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성과관리를 활성화하기 위한 출발점

by 서동재

성과를 관리해 나간다는 것은 우리가 하는 일의 효과성을 높여간다는 것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성과관리’는 각 직무 담당자가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기 위해 가설을 세우고 의사결정을 내리는 과정을 지원하는 다양한 활동들을 뜻합니다. 이전에도 강조드렸던 일하는 방식의 변화, 어쩌면 오래된 미래일 수도 있는 ‘지식노동자’로 일하는 방식도 이와 같은 맥락일 것입니다. 일상적으로 표현하면, 일을 하면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효과적으로 베팅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성과관리는 조직 레벨에서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의 지식노동자로서 일하는 근육, 즉 베팅력을 높이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조금 다릅니다. 흔히 성과관리라고 하면 성과평가를 먼저 떠올립니다. 성과평가는 성과관리의 하나의 요소임에도 불구하고 성과관리 = 성과평가라고 인식하기도 합니다. 현실에서 성과관리의 목적이 고성과를 창출하는 데 있다기보다는 평가 그 자체에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보니 이러한 현상이 발생합니다. 이같은 현상이 나타나게 되는 전제는 구성원들이 인정하는 성과평가 결과를 만들어 이것에 따라 보상을 차등적으로 결정하면 성과평가를 잘 받기 위해 노력할 것이고, 이 과정에서 고성과가 창출될 것이라는 가정에 기반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같은 전제가 성과관리에 미치는 폐해는 너무나 큽니다. 결국 성과평가를 잘 받기 위한 활동이라고 인식하게 되면, 성과관리의 모든 활동은 평가를 잘 받기 위해 필요한 정당성을 확보하는, 형식적인 활동으로 치부되어 버리게 됩니다.


이러한 인식 속에서 성과관리 도구들은 그 자체가 고성과를 창출하는 데 도움이 되는 도구라기보다는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또 하나의 일처럼 인식됩니다. 그러면 성과관리 시스템은 구성원에게 도움이 되기보다는 귀찮은 일로 인식되면서, 시스템 본래의 효능감을 잃게 됩니다. 결국 구성원의 시간을 빼앗고,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역효과를 낳게 되는 것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가는 해야 하기에 제도를 유지하게 됩니다. 성과관리 시스템은 마치 차악을 선택하는 것처럼 어쩔 수 없이 유지하는 제도로 인식되며 조직에 남아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현실에서 성과관리 도구들의 목적을 재정의하고 안착하려면 어떻게 첫 발을 떼야 할까요? 오늘은 성과관리의 도구들, 특히 성과를 창출하는 과정에서 도움이 되는 도구들이라고 할 수 있는 상시 360도 피드백, 의사결정 체계, 1on1, BSC(KPI)를 도입하는 데 있어서 첫발을 어떻게 떼는 것이 효과적일지에 대해 다뤄보겠습니다.


자, 그럼 시작해보겠습니다.


nli.png


상시 360도 피드백, 첫 걸음은 리더부터


상시 360도 피드백은 일반적으로 굉장히 낯선 활동 중 하나입니다. 일반화하는 것이 조심스럽긴 하지만, 특히 한국과 일본과 같이 고맥락 언어가 발달한 동아시아 문화권에서는 직접적인 커뮤니케이션이 지양되고, 애둘러 간접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권장되는 것이 피드백을 어색하게 하는데 한몫을 하기도 하고, 또한 위계적인 조직 풍토로 인해 심리적 안전감이나 리스크 감당이 떨어지는 조직일수록 동료들끼리 수평적으로 피드백을 주고받는 것이 어색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때로는 또 다른 평가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럴 때는 어떤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 효과적일까요? 넷플릭스도 피드백 시스템을 고안하는 과정에서 비슷한 고민을 했습니다. 어떻게 피드백을 주고받는 문화를 활성화시킬 수 있었을까요?


포인트는 심리적 안전감을 가장 빠르고 효과적으로 확보하는 길은 리더들이 피드백을 ‘먼저 받는 것’이었습니다. 꽤 많은 리더들이 피드백 문화를 활성화한다는 명목으로 팀원들에게 먼저 피드백을 줍니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은 피드백이 수직적으로 작동하게 만들고, 효능감을 느끼기 어려운 상태로 가게 될 가능성을 높입니다.


조직의 ‘핵심가치’나 ‘행동규범’과 연계해, 리더가 먼저 자신의 행동을 점검하고 피드백을 받는 것이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리더가 피드백을 받게 되면 구성원들의 피드백에 대한 생각과 느낌, 변화 필요성에 대한 인정, 그리고 구체적인 변화 계획을 구성원들과 공유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리더가 피드백의 효용감을 먼저 느끼고, 그 경험을 공유할 때 피드백을 주고 받는 문화가 좀 더 자연스럽게 정착될 수 있습니다.



구성원이 주도적으로 의사결정, 작은 변화에서부터 시작하기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의사결정은 지식노동자의 일하는 방식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의사결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실행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시도를 하게 됩니다.


만약 우리 회사의 일하는 방식이 실행하는 사람과 결정하는 사람이 따로 있다는 인식이 강하다면 어떨까요? 일반적으로 품의에 의한 결재 시스템을 갖고 있는 경우 이와 같은 인식이 강할 확률이 높습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일하는 방식은 그만큼 지식노동자로서의 일하는 방식을 저해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중요한 의사결정이 윗사람의 승인에 의해 이루어지는 조직 풍토를 갖고 있다면, 구성원이 주도하는 의사결정 시스템을 도입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이것은 구성원에 대한 신뢰의 이슈이기도 하고, 조직장의 역할에 대한 조직 내 암묵적인 R&R 문제이기도 합니다.


이와 같은 조직 풍토를 단번에 바꾸는 마법 같은 도구는 없습니다. 먼저 시도해볼 수 있는 것은 개인 성과계획상에 수립한 성과, 즉 해결 대안을 추진하는 데 필요한 의사결정을 ‘승인’이 아닌 ‘이해관계자의 의견 청취 후 실행’의 프레임으로 변화시키는 것입니다.


즉, 해결 대안의 설계 → 이해관계자의 의견 청취 → 확정 및 공유 → 실행 결과 공유 및 회고의 순서로 의사결정 프로세스를 바꿔 적용하는 것입니다. 우선 개인 성과계획에서 수립한 해결 대안을 추진하는 과정에서부터 이 내용을 적용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이렇게 하면서 스스로 의사결정하는 비율을 높여가는 조직적 근육을 키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1on1, 통합과 정렬로 초점 맞추기


1on1은 비교적 가볍게 시작해볼 수 있는 성과관리 도구 중 하나입니다. 한국의 많은 조직들이 제도화를 통해 자리 잡아가고 있습니다. 1on1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활성화 자체도 있지만, 의식적인 대화를 통해 초점을 잘 맞추고 있는가 하는 점입니다. 1on1에서 이야기 범위가 너무 넓지는 않은가요? 예를 들어, 개인사나 일상 업무 코멘트로 대화 초점이 흐려질 수 있습니다. 이럴 경우 1on1의 목적과 취지에 맞게 초점을 조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1on1의 가장 큰 목적은 “통합과 정렬”입니다. 조직 풍토에서 명확성이 다른 차원에 비해 선행된다고 말할 수 있을 만큼, 명확성이 높아져야 유연함, 신뢰감, 팀몰입과 같은 다른 차원도 좋아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통합과 정렬은 언제나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으며, 어쩌면 경영의 본질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HR에서 1on1을 안착시키는 데 필요한 첫걸음은, 1on1에서 통합과 정렬에 필요한 핵심 질문과 미팅 프로세스의 에센스를 구성원들에게 공유하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미팅을 촉진하거나 캠페인을 통해 1on1의 목적을 환기시키는 작업을 해야 합니다. 더불어 1on1이 목적에 맞게 운영되면서 구성원들이 효용감을 느끼고 있는지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그 결과를 구성원들과 공유해 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KPI, 평가가 아닌 인사이트를 도출하기 위한 대시보드로


KPI는 수많은 경영 도구 중에서 가장 오해가 많은 도구 중 하나입니다. 한국에서는 특히 KPI가 평가도구로 알려지면서, 마치 각 조직별 평가의 기준처럼 인식되었습니다. OKR의 경우 경영계획을 수립하고 커뮤니케이션하기 위한 도구임에도, 마치 KPI를 대체할 수 있는 도구처럼 알려져 현장에서 혼란을 부추기기도 했습니다. 그간 강조드린 것처럼 KPI를 창안한 카플란과 노튼 교수의 말을 빌리자면, KPI는 평가도구가 아니라, 대시보드로서 경영의 효과성을 측정하고, 구성원이 성과 창출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도구입니다.


따라서 KPI는 평가하기에 용이한 것을 지표로 삼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현재와 미래에 우리의 전략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실행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 전략을 조정하는 데 얼마나 인사이트를 줄 수 있는지, 지표와 지표 간의 연관성을 통해 해석력을 어떻게 높일 수 있는지가 핵심입니다.


만약 경영진이 이러한 지표보다는 매출 실적과 같은 최종 결과에만 관심을 갖고 있다면 어떻게 될까요? 구성원과 경영자 모두 문제 해결을 위한 인사이트를 도출하기 어려운 조건에 놓이게 됩니다. 결국 ‘현재 하고 있는 일을 더 열심히’ 하면서 스스로 공회전할 수 있습니다.


최근 많은 기업들이 경영의 불확실성이 커짐에 따라, 안타깝게도 오히려 경주마의 눈가리개처럼 스스로 시야를 좁히고 KPI를 통해 부서별 실적을 쥐어짜는 형태의 경영 방침을 강화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최종적으로 좋은 결과를 만들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풀어야 하는 문제가 무엇인지 파악해야 합니다.


경영환경에 있어서 불확실성이 크다면 KPI를 평가가 아닌 메타인지를 위한 도구로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을 제안드립니다. 경영상에 커다란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현재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는 영역은 어디인지, 앞으로 개선하거나 강화해야 할 영역은 어디인지를 우선적으로 고려하여 지표를 제로베이스에서 다시 세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금’, ‘우리’에게 반드시 필요한 대시보드를 마련하는 것부터 출발해보면 어떨까요?



HR의 변화 : 작게 쪼개되, 에센스를 담아 시작하기


청소기와 헤어드라이기로 유명한 다이슨은 최초로 먼지 봉투 없는 청소기를 개발하여 큰 성공을 이루었습니다. 다이슨은 이 기술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5년동안 집에서 손수 5,127개의 프로토타입을 제작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렇다면 다이슨이 이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첫 번째 프로토타입을 만드는데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했을까요? 다이슨은 톱밥 공장의 사이클론 집진기를 보고 집으로 돌아가, 고장 난 청소기에서 먼지봉투를 제거한 뒤 골판지와 테이프로 첫 프로토타입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청소기가 작동한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첫 번째 프로토타입을 만들고 작동을 확인하는 데 걸린 시간은 단 2시간이었습니다.


HR은 흔히 애자일하기 어렵다고 말합니다. 구성원들에게 미치는 파급력을 고려할 때, 때로는 사안에 따라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할 부분도 있습니다. 그러나 변화를 만들어간다는 측면에서 HR은 먼저 스스로 무행동(inaction)에서 벗어나는 것 역시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불가능성에 대한 믿음을 약화시키기 위해서는, 희망을 더 구체적으로 만들어가는 것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작게 쪼개서 실행하되 그 안에 핵심적인 운영 원리를 담아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그 시도를 통해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는 힌트를 얻는 것입니다.


HR, 더 좋은 방식은 늘 있습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성과평가 결과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6단계 프레임워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