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경영계획 리뷰, 이대로 괜찮은가?

by 서동재


경영계획 리뷰, 돌아가며 발표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많은 조직에서 OKR파티, 얼라인먼트 데이, 사업계획 점검 등 목표 및 핵심 결과지표를 분기 단위로 설정하고, 이를 공유하고 되짚어 보는 ‘경영계획 리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각 본부나 팀의 조직장이 돌아가며 분기 중 수행한 주요 실적을 발표하고, 협업 이슈에 대해 피드백을 주고받는 방식입니다.
문제는 이러한 회고가 조직 전체의 정렬(align)에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다는 점입니다. 특히나 경영 전략의 효과성을 점검하고 조정하는 데에는 더더욱 한계가 있습니다. 겉으로는 각자의 목표가 잘 달성된 듯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부서별 방향과 실행이 따로 움직이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목표 얼라인, 정말 정렬이라고 할 수 있을까?

OKR을 도입한 조직이 가장 자주 이야기하는 것이 있습니다. "회사의 전략과 팀별 목표를 정렬시켜야 한다." 하지만, 우리가 던져야 할 진짜 질문은 이것입니다. 전략을 실행하기 위해 목표를 정렬하는 방식이 과연 효과적일까요?
목표(goal)는 결과를 의미합니다. 전략(strategy)은 그 결과를 어떻게 만들어낼 것인가에 대한 방향과 방법입니다. 조직이 구성원에게 "목표를 달성하자"고만 이야기하면, 각자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목표를 향해 움직입니다. 결과적으로,

⚫ 충돌이 생기거나,

⚫ 중복된 자원이 낭비되거나,

⚫ 각자의 실행이 조직 전체의 방향성과 어긋나는 일이 벌어집니다.


반면, 회사 또는 상위 단위조직에 긍정적인 영향(Impact)을 미치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를 규명하고 이 과제를 해결하는 대안인 전략을 수립하면, 실행은 훨씬 일관되고 효과적으로 굴러갑니다. 목표를 정렬한 것이 아니라, 실행의 사고방식을 정렬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목표 중심 얼라인 – 숫자는 같지만 실행은 제각각

어떤 스타트업은 “올해 매출 100억 원 달성”이라는 목표를 설정했습니다. CEO는 각 팀에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각자 전략을 세워 실행해보세요.”

그 결과,
⚫ 마케팅팀은 광고비를 대폭 투입해 신규 고객을 유입시키려 했고,

⚫ 영업팀은 파격적인 할인으로 계약 수를 늘렸으며,

⚫ 제품팀은 경쟁사보다 많은 기능을 추가하는 데 몰두했습니다.


각 팀은 회사 목표 달성에 기여하기 위해 열심히 일했지만, 결과적으로:
⚫ 유입된 고객은 제품에 실망했고,

⚫ 할인 계약은 수익성을 해쳤으며,

⚫ 제품은 버그가 늘고 품질에 대한 불만이 쌓였습니다.


결국 회사 목표의 절반도 채우지 못했고, 조직 내부에는 피로와 혼란만 남았습니다. 목표는 같았지만, 실행을 이끄는 전략이 정렬되지 않았습니다.


전략 중심 얼라인 – 실행의 일관성을 기반으로 성과를 창출해야

다른 회사에서는 같은 목표(매출 100억 원)를 설정했지만, CEO는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올해의 전략은 프리미엄 고객층을 집중 공략하고, 재구매율을 높이는 것입니다. 모든 팀은 이 전략 안에서 움직이세요."

이에 따라,
⚫ 마케팅팀은 고급 매체를 활용하고,

⚫ 영업팀은 고가 패키지를 제안하며,

⚫ 제품팀은 품질 개선과 고객 경험 향상에 집중했습니다.


그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 고객당 평균 매출이 상승했고,

⚫ 충성 고객이 반복 구매를 해주었으며,

⚫ 브랜드 이미지도 강화되었습니다.


매출은 초과 달성되었고, 조직은 한 방향으로 깔끔하게 움직였습니다. 전략 중심의 얼라인이 실행의 일관성을 만들어냈습니다.

business plan.png

경영계획 리뷰, 목표를 점검하는 것이 아니라 전략을 회고해야

리처드 루멜트는 『크럭스』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전략은 가정 위에 세워진다. 따라서 그 가정은 명시적으로 정리되어야 하고, 일정 기간이 지나도 여전히 유효한지를 지속적으로 회고할 필요가 있다. 만약 가정이 틀렸다면, 전략은 반드시 수정되어야 한다. 이 과정을 ‘전략 내비게이션’이라고 한다.”

이 말은 최근 많은 조직들이 도입해 운영하고 있는 OKR에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OKR은 전략적 가정을 기반으로 세운 것이어야 하며, 그 가정이 여전히 유효한지를 묻는 것이 경영계획 리뷰의 핵심이 되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OKR은 단순한 관리 도구에 불과하게 됩니다.


OKR의 구조적 한계, OKR에는 ‘전략’이 빠져 있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OKR 자체의 구조입니다. OKR은 ‘도전’과 ‘집중’을 강조하지만, 문제에 대한 명확한 진단 없이 설정된 Objective는 추상적인 미사여구가 되기 쉽습니다. Key Result는 희망사항의 나열에 그치는 경우가 많고, 이니셔티브는 단순한 업무 활동의 나열로 흐릅니다.

즉, OKR은 많은 경우 ‘왜’ 이 목표가 중요한지, ‘무엇을 해결하기 위한 것인지’, ‘어떤 전략적 대안인지를 설명하지 못합니다. 그 결과, OKR은 구성원들에게 전략적 맥락 없이 숫자 목표만 제공하고, 질적인 사고의 전환이나 실행의 통합을 유도하지 못합니다. 리워크팀은 일반적인 경영계획 수립 방식—즉, 목표를 먼저 설정하고 거기서 전략을 도출하는 방식—에 대해 비판합니다. 회사 또는 상위조직의 성공적인 전략 실행을 위한 문제진단, 해결과제를 도출하고, 해결의 대안으로서 전략을 수립한 다음, 그 전략이 잘 실행되었을 때 나타날 결과로서 목표가 정의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말해, 목표는 해결과제가 성공적으로 해결된 모습일 뿐이지 전략 수립의 출발점이 되어선 안 된다는 것입니다.

목표에서 출발한 전략은 구성원에게 어떤 영감도 주지 못하며, 투입 중심의 활동 나열에 빠지기 쉽고, 실행의 통일성도 확보되지 않습니다. 결국 OKR은 성과관리를 위한 프레임워크로 커뮤니케이션을 활성화 한다는 측면에서 유용할 수 있지만, 전략을 설계하고 실행을 일관되게 이끌어 가는 구조로서는 한계가 분명합니다.


전략 중심의 경영계획, 전략 중심의 회고로 전환해야

우리는 경영계획이 성과를 관리하기 위한 도구인 동시에 전략적 실행을 이끄는 시스템이기를 기대합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전략적 문제해결 프레임이 부재한 채 목표-결과 중심으로만 흐르고 있습니다.

정리하자면, 경영계획 리뷰는 목표 점검이 아니라 전략 점검이 되어야 합니다. 그 전략이 무엇을 전제로 했고, 그 전제가 여전히 유효한지, 실행은 전략과 정합성을 가지는지, 그 전략을 유지할 것인지, 보완하거나 폐기할 것인지를 검토해야 합니다.
이제는 경영계획을 ‘목표 중심’이 아닌 ‘해결과제 중심’, ‘전략 중심’으로 수립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전략의 유효성을 되묻고 조정하는 회고가 이루어질 때, 비로소 경영계획은 단순한 문서가 아니라 살아 있는 실행의 지도, 내비게이션으로 기능하게 됩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공직사회의 빙하 아래 들여다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