된 점을 특징으로 생각할 수 있다. 종이와 인쇄물, 전파 등의 방식은 공간적 장점을 강화했지만, 반대로 제공자와 수용자의 언어적, 문화적 차이로 인한 상호작용은 약화되어 왔고, 수용자의 문화적 배경을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인 전달 방식도 심화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web의 상호작용은 공간적 제한, 언어적 제한, 문화적 제한을 부분적으로 해소하는 데 큰 역할을 하게 된다. 성경은 web 기술 기반의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전달되고, 상호작용 작용할 수 있게 되었다.
교회는 미디어의 발전을 사용해 하나님의 말씀, 곧 성경을 전달했다. 우리가 보고 있는 성경책도 인쇄술 발명의 산물인 미디어이며, 주일 예배의 설교 말씀도 창세기 때부터 내려오는 구전이라는 미디어이다. 전파 기술이 발명됐을 때도 교회는 라디오와 TV를 통해 하나님의 말씀을 수용자에게 전달하는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교회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뉴미디어 발전의 첨병’이라 평가받는 다른 콘텐츠는 바로 ‘포르노그라피’이다. 앞서 언급한 미디어를 대중화하는 핵심은 콘텐츠라고 했듯이, 한쪽에서는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을, 다른 한쪽에서는 포르노그라피를 킬러콘텐츠로 삼아 소구력을 키웠다. 종이 포르노그라피 춘화의 사례, 구텐베르크의 인쇄술 발명 때, 뉘미에르 형제의 영화 발명 때, 최신 IT 기기들의 개발 때마다 시장성을 선도한 것은 포르노그라피였다.
포르노그라피를 대표격으로 한 세속적 미디어 사용을 경계하고 절제하자고 권면하는 교회의 정책은 설득력이 있지만, 미디어 사용 자체를 제한하고 억압하는 방식으로는 성경적 미디어 사용법의 발전을 이룰 수 없는 것이 분명하다. 미디어는 중개자적 위치이며, 수용자에게 자신의 메시지를 제공하고 있는 전달자는 하나님과(영적 소욕) 사탄(육적 소욕)으로 볼 수 있다.(갈 5:17) 사도 바울이 말한 “혈과 육의 싸움이 아닌 영적 전쟁”이 미디어 공간에서 압축적이고 상징적으로 일어나고 있다.(엡 6:12) 미디어를 가운데 두고 심판 때까지 벌어질 영적 전쟁에서 승리하는 길은 회피가 아니다. 오히려 마귀의 간계에 대적하기 위해 하나님의 전신 갑주를 입어야 한다.(엡 6:13)
영적 전신 갑주 무장은 성경을 통해서만 가능하기 때문에 수용자의 특성에 따라 모든 미디어에 하나님 말씀 콘텐츠를 담아야 한다. 설교 말씀 영상을 제작해 올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미디어 특성에 맞게 최적화하여 소구력이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맥루한의 미디어론에서 언급한 것처럼 같은 내용이라도 전달 도구인 미디어에 따라 메시지가 달라지기 때문에 미디어 수용자에 따라 가장 효과적인 전달 방식을 연구 개발해야 한다. 하나님 나라와 성도에 대한 사랑을 동기로 삼아 더욱 적극적으로 미디어를 활용해 하나님 말씀을 전해야 한다.
사순절 금식의 정신은 ①세례와 경건 생활을 위한 개인적 회개와 ②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구제와 선행이다. 사순절 금식의 정신을 전달하고, 교육하고, 실천하기 위한 방법으로 미디어 금식은 충분하지 않다. 이 장에서는 사순절 기간에 회개와 구제를 이루기 위한 미디어 활용법에 대해 제안한다. 다만, 본 활용법은 포괄적인 미디어 적용 연구에 의한 방안이 아니며, 미디어 금식의 대체 방안으로의 가능성 인지를 목적으로 한 사례이다.
2014년 여름에 한 미국 골프 TV 채널은 루게릭 병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고 기부금을 모금하고자 ‘아이스 버킷 챌린지’를 시작했다. SNS 페이스북을 중심으로 퍼진 이 챌린지는 전 세계적인 관심을 받았고, 모금된 금액도 약 1억 달러에 이른다고 알려졌다. 이후에도 SNS를 중심으로 진행된 크고 작은 챌린지들이 있다.
교회는 사순절 기간에 미디어 금식이 아닌 금식 챌린지를 SNS를 통해 진행할 수 있다. 금식은 자신의 죄를 회개하며 욕망을 절제함으로 발생한 잉여 자본으로 구제하는 것이 목적인데, 미디어 금식은 어떤 잉여 자본도 발생시킬 수 없기에 사순절 금식의 정신을 실천할 수 없다. 미디어 금식 대신, 미디어를 활용해 ‘금식 챌린지’를 실천하여 금식의 본래 목적을 달성함은 물론, 교회의 희생적 사회정의 실천을 실증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사순절 기간에는 미디어를 활용해 ‘금식 챌린지’를 실천하는 것이 더 성경적인 방안이다.
온라인 미디어의 과정에서 초고속 인터넷 개발의 최대 수혜자는 동영상 서비스 기업들이 되었다. 온라인 전송 속도의 발전에 따라 텍스트 콘텐츠는 음성 콘텐츠로, 이는 동영상 콘텐츠로 핵심 콘텐츠 유형이 변경되어 왔다. 10년 전에 정보 검색을 포털 사이트에서 했다면, 최근에는 동영상 사이트에서 하듯이, 현시대의 대표 미디어는 동영상으로 볼 수 있다.
교회는 사순절의 의미와 금식의 의미, 사순절에 실천하는 금식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동영상 미디어 특성에 맞게 콘텐츠를 개발해야 한다. 2019년 6월 현재 유튜브 사이트에서 ‘사순절 금식’이라는 키워드로 검색했을 때, 설교와 교회 캠페인 영상을 제외하고, 사순절 금식에 대해 이론적으로 설명하는 콘텐츠는 10개 미만이다. 교회는 세속적 미디어 사용을 제한하기 이전에 성경적 가치에 대한 다양한 콘텐츠를 개발해야 한다.
여전히 구전의 방식으로 예배당 안에서 설교하고, 인쇄물로만 성경을 접하고, 조금 더 발전적으로 영상과 음성을 소비하지만, 결국 구전으로 전하는 설교를 디지털 인코딩 한 수준의 콘텐츠 개발만으로는 현시대의 미디어 환경에서 소구력 있는 콘텐츠를 만들기 어렵다. 사순절에 미디어 금식 캠페인 대신 사순절 금식에 대한 콘텐츠를 개발해 전하는 것이 더 적합한 성경적 미디어의 활용법이다.
교회는 전통적으로 사순절에 금식과 구제를 실천했다. 그리고 이 전통이 굳이 다른 형태로 대체될 필요는 없다. 금식을 하며, 미디어 사용을 비롯한 개인적 유희 활동을 절제하는 것은 분명히 성경적인 실천이지만, 금식의 대체 활동으로 미디어 금식을 하는 것은 전통에서 얻을 수 있는 영적 가치를 잃어버리는 일이다.
사순절에는 금식하고 구제를 실천하면 된다. 그리고 창조 때부터 미디어를 사용해 하나님이 말씀이 전파된 것처럼 사순절 금식의 정신이 미디어를 통해 더 효과적으로 전달되도록 연구해야 한다. 신자들의 세속적 미디어 사용을 비판하고 제한하기 전에 가장 강력한 메시지인 성경을 다양한 미디어 특성에 맞게 개발해야 한다. 이는 선택사항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복음을 땅 끝까지 가르쳐 지키게 하라는 명령을 받은 교회의 사명이다.(마 28:20)
여전히 구전과 인쇄물과 같은 고전적 미디어는 큰 영향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회중 설교와 성경책은 지속되어야 한다. 다만, web 미디어 시대에 적합한 콘텐츠를 개발할 의무가 교회에 있는 것은 분명하다. 같은 성경의 내용이지만, 여전히 고전적 미디어로만 전하는 교회는 곧 ‘과거에 중요했던 복음’이라는 메시지를 수용자에게 전달할 우려가 있다. 현대의 미디어에 적합한 콘텐츠를 개발해야 하는 이유는 미디어에 담긴 콘텐츠가 ‘현재를 사는 나를 위한 복음’이라는 메시지로 전달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 횃불트리니티신학대학원대학교 '신학입문과 글쓰기' 제출 과제
참고문헌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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