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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풍토·리더십스타일 피드백 가이드

진단결과를 성장의 발판으로

by 서동재

2002년 구글은 재미있는 실험을 합니다. 당시 관료적인 조직문화를 경계하면서 조직장의 역할에 대해 회의적인 인식이 있었던 초기 구글은 “과연 조직장이 없어도 성과를 낼 수 있을까?”라는 질문과 함께 ‘조직장이 없는 수평적 조직’ 실험에 돌입했습니다. 그러나 불과 몇 달 만에, 이 실험은 기본적인 커리어 상담조차 이뤄지지 않는 심각한 혼란을 초래하며 실패로 귀결되었습니다. 이후 구글은 조직장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되었고, 2008년 “무엇이 조직장을 더 위대하게 만드는지 설명하기 위한 연구”로 많이 알려진 구글의 산소프로젝트(Project Oxygen)를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최근 리더십과 관련해 또 한 가지 중요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많이 알려진 대로 올해 들어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메타 등 빅테크기업들이 최소 수천 명에서 최대 수만 명 수준의 대규모 인력 감축을 연이어 추진 한 것입니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의 경우 지난 5월 7천 명에 이어서 7월에는 9천 명을 추가로 해고하면서 본격적인 AI시대를 대비하고 있다는 전망이 확산되었습니다. 눈여겨보아야 할 내용은 초급 실무자가 수행하는 단순 반복 업무 뿐만 아니라 AI agent(AI가 스스로 판단하고 의사결정까지 내리는 기술)의 발달로, 조율과 판단을 요구하는 중간관리자 직무까지 대거 해고 명단에 오른 것입니다. 정말 ‘대압착 시대’가 온 것일까요? 전망은 다양합니다. 정보를 공유하고, 직무를 설계하고, 업무를 배분하는 기능이 축소되면서 조직장의 일자리가 축소될 것이라는 전망과, AI로 인해 더욱 복잡해진 경영환경 속에서 이제는 일하는 방식의 변화를 만들어가는 코치, 촉진자로서의 역할이 더욱 강조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AI시대, 중간관리자의 축소론과 확대론 사이에서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조직장은 구성원들이 조직의 성과 창출에 기여할 수 있도록 통합하고, 정렬시켜야 하고 또한 구성원이 가지고 있는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것입니다.

구글의 실험과 최근 AI시대 중간관리자의 대규모 감원, 이 두 가지 장면이 던지는 메세지는 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관리자는 사라질 수 있지만, 리더의 필요성은 더욱 선명해진다.” 인간만이 고유하게 발휘할 수 있는 조직장의 역할, 리더십의 본령은 더욱 강조될 것이라는 점입니다. 그렇다면 여러분이 속한 조직의 리더십은 어떤 모습인가요? 리워크팀은 최근 한 기업과 함께 인사관리시스템 구축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지식노동자로 일하는 방식의 변화’가 실제로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구성원의 목소리를 통해 점검하고, 변화를 위해 조직장이 어떤 영향을 미쳐야 하는지, 조직장의 역할과 행동에 대해 함께 논의하는 워크숍을 열었습니다.

이를 위해 워크숍 전, 팀별 조직풍토·리더십스타일 진단하고 그 결과를 각 팀장에게 먼저 전달했습니다. 덕분에 워크숍 주제에 대한 팀장들의 관심과 몰입이 높아졌고, 이후 각 팀장을 대상으로 1:1 피드백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오늘은 조직풍토, 리더십스타일 피드백 인터뷰를 진행한 사례를 통해서 효과적으로 변화를 이끌어가는 방법을 다뤄보겠습니다.
자, 그럼 시작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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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조직풍토, 리더십스타일을 진단해야 할까?


조직풍토는 흔히 “우리 팀이 고성과를 창출할 수 있는 분위기인가?”를 묻는 개념으로 ▲자율성 ▲혁신성 ▲최고지향 ▲리스크 감당 ▲공정성 ▲허용 ▲조직미션 ▲개인역할 ▲헌신 ▲자부심 ▲협력 ▲동질감, 총 12개 차원으로 구성됩니다. 리더십스타일은 “우리 조직장은 이런 상황에서 이런 행동을 할 것이다”에 관한 개념으로 일반적으로 다니엘 골먼(Daniel Goleman)이 제시한 6가지 유형(비전형·코칭형·관계중시형·민주형·지시형·솔선형)으로 구분합니다. 콘페리헤이그룹(Korn Ferry Hay Group)에 따르면, 조직의 성과창출에 약 30%는 조직풍토가, 그리고 조직풍토의 70%는 리더십스타일이 영향을 미칩니다. 즉 두 요소는 긴밀히 연결되어 있으며, 조직의 성과창출 수준과 직결됩니다. (예를 들어 지시형 리더십스타일을 많이 발휘하는 경우 단기적으로는 명확성을 높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자율성을 떨어뜨릴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조직풍토가 조직의 성과에 영향을 주는 이유는, 조직의 ‘분위기’가 구성원의 행동과 일하는 방식 전반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조직풍토, 리더십스타일 피드백 인터뷰를 진행할 때, 조직풍토와 리더십스타일이 구성원들이 체감하는 주관적 경험과 관련이 깊다는 것을 이해하고 ‘조직구성원의 관점’에서 회고하고 미래지향적인 대화를 나누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피드백 인터뷰, 이렇게 진행한다.


조직풍토·리더십스타일 피드백 인터뷰의 목적은 진단결과를 메타적으로 조망함으로써 자기인식(Self awareness)을 높이고, 조직장의 구체적인 행동 변화를 촉진하는 것입니다. 인터뷰어는 탐색형 질문을 통해 대화를 주도하기보다, 인터뷰이인 조직장이 스스로 대화를 이끌어가도록 유도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진행은 아래와 같은 흐름을 고려해 반구조화된 형식으로 진행됩니다.
1️⃣ 진단의 목적과 배경을 다시 설명하고, 전체 조직 평균을 리마인드합니다.
2️⃣ 팀 진단 결과를 개선 판단 기준과 비교해, 보다 향상될 필요가 있는 항목을 확인합니다.
3️⃣ 특히 점수가 낮거나, 조직장과 구성원의 인식 차이가 큰 항목을 함께 리뷰합니다.
4️⃣ 진단 결과에 대한 느낌, 관련해서 떠오르는 장면들을 함께 떠올려보고, 변화의 초점을 조직장 자신에게로 옮깁니다.
5️⃣ 개선 포인트를 명확히 하고, 새롭게 시도하거나, 제거할 관행 등 액션플랜을 구체적으로 그립니다.
이렇게 인터뷰가 끝났을 때 “이렇게 하면 되겠네요”라는 확신과 자기효능감을 느낀다면, 성공적인 인터뷰라 할 수 있습니다.


조직풍토, 리더십스타일 개선이 어려웠던 사례


✅“진단결과를 신뢰할 수 없어요” 유형 : 일반적으로 진단결과가 좋지 않은 경우, 인터뷰이는 에너지레벨이 다소 낮은 상태로 인터뷰에 참여하게 됩니다. 가장 어려운 경우는 조사결과의 신뢰도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경우입니다. 응답의 성실성에 의문을 제기하거나, 조사결과에 대한 활용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편향이 발생했다고 보는 것이죠. 이런 경우 서베이 진행과 결과활용에 대한 프로세스를 투명하게 다시 설명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구심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적절한 반영(reflection)을 통해서 이 인터뷰의 본래 목적에 대한 좀 더 자유로운 대화를 통해 일종의 코칭세션처럼 유연하게 운영하는 것이 향후 변화대화를 이끌어 내는데 유리할 수 있습니다.
✅“내가 할 수 있는게 (거의) 없어요” 유형 : 또 다른 예는 조직장으로서 할 수 있는 액션을 이미 충분히 다 하고 있다고 믿는 경우입니다. 이러한 경우는 조직장으로서 본인이 조직풍토 개선에 기여할 수 있는 것이 제한적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조직구조, 인력문제, 차상위조직장의 리더십스타일, 경영진의 요구사항과 관련된 일하는 방식에 대한 이슈 등 팀장으로서 스스로 의사결정할 수 없는 다른 요인들이 조직풍토에 영향을 미치고 있어서 본인이 할 수 있는 것이 제한적인 상황이라는 것이죠. 이때는 그러한 조직장의 발언에 적절하게 반영(reflection)을 해가면서, 인터뷰의 본래 주제로 포커스를 조정해가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조직풍토와 리더십스타일을 스스로 개선해 나가는 조직장의 특징


반면에 인터뷰어가 특별한 질문을 하지 않아도, 스스로 진단결과를 다양한 각도에서 해석하고 구체적인 장면을 떠올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최근 진행했던 인터뷰에서는 조직풍토, 리더십스타일 결과가 상위 5%에 해당하는 매우 좋은 경우가 있었습니다. 결과가 좋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팀장은 조직풍토의 여러 차원들 사이에서 상대적인 비교를 통해서 개선해야 하는 포인트가 무엇인지 도출하고, 앞으로 예상되는 조직세팅과 관련된 변화와 관련하여 본인의 전략과 그 리스크에 대한 고민들을 공유하거나, 최근 조직풍토 개선을 위해 시도했던 작은 사례들을 공유하면서 더 효과적인 방법이 어떤 게 있을지 의견을 묻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렇게 통제 위치 (Locus of Control)를 외부가 아닌 본인에게 두고 구체적인 실행과 작은 성공에 초점을 두는 경우 조직풍토, 리더십스타일을 개선해 나갈 가능성이 높은 경우가 많았습니다.


변화의지가 낮은 조직장과의 대화: DARNCAT를 활용하라


만약 조직장의 변화의지가 약하다면, 조직장이 스스로 변화하고자 하는 언어를 더 많이 할 수 있게끔 내재적 동기를 촉진하거나, 조직장이 갖고 있는 양가감정을 확인하면서 변화에 대한 불안이나 망설임을 해소할 수 있도록 대화를 이끌어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때 고려해볼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DARNCAT’ 입니다. 인간중심 상담기법 중 하나인 동기면담(Motivational Interviewing, MI)에서는 내담자가 스스로 변화의 필요성, 의도, 능력, 다짐 등을 이야기하는 것을 변화대화(change talk)라고 하는데, 변화대화를 효과적으로 이끌어내기(Cultivating) 위해 (Desire (욕구), Ability (능력), Reasons (이유), Need (필요성), Commitment (헌신), Activation (활성화 또는 준비 태세), Taking Steps (실제 행동 단계) 이렇게 7가지 요소를 통해 인터뷰이의 동기와 준비성을 파악하거나 유도할 때 활용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아래는 실제로 조직풍토, 리더십스타일 피드백 인터뷰를 할 때 ‘DARNCAT’를 고려해서 활용해볼 수 있는 탐색질문에 대한 예시입니다.

✅ Desire (욕구 : 변화가 ‘왜’ 필요하다고 느끼는지, 혹은 어떤 이상적인 상태를 원하는지 끌어내기)
"팀장님은 우리팀이 어떤 팀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 “지금 상황이 완벽하지 않다고 느낀다면, 팀이 앞으로 더 나아갔으면 하는 모습이 어떤 걸까요?”

✅ Ability (능력 : 할 수 있는 여지가 조금이라도 있다는 인식을 꺼내기)
“혹시 지난 6개월 동안 팀장님이 무언가 의도해서 작게라도 개선된 사례가 있었나요?”

✅ Reasons (이유 : 변화해야 할 이유를 구체화하고, 논리적으로 스스로 말하게 만들기)
“만약 작은 변화라도 일어난다면, 팀원들이 고성과를 창출하는데 어떤 영향이 있을까요?”

✅ Need (필요성 : ‘지금’ 움직여야 하는 이유를 강조하기)
“지금 시점에 변화를 고려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세요? 만약 그걸 미루면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을까요?”

✅ Commitment (헌신 : 의지를 구체적인 행동 계획으로 바꾸기)
“그럼 이번 분기 안에 해볼 수 있는 한 가지 시도를 꼽는다면 무엇일까요?”

✅ Activation (활성화 : 준비 상태를 점검하고 실행 가능성을 높이기)
"그걸 해보려면 어떤 준비나 지원이 있으면 좋을까요?” / “지금 당장 착수할 수 있는 첫 단계는 뭐가 있을까요?”

✅ Taking Steps (행동 단계 : 이미 시작된 행동을 강화하고 확장)
“그 경험을 조금 더 확장하면 어떤 결과가 가능할까요?”


조직풍토, 리더십스타일 진단은 구성원들의 ‘일하는 마음’에 응답하는 일

조직풍토와 리더십스타일 결과를 읽어나가는 일은 구성원들의 일하는 마음을 읽어내려가는 일입니다. 때로는 그 숫자 안에 구성원들의 설렘이나 열정, 자부심도 있지만, 상처와 분노도 있습니다. 당연하게도 현실을 마주하는 것은 때로는 불편하고, 두렵기도 합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중요한 것은 이 고통을 해결하는 방법은 직면하는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직면하는 것이 모든 것을 바꿀 수는 없지만, 직면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꿀 수 없습니다.


이제 조직장이 응답할 차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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