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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무를 재설계할 때 고려해야 할 5가지 질문

by 서동재

조직장을 인터뷰하다 보면 조직 성과가 기대에 못 미치거나 구성원이 자주 교체될 때 빠지지 않고 나오는 고민이 있습니다.


“우리팀, 직무를 좀 바꿔야겠습니다.”


한편, 퇴직자 인터뷰를 하다 보면 종종 이런 이야기를 듣습니다.


“상사와의 관계도 있었지만, 일이 너무 체계도 없고, 재미도 없었어요. 제가 주도적으로 직무를 재설계하는데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여지도 없었어요.”


이전 아티클에서 직무 R&R이 개인의 성과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반드시 명확히 규명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드렸습니다. 직무 R&R은 일의 목적과 의미를 확인하고, 창출해야 할 성과를 탐색하는 기반이 됩니다.직무의 Role(역할)과 Responsibility(책임)은 고기를 낚는 어부에게 있어 ‘그물손잡이’와 같습니다. 그리고 그물 안에 담아야 할 것은 바로 ‘성과’입니다. 어부가 그물을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손질하듯, 직무의 역할과 책임도 지속적으로 수정하고 보완하는 과정이 굉장히 중요한 것이죠.


오늘은 성과를 길어올리기 위해서 필요한 그물손질 방법(개인 차원의 직무재설계)을 알아보고자 합니다. 직무재설계의 목적은 단순히 업무활동(Task)을 바꾸는 것이 아닙니다. 성과창출에 필요한 가장 기본적인 환경, 구성원이 몰입할 수 있도록 환경을 다시 설계하는 것입니다. 아무리 좋은 조직풍토가 있어도 직무 자체가 매력적이지 않다면 구성원은 쉽게 이탈합니다. 구성원 개인이 직무 설계에 참여하지 못할수록, 조직은 성과창출도 구성원의 몰입도 모두 잃게 됩니다.


그럼 시작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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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무진단: 지금 내 일은 몰입할 수 있는 구조입니까?

직무를 재설계하기에 앞서 먼저 현재의 직무가 매력적으로 잘 설계된 직무인지를 진단단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헤크만(Hackman)의 직무특성화이론은 직무의 ‘동기부여 잠재력’을 판단할 수 있는 구조적 프레임입니다.(참고 아티클 : ‘중증외상센터’에 양재원은 왜 백강혁을 따라갔을까?) 저는 헤크만의 직무특성화 이론에 다섯 가지 항목을 통해 현재 직무의 상태를 점검해보는 것을 제안드립니다. 각 항목은 1~10점으로 스스로 평가해보시기 바랍니다.

☑️ 기술 다양성(Skill Variety): 내가 가진 다양한 지식과 기술을 사용할 기회가 충분합니까?

☑️ 과업 정체성(Task Identity): 내가 일의 전체를 경험하고 있습니까?

☑️ 과업 중요성(Task Significance): 이 일이 고객(동료, 이해관계자, 최종 고객 등)에게 충분한 가치를 주고 있습니까?

☑️ 자율성(Autonomy): 일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데 있어서 나의 의사결정 권한은 충분합니까?

☑️ 피드백(Feedback): 내가 이 일을 잘하고 있는지 알 수 있습니까?

MPS(Motivating Potential Score: MPS)

= (기술 다양성 + 과업 정체성 + 과업 중요성) ÷ 3 × 자율성 × 피드백


만약 이 산식에 의해 계산한 점수가 500점 아래라면 직무재설계를 고려해야 하는 상태에 가깝습니다. 직무재설계를 한다면 특히 낮은 점수를 받은 요소를 중심으로 직무를 재설계하는 개입이 필요합니다. 개인 레벨의 직무를 재설계할 때는 2001년 Amy Wrzesniewski 와 Jane E. Dutton이 고안한 ‘잡크래프팅(Job Crafting)’의 관점을 활용하면 효과적입니다. 전통적으로 직무설계는 조직장이 구성원을 위해 설계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왔습니다. 반면에 잡크래프팅은 구성원이 스스로 주도한다는 측면에서 구성원의 직무오너십을 강화시키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잡크래프팅: 직무를 바꾸는 세 가지 관점

잡크래프팅의 핵심은 자신이 하는 일(Task), 일하는 방식과 관계(Relationship), 일에 대한 의미(Meaningfulness)를 능동적으로 조정하는 것입니다.


☑️ 과업 크래프팅(Task Crafting): 업무 유형, 범위, 방식, 우선순위를 바꿉니다.

☑️ 관계 크래프팅(Relational Crafting): 협업의 방식과 관계의 밀도를 조정합니다.

☑️ 인지 크래프팅(Cognitive Crafting): 이 일의 의미와 가치를 새롭게 해석합니다.

앞서 소개한 헤크만의 직무특성화 이론의 다섯 가지 항목에 따라, 잡크래프팅 관점에서 활용 가능한 질문들을 제안드려보고자 합니다. 이 내용은 팀장이 팀의 직무를 세팅하거나, 구성원이 스스로 직무를 재설계해서 제안할 때 활용할 수 있습니다.


기술 다양성: 내가 가진 다양한 지식과 기술을 사용할 기회가 충분합니까?

기술 다양성은 과업 크래프팅과 밀접한 요소입니다. 구성원들은 기술 다양성을 통해 일을 더 입체적으로 확장할 수 있습니다. 반복적인 업무에서 벗어나 다양한 기술을 적용하는 기회를 스스로 만들어갈 수 있습니다. 다음과 같은 질문에 스스로 답해보면서 직무재설계를 검토해볼 수 있습니다.


☑️ 지금 맡은 업무에서 내가 더 다양한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부분은 어디입니까?

☑️ 어떤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적용해보고 싶습니까?

☑️ 동료 중에서 내가 배우고 싶은 기술이 있는 사람은 누구이며, 그와 협업할 기회는 있습니까?

☑️ 반복적이고 단순한 작업을 줄이기 위해 시스템이나 루틴을 재구성할 수 있습니까?

예를 들어, 단순한 보고서 작성 업무라도 시각화 도구를 적용하거나, 고객 인터뷰를 직접 수행하는 방식으로 전환하면 직무의 기술 다양성이 크게 증가합니다.


과업 정체성: 내가 일의 전체를 경험하고 있습니까?

과업 정체성은 일의 ‘처음부터 끝까지’를 경험하는 것과 관련이 있습니다. 내 일의 흐름이 어디에서 끊기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 만으로도 도움이 됩니다.


☑️ 지금 맡은 업무 중, 시작부터 결과까지 스스로 책임질 수 있는 업무는 무엇입니까?

☑️ 작은 업무라도 시작부터 결과까지 스스로 설계해볼 수 있는 업무는 무엇입니까?

☑️ 더 넓은 시야를 갖기 위해 누구와 함께 업무의 흐름을 조율할 수 있습니까?

☑️ 업무의 흐름을 방해하는 요소(수시 요청, 불필요한 보고 등)는 무엇이며, 이를 줄일 방법은 무엇입니까?

이 항목은 과업 크래프팅과 함께, 협업을 통한 관계 크래프팅도 함께 고려되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이 부분은 A팀에서 처리하니까 나는 여기까지만 하면 돼요”라는 인식 대신, 흐름 전체를 이해하고 조율할 수 있도록 타 부서와 관계를 조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과업 중요성: 이 일은 누구에게 어떤 가치를 주고 있습니까?

이 항목은 인지 크래프팅의 핵심입니다. 일의 의미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몰입의 질이 달라집니다.


☑️ 이 업무의 이해관계자가 누구인지 알고 있습니까?

☑️ 내가 하는 업무가 고객, 동료, 조직에 어떤 가치를 주고 있습니까? 변화가 필요하다면 그 가치를 다시 정의할 수 있습니까?

단순히 “행정지원”이라고 명시된 직무라도, 그 결과로 누가, 어떻게 효익을 얻었는지 구체적으로 인식하는 순간 일이 살아납니다.


자율성: 일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데 있어서 나의 의사결정 권한은 충분합니까?

자율성은 과업 크래프팅의 출발점입니다. 맡은 일, 지시된 대로만 일하는 구조에서는 몰입도 책임도 약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 현재 업무에서 나의 의사결정 권한은 충분합니까?

☑️ 지금 업무에서 의사결정권한을 더 가지고 싶은 영역은 어디입니까?

☑️ 스스로 기획하고 제안해볼 수 있는 업무는 무엇입니까?

☑️ 리더와 함께 나의 의사결정 권한을 확대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입니까?

조직장은 구성원이 주도할 여지를 열어주어야 하며, 구성원은 자신이 더 많은 의사결정을 하고 책임질 수 있는 부분을 스스로 요청할 수 있어야 합니다.


피드백: 내가 이 일을 잘하고 있는지 어떻게 확인할 수 있습니까?

피드백은 동기부여의 필수 요소입니다. 일의 효과성과 효율성을 인식하고, 의미 있는 피드백을 주고받는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 업무의 진전을 확인할 수 있도록 구조를 어떻게 바꿀 수 있습니까?

☑️ 더 많은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프로젝트나 업무와 같은 기회는 무엇입니까?

☑️ 나에게 의미 있는 피드백을 줄 수 있는 사람은 누구입니까?

☑️ 모호한 지시, 성과와 무관한 칭찬이나 비난 등 비효율적인 피드백은 어떻게 줄일 수 있습니까?

이는 관계 크래프팅과 연결됩니다. 누구와 일하느냐, 누구로부터 피드백을 받느냐가 몰입의 질을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나의 직무는 내가 더 좋게 만들 수 있습니다.

직무 재설계는 조직의 전략변화에 따른 우선순위의 변화, 기능의 분화와 통합, 인력에 대한 리소스 이슈 등을 고려해 조직장이 조정해야 하는 경우도 있지만, 구성원이 직무재설계 과정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면 할수록, 이후 직무수행 과정에서 오너십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습니다. 현재 직무를 헤크만의 진단으로 점검하고, 잡크래프팅으로 조정한다면, 그 일은 훨씬 더 구성원 스스로에게 의미 있게 설계될 수 있습니다.
직무재설계는 일방적으로 이루어지는 것도, 혼자서 완성해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조직장과 구성원이 함께 설계해나가는 활동입니다.


지금 내가 바꿀 수 있는 건, 지금 이 일에 던지는 작은 질문 하나입니다. 그 질문이 내가 일에 몰입하는 방식을 바꾸고, 팀의 성과를 바꾸게 됩니다. 지금 직무특성 다섯개 항목 중에서 내가 가장 낮은 점수를 준 항목은 무엇입니까? 그 지점을 바꾸는 것이 바로 나의 일, 나의 커리어를 바꾸는 시작입니다. 오늘, 직무를 다시 그려보는 용기를 내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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