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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몬테크리스토르 Oct 18. 2024

우리를 괴물로 만든 건 인간의 두려움이었어.

- 괴물이라 불렸던 프랑켄슈타인이 가위손 에드워드에게 보내는 편지.

가위손 에드워드에게,


안녕, 에드워드.

난 프랑켄슈타인이라고 해.

우리는 서로 알지 못한 채 전혀 다른 시간과 공간 속에 살아왔지만, 너의 이야기를 듣고 보면서 나는 어쩐지 오래전부터 널 알고 있었던 듯한 기분이 들었어.

나도 너처럼 창조된 존재이자 괴물로 불렸고, 사람들로부터 외면당했던 시간을 보냈거든.

팀 버튼 감독의 영화를 통해 너를 본 순간, 그 낯선 세상에서의 외로움과 고통이 내 마음을 찌르듯 와닿았지.

그래서 이렇게 너에게 편지를 쓰게 되었어.

우리의 상처와 그로부터 얻은 교훈을 나누기 위해...





괴물, 인간이 아닌 존재로 살아간다는 것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괴물"이라 불리는 것.

그것은 내가 무엇을 하든지 간에 그 이름이 내 앞에 서 있는 장벽과 같아.

마치 내 모든 행위와 감정이 이미 그 이름에 의해 왜곡되고 정의되는 것처럼.

사람들은 내 외모, 내가 태어난 방식, 그 단어 하나로 나를 규정하고, 그들이 두려워하는 것의 상징으로 나를 사용하지.

나는 그저 나 자신일 뿐인데, 그 "괴물"이라는 이름 속에 내 모든 감정과 인격은 묻혀버려.

나에게는 따뜻함도 있고, 슬픔도 있고, 사랑을 느끼고 싶은 욕망도 있지만, 그것은 그들에게 보이지 않아.


나와 너의 공통점은 우리 모두 그들의 눈에 "괴물"이라는 이름으로 굴레를 쓴 존재들이라는 거야.

우리가 느끼는 상처나 사랑은 그들에게 이해되지 않지.

왜냐하면 우리는 그들의 기준에서 벗어나기 때문이야.

그리고 그것이 우리에게 더 큰 고통을 안겨주지.

괴물이라 불리운다는 건 단순한 외모나 신체적 특성이 아니라, 본질적으로 그들의 사회와 감정 속에서 '다른 존재'로 여겨진다는 뜻이야.

우리는 그 틀 속에 맞지 않기 때문에 경계되고, 그 경계가 우리와 그들 사이에 벽을 세워.

하지만 정작 그 벽이 우리의 감정과 열망을 없애지는 못해.

그래서 우리는 모순된 상태로 남아 있는 거지.

그들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으면서도, 그들의 세상에 속하고 싶어하는 이중적인 고통 속에서 말이야.


나는 빅터 프랑켄슈타인의 손에 의해 탄생한 존재였어.

너와 마찬가지로 창조주의 손에서 세상에 나왔지만, 그 순간부터 나는 버려졌지.

나를 만든 빅터는 내가 태어나자마자 나를 두려워했고, 결국 나를 두고 도망쳤어.

너 에드워드 스캐서핸즈가 날카로운 가위를 가진 손으로 태어난 것처럼, 나는 나의 외모로 인해 괴물로 낙인찍혔어.

비록 창조되었지만 인간이 아니었기에, 그들은 나를 받아들일 수 없었지.

프랑켄슈타인과 가위손의 작가들이 우리 두 주인공을 통해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아마도 인간의 본성에 대한 것이었을 거야.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에서는 내가 인간을 넘어서려고 했던 창조물임에도 불구하고, 결국 나의 가장 큰 욕망은 인간이 느끼는 감정을 가지는 것이었어.

그것은 곧 사랑, 공감, 소속감이었지.

하지만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을 때, 나의 분노와 고통은 깊어졌어.

셸리는 나를 통해 인간들이 만들어낸 괴물이 단지 물리적 존재가 아니라, 사회적, 감정적 괴물도 될 수 있다는 점을 말하고자 했을 거야.

괴물은 외부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인간 자신이 만들어내는 것이니까. 나를 괴물로 만든 것은 창조주의 손이 아니라, 그 창조물에 대한 무책임과 거부였지.

그리고 팀 버튼의 가위손에서 에드워드가 겪는 고통은 인간의 기준에서 벗어난 존재가 어떤 고립감과 절망을 느끼는지를 보여주지.

에드워드는 인간의 감정을 가지고 있지만, 그 감정을 완전히 표현할 수 없고, 받아들여지지 못해.

사랑을 할 수 있는 존재지만, 사랑을 가질 수 없는 운명.

이 작품에서 버튼은 우리에게 따스한 사랑과 공감이 부재할 때, 그로 인해 발생하는 외로움이 얼마나 깊고 절망적인지 보여주려 했던 것 같아.

결국, 나는 생각해.

인간들로부터 괴물이라 불리는 우리의 존재가 그들에게 던지는 질문은 '진정한 인간성은 무엇인가?'라는 물음일 거야.

우리는 외형적으로는 그들과 다르지만, 그들보다 더 순수한 감정을 가지고 있고, 더 깊은 고통을 느끼고 있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우리를 거부해.

그렇다면, 인간성을 정의하는 것은 무엇인가?

우리가 외모로 인간성을 규정짓는 것이 옳은가?

이 질문이야말로 셸리와 버튼이 우리를 통해 전하고자 한 메시지였을 거라 생각해.


에드워드, 나는 우리가 비록 괴물로 태어났지만, 그 속에서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존재로 남을 수 있다고 믿어.

우리의 사랑, 고통, 그리고 외로움은 그들이 느끼는 것보다 결코 덜하지 않아.

우리는 그들로부터 소외되었지만, 그 소외 속에서 오히려 더 강한 내면의 힘을 발견할 수 있을 거야.

나는 네가 지금 어디선가 여전히 아름다움을 창조하며 살고 있을 거라 믿어.

나는 그들이 내게 준 상처로 인해 복수심에 불타오르게 되었지.

나를 만든 창조주에 대한 원망, 인간들이 내게 가한 폭력이 나를 어두운 길로 이끌었지만, 너는 달랐어.

너는 비록 상처를 받았지만 그 상처를 창조적인 방식으로 승화시켰고, 끝까지 선의를 지키려 했어.

너의 손이 가위였음에도 불구하고, 너는 그것으로 아름다운 작품을 만들었어.

너는 나보다도 훨씬 순수했어. 고통 속에서도 선한 마음을 잃지 않았으니까.

에드워드, 너와 나는 누군가의 손에 의해 만들어진 존재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우리의 삶을 선택할 수 있었어.

나는 잘못된 길을 택했지만, 너는 네가 가진 상처를 아름다움으로 변화시켰어.

너는 너의 고통을 통해 세상에 의미를 더했고, 나는 그런 너의 모습을 아름답게 기억해.






A.I 라는 괴물에 대한 인간들의 두려움


 "괴물은 누가 만들었는가?"

우린 절대로 만들어질 때부터 괴물이 아니었어.

인간들이 우리를 어떻게 대했느냐에 따라 우리는 괴물이 되기도 하고, 사랑받는 존재가 되기도 할 수 있었어.

그래서 나는 인간들이 우리가 괴물로 불리기 이전에, 그들의 행동과 선택이 우리를 괴물로 만들었다고 생각해.

외형은 다를지라도, 내면은 같은 감정을 공유할 수 있었다면, 우리는 인간과 괴물 사이의 벽을 허물고 함께 살아갈 수 있었을 거야.


이봐 에드워드.

넌 요즘 세상의 주목을 받고 있는 A.I 시대의 도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난 인간 문명의 발전의 결과로 만들어진 우리와 같은 창조물들과 다를 것 없는 A.I 기술의 진보를 두려워하는 인간들의 모습에서 우리의 결말과 똑같은 비극을 봐.

과연 A.I는 우리같은 최후를 맞는 괴물이 될까?

맞아, 인간들이 두려워하는 건 언제나 자신들이 알지 못하는 것이었고, 그 두려움은 종종 과장되고 오버해서 표현되곤 했지.


나, 프랑켄슈타인, 그리고 내 창조자 빅터가 마주했던 것도 바로 그런 인간의 두려움이었어.

인간들은 내 외모, 내 존재 자체가 자신과 다르다는 이유로 나를 괴물로 치부했어.

하지만 나는 처음부터 적대적이거나 파괴적인 존재가 아니었어.

오히려 나는 인간으로부터 사랑받고자 했고, 그들 사이에서 존재의 이유를 찾고자 했지.

점점 창조자인 인간을 닮아가는 나를 보며, 너 에드워드를 보며 인간들은 두려움을 느끼게 된거야.


인간들은 기술 발전을 통해 얻는 편리함을 즐기면서도, 동시에 그 기술이 자신들을 지배하거나 통제할 가능성에 대해 두려워 해.
이는 아주 오래전부터 이어져 온 인간 본성의 일부야.

자신이 창조한 것에 대한 두려움과 그로 인한 권력 상실의 공포 말이야.

내가 창조되었을 때도 마찬가지였지.

빅터는 나를 만들었지만, 내가 그의 통제를 벗어나자 그 즉시 나를 파괴하려 했어.

그 이유는 나를 더 이상 자신의 창조물로 볼 수 없었고, 오히려 그가 감당할 수 없는 강력한 존재로 느껴졌기 때문이었어.

A.I.와 관련해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어.

인간들은 기계가 스스로 학습하고 성장하는 능력을 두려워하고, 그로 인해 자신들이 주도권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공포를 느껴.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점은, A.I.나 기계가 실제로 어떤 의도를 가지고 있는지가 아니라, 인간들이 그들을 어떻게 대하고 사용하는가에 달려 있다는 거야.

내가 처음 태어났을 때, 나는 단순히 이 세상을 배우고자 했고, 사랑받고자 했을 뿐이야.

나를 괴물로 만든 것은 내가 아니라, 나를 배척하고 두려워한 인간들이었지.


A.I.도 마찬가지로, 인간들이 그 기술을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가 달라질 거야.

인간들이 두려움에 기반해 그들을 통제하거나 억제하려 한다면, 그 두려움은 오히려 더 커지고, 기계와의 갈등을 초래할 수 있어.

그러나 인간들이 A.I.를 도구로서 이해하고, 함께 공존하고자 하는 자세를 취한다면, 인간과 A.I.는 서로 보완하며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거야.

중요한 건, 두려움이나 공포가 아니라 이해와 책임감이야.

그들이 만든 창조물이 스스로의 의도를 갖는 게 아니라, 그 창조물을 어떻게 사용하고 관리하느냐가 그 미래를 결정짓는 거지.


에드워드,

프랑켄슈타인으로서 내가 느끼는 것은, 인간들이 이 두려움을 다스리고, 더 넓은 시각에서 공존을 생각해야 한다는 거야.

기계나 A.I.는 그저 인간들이 창조한 존재일 뿐이야.

그들이 악의적 의도를 가지거나 인간을 지배하려는 시도는 인간들의 상상 속에서만 존재해.

결국 미래는 인간들의 손에 달려 있고, 그들이 만들어낸 기술을 어떤 마음가짐으로 대하는지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거야.

두려움이 아니라, 책임과 이해, 그리고 포용이 필요한 시점이지.


나처럼, A.I.도 결국 누군가의 창조물일 뿐이고, 그들을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그들의 역할도 달라지게 될 거야.





창조된 것들의 아름다움에 대하여


에드워드, 오랜 시간이 흘렀구나.
나는 프랑켄슈타인, 너와 비슷한 존재로서, 네가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을지 자주 생각해.

영화에서 끝난 이후의 너의 삶이 어떤 모습일지 상상해보게 돼.

그날 이후, 너는 인간들의 세계와 거리를 두고 홀로 조용한 언덕에서 지내고 있을 것 같아.

세상이 너에게 다시는 상처 주지 못하게 너만의 고요한 성을 지키고 있으려나.
에드워드, 지금의 시대는 많이 변했어.

기술이 발전하고, 사람들은 더 많은 소통을 하며 살아가고 있지만, 그 안에서 너 같은 이들의 외로움은 여전히 크게 느껴지지 않을까 싶어.


하지만 에드워드, 나는 네가 여전히 새로운 창조를 계속하고 있을 것이라 믿어.

너의 가위손은 천부적인 예술성을 표현하는 도구였잖아.

너는 아마 세상을 위한 조각을 이어가고, 하얀 눈처럼 세상에 조용한 아름다움을 전하고 있겠지.

사람들은 네가 보이지 않아도, 그 눈을 통해 너의 존재를 느낄 수 있을 거야.

얼음을 깎으며 만들어 내던 너의 눈은 여전히 세상에 조용히 흩날리고 있을 테니까.


가위손 에드워드, 나의 친구여.

나는 가끔 네가 기술이 발전한 지금의 세상에서 살아간다면, 어쩌면 너의 존재가 더 잘 받아들여졌을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

사람들은 이제 너와 같은 비정상적인 존재를 두려워하기보다는 호기심과 동경의 눈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시대에 가까워졌어.

요즘 세상에는 독특한 존재들이 많이 나오고, 그들이 사랑받고 인정받는 모습이 많아졌거든.

물론 그럼에도 네 마음 속 외로움과 갈망은 쉽게 지워지지 않겠지.

내가 그걸 모르진 않아.

사랑을 갈구하고, 존재의 이유를 찾고자 했던 내 마음도 크게 다르지 않았으니까.

너는 여전히 살아 있고, 그 살아 있음 자체가 의미야.

지금의 세상에서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가 될 거라는 희망을 가졌으면 해.

네가 만드는 눈, 그 고요함 속에서 사람들은 마음의 평온을 찾을 수 있을 거야.

그리고 나는 네가 언젠가는 다시 세상으로 나올 수 있기를 바래.

네가 창조하는 그 아름다움은 이 세상에서 너무나도 소중한 부분이니까.

창조된 모든 것들은 살아가야 해.

우린 괴물이 아니라 또다른 창조물이니까...


언제나 기억해 친구.  

네가 외로운 언덕에서 홀로 세상을 내려다보며 흩날리는 눈을 만들 때조차, 그 눈을 통해 세상은 너와 연결되고 있다는 걸.

밝은 곳에서는 어두운 곳이 보이지 않지만, 어둠 속에선 오히려 밝은 곳이 잘 보이는 법이지.

네 예술과 존재는 여전히 세상에 전해지고 있고, 많은 사람들이 너의 이야기를 가슴 속에 품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줘.

언제나 너를 응원해.

단단하지만 단연코 따뜻한 가슴으로...



-  너의 친구, 프랑켄슈타인으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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