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요한 테스트에서 몇 번이나 실패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나는 워크숍을 할 때마다 최소한 다섯 번 실패하지 않으면 걱정하기 시작한다. 내가 그 정도로 실패하지 않는다면 스스로를 철저하게 테스트하고 있지 않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내가 무례한 방문자 또는 완벽하게 해결할 수 없는 다른 문제를 겪지 않았다고 가정해 보자. 그것이 내가 완전히 성장해서 성숙한 인격을 갖추고 있다는 의미일까?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누군가가 나를 성장으로부터 보호하고 있다는 의미일 가능성이 더 크다. 그 누군가는 아마도 나 자신일 것이다.
- 제럴드 와인버그 ‘테크니컬 리더’ 중에서
상반기에 많은 이벤트들이 있었는데, 일적으로나 개인적으로나 눈앞에 과제들을 해결하느라 경주마처럼 좁은 시야로 달린 것 같다. 특히 4월부터 6월까지는 이사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돌아보니 무엇 하나 쉬운게 없었다. 지금은 한숨돌리며 여기가 어디인지 어디로 가야하는지를 살펴보면서 운전대를 조금씩 조정해가는 중이다. 회고를 하는데 미적거린 이유가 무엇일까 곱씹어보았는데, 단순하게도 생각처럼 되지 않은 일들이 꽤 많았기 때문이다. 달리말하면 ‘실패’가 많았다.
제럴드 와인버그는 『테크니컬 리더』에서 “실패하지 않는다면 스스로를 제대로 테스트하고 있지 않은 것”이라고 말한다. 실패는 성숙의 결과라기 보다 성장의 조건이다. 상반기를 돌아보면 나 역시 많은 ‘실패’를 경험했다. 그래서 이번 회고는 일종의 ‘실패일기’다.
1. 한국사회는 여전히 실패를 ‘성공한 사람만이 말할 수 있는 무용담’으로 소비하는 경향이 있다. 실패 자체보다는 성공을 돋보이게 하는 전리품쯤으로 여기는 문화다. 2. 애자일 조직이라면 실패를 학습의 기회로 바라봐야 한다. 에이미 에드먼슨이 말했듯, 실패에는 스펙트럼이 있고 무책임한 실수가 아니라 탐색적 실험에서 비롯된 실패는 장려되어야 한다. 실패를 안전하게 드러내고 배울 수 있는 환경, 곧 심리적 안전감이 필수적이다.
D사: 2022년부터 상주하면서 진행하고 있는 D사 프로젝트는 어느덧 4년차를 맞이했다. 올해부터는 D사의 자회사의 프로젝트도 하고 있다. D사의 경우 고성과창출을 위해 필요한 ‘실행’에 초점을 맞춰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일하는 방식과 리더십을 주제로 워크숍을 진행했고, 팀장들을 대상으로 그룹코칭을 진행하기도 했다. 조직풍토-리더십스타일 진단은 D사에서는 처음 진행했는데, 팀장별로 피드백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조직풍토 개선을 위해 새롭게 시도해볼 수 있는 것들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그런데 아쉽게도 ‘실행’을 돕는 핵심 도구들 ― 1on1, KPI, 상시 360도 피드백, 의사결정 체계 ― 는 여전히 충분히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하반기에 HRBP들과 함께 작게 시도해볼 수 있는 것부터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실행해보는 계기를 마련하는게 필요하다.
M사: IPO를 준비하는 스타트업. 여느 스타트업처럼 성취지향적인 문화를 갖고 있고, 경영자는 좀 더 장기적인 관점에서 HR을 합리화하고 구성원들이 차별적인 성과를 창출하는데 초점을 맞추는 조직이 되길 희망했다. 우리가 제안한 것들 중에서 여러가지를 채택했지만 결정적으로 직급을 ‘일의 크기’ 개념으로 전환하는 내용, 조직장이 인사관리 운영 주체가 될 수 있도록 권한을 위임하는 부분은 굉장히 제한적으로만 수용했다. 스타트업은 대개 업의 특성상 인력운영의 유연성이 중요하다. 거기다 조직장은 인사관리자가 아니라 뛰어난 실무자로 포지셔닝되어 있다. 그러다 보니 직무관리와 성과관리의 운영 부담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고객의 입장에서 충분한 솔루션을 주지 못했다.
N사: 80년 역사의 제조업. CEO의 요구로 인사혁신TF를 앞두고 각 계열사별 인사담당자들이 모여 워크숍을 하는데 강의과 워크숍 진행을 의뢰해왔다. 워크숍은 총 3일이었고, 문제에 대한 진단과 함께 인사관리 혁신에 필요한 이론적인 학습들을 주로 다루고, 해결대안을 논의하는 워크숍을 가졌는데 논의된 대안들이 인사관리 혁신 수준이라기보다는 실무적인 차원에 머물러, 지엽적인 문제만 다루는 경향이 있었다. 결과적으로 회사가 갖고 있는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법을 좀 더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혁신사례를 공유하는 컨설팅 성격으로 3일차 워크숍운영을 변경하게 되었다. 반응은 반반이었다. 변화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제안하는 사례들이 시도해볼만한 가치가 있다는 반응과, 우리가 할 수 있을까? 한다고 정말 좋아질까? 실행하는 과정에서 혼란스러울 것 같은데? 같은 반응도 있었다. 최근엔 워크숍 이후 어떻게 추진해나가면 좋을지 후속논의를 진행중이다. 조직풍토-리더십스타일 서베이를 통해서 조직장들과 충분히 대화를 나누는 것 부터 시작해보면 어떨까 싶다.
컨설턴트로서 4년차가 되면서 올해 가장 고민하는 것은 실제 인사관리시스템을 구축하고 실행하는 과정에서 어떻게 하면 구성원들이 좀 더 운영에 대한 효능감을 느낄 수 있을까? 라는 것이다. 늘 그렇지만 ‘아는 것’과 ‘할 줄 아는 것’은 다르다. 또 ‘내용을 전달하는 것’과 ‘이렇게 하면 되겠네’라고 공감하며 에너지를 얻고, 스스로 실천으로 옮기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이다. 결론은 단순하다. 의도된 작은 실패를 더 쌓아가야 한다. 그리고 그 실패에서 다음 시도를 추동할 수 있는 레슨런을 건져올려야 한다. 불가능성에 대한 믿음을 약화시키기 위해서는, 희망을 더 구체적으로 만들어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작게 쪼개서 실행하되 그 안에 에센스를 담아 일단 운영하는 것 중요하다. 아무튼 우리팀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