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하는 과정은 언제나 크고 작은 질문과 저항에 직면하게 됩니다. 특히 시스템이 단순히 툴(Tool)의 변화를 넘어 조직의 일하는 방식과 풍토 전반을 바꾸는 '변화 관리(Change Management)'의 영역이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오늘은 지난번에 이어 현장에서 자주 제기되는 핵심적인 질문들에 대한 답변과, 변화 관리의 성공에 초점을 맞추기 위해 인사 담당자 및 경영진 여러분이 반드시 해야 할 일들에 대해 심도 있게 이야기 나누어 보겠습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의 조직이 인사관리시스템의 성공적인 안착을 통해 조직의 미션을 실현하기 위한 ‘문제해결’에 보다 집중하는 조직으로 거듭나기를 바랍니다.
실리콘밸리의 유명한 그로스전문가이자 엔젤 투자자인 고쿨 라자람(Gokul Rajaram)은 매출(Revenue)은 후행지표이기 때문에 위대한 CEO들은 대외적으로도, 내부적으로도 커뮤니케이션에서 의도적으로 이 표현을 배제하고 목적, 전략, 고객, 제품에 관한 스토리텔링의 방향을 제시하는 데 집중하고, 구성원을 통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하지만 꽤 많은 경영진들은 여전히 '수익성 제고'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과연 수익성 제고를 위한 활동을 조직 차원의 핵심 해결 과제나 전략으로 설정하고, 이를 구성원들의 성과 평가에 반영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적절할까요?
수익성 제고에만 초점을 맞추게 되면, 구성원들이 지식 노동자로서 갖춰야 할 장기적이고 통합적인 시야를 갖는 데 심각한 장애가 될 수 있습니다. 단기적인 비용 절감이나 매출 증대에 매몰되면서, 결과적으로 고객이나 협력사, 심지어 내부 동료들과의 가치가 상충되는 일들이 벌어질 위험이 커지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연구 개발비를 과도하게 절감한 결과 장기적인 품질 저하를 초래하는 상황 등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기업의 현금 흐름에 치명적인 위기가 찾아온 비상 상황이 아니라면, 수익성 제고를 위한 활동을 조직 차원의 근본적인 문제나 전략으로 삼는 것은 일반적으로 적절하지 않습니다. 물론, 이런 특수한 상황에서 조직차원의 해결과제, 전략과 정렬된 비용 절감을 위한 '일하는 방식의 변화'에 대한 혁신적인 아이디어는 조직의 효율성을 높이는 중요한 '성과'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다만, 재무적 결과와 직접 연결된다고 주장하는 개인의 ‘성과 창출’에 대해서는 조직적인 차원에서 이를 ‘성과’로 인정할지 여부에 대한 일관성 있는 판단이 매우 중요합니다. 재무적 결과에 대한 과도한 강조는 지식 노동자의 본질적인 성과 창출, 즉 문제 해결을 저해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단기적인 숫자가 아닌, 장기적인 가치 창출에 기여하는 성과를 중심으로 일관된 관점을 갖고 소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성과평가를 하면서 개인차원에서 창출한 성과가 조직의 어떠한 전략과 정렬되었는지를 강조하다보면 전략과 무관하지만 ‘성과’를 창출했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지난번 아티클에서 말씀드린 성과의 세 가지 유형 중 기본 업무 수행 개선형 성과와 동료 기여도 향상형 성과가 여기서 포함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때 ‘전략’이라는 것은 조금 다른 차원을 포괄하는 것이라고 봐야하지 않을까요?
일반적으로 성과 창출이 조직의 전략 실행에 정렬되어야 한다는 점은 모두 동의하실 겁니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전략’은 과연 무엇을 의미할까요? 명시화된 경영계획 속의 내용만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만약 그렇게 좁게 정의한다면, 급변하는 비즈니스 환경 속에서 유연하게 대처하며 성과를 만들어내는 현장의 역동적인 활동들을 모두 포괄할 수 없을 것입니다. 전략은 사전에 계획된 경영계획에 명시된 공식적인 내용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조직 차원의 복잡한 해결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구성원 스스로가 어떠한 관점과 접근 방식을 취했는지, 그리고 동료들과 어떤 방향으로 협업했는지와 같은 내용들이 모두 전략에 기술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성과 관점에서는 전략을 단순히 '공식 문서'로 국한하기보다는, 이러한 현장의 '협업의 방향'을 포괄하는 더 넓은 개념으로 병행하여 이해하고 표현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구성원들이 자신의 업무와 관련된 문제 해결이 조직 전체의 큰 그림에 기여하고 있다는 의미를 발견하고 몰입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인사관리시스템을 정착시키기 위한 변화 관리의 과정에서, 우리는 무엇에 가장 먼저 초점을 맞추어야 할까요?
가장 중요한 첫 번째 과제는 새로운 시스템 운영의 일관성을 현장에서 확보하는 일입니다. 인사관리시스템의 새로운 정의와 현장의 관행 사이에 '불일치'가 확인된다면 그 부분부터 합리화하는 것이 최우선입니다. 예를 들어, 직급 개념을 '일의 크기' 개념으로 새롭게 정의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현 직급 체계가 일의 크기와 맞지 않게 운영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팀원 레벨인 M1과 M2 직무가 실질적으로 같은 일을 수행하고 있다면, 새로운 정의에 맞게 적극적인 개입을 통해 직급을 새롭게 세팅해야 합니다.
비슷한 맥락으로, 주니어 레벨의 직무가 흔히 지식 노동자로서 성과를 창출하는 역할자가 아니라 단순히 반복적인 업무만 수행하면서 업무를 익히는 ‘사람’으로 포지셔닝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역시 새로운 시스템의 철학(모든 구성원이 지식노동자로서 문제해결의 주체가 된다는 방향성)과 맞지 않는다면, 직무 재설계, 일하는 방식 변화에 대한 적극적인 개입 검토가 필요합니다.
뿐만 아니라, 경영 계획 및 개인 성과 계획이 전사적으로 효과적으로 공유되지 못해 조직 전반의 몰입과 협업이 떨어진다면, 이 역시 시스템의 일관성 있는 운영을 저해하는 요소입니다. 전사적인 방향성과 개인의 성과창출이 연결되는 효과적인 공유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마지막으로, 급여 제도 운영과 관련하여 정보의 투명한 소통에 대한 구성원들의 니즈가 있다면, 인사 담당자 여러분은 예측 가능한 수준에서 소통을 최대한 적극적으로 진행해야 합니다. 이러한 투명한 소통은 불필요한 잡음과 불신을 감소시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여러분은 새로운 인사관리시스템 간담회나 설명회에서 구성원들의 다양한 의견을 듣고 계실 겁니다. 이러한 현장의 의견은 단순한 불만이 아니라, 새로운 시스템을 조직 전체에 깊이 뿌리내리게 할 수 있는 강력한 레버리지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간담회 등을 통해 새로운 인사관리시스템과 관련하여 아직 구성원들이 충분한 경험을 하지 못한 영역이 드러난다면, 이러한 영역을 종합적으로 경험하고 회고할 수 있도록 촉진하는 계기로 활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직무 재설계나 직급 결정 이슈에 대한 현장의 의문이 제기되었다면, 이는 향후 상시적인 직무 R&R(Role & Responsibility) 업그레이드 활동에 전 조직이 몰입할 수 있는 기회로 삼을 수 있습니다.
또한, 과도한 일상적인 업무로 인해 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춘 성과 창출이 어렵다는 구성원들의 반응에 대해서는, 리더들의 1on1(일대일 면담) 적극 실행을 제안할 수 있습니다. 1on1을 통해 불필요한 업무를 탐색하고 과감하게 폐기하는 과정을 유도해야 합니다.
만약 Do 영역(일하는 과정)의 성과 관리 실행이 미흡하다고 판단될 경우, 상시 360도 피드백을 도입하거나, 담당자 주도의 의사결정 체계 운영의 속도를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이는 시스템의 철학에 맞춰 조직 운영의 민첩성과 참여도를 높이는 중요한 장치가 됩니다.
마지막으로, 성과 평가 관련 가이드라인과 배치되는 단위 조직 자체적인 기준과 관행이 여전히 존재한다면, 이를 개선하기 위한 ‘기여도 측정 조직장 교육’을 통해 다시 한번 새로운 시스템의 기준에 초점을 맞추도록 이끌어주어야 합니다. 교육은 리더들이 공정하고 일관성 있게 성과를 평가할 수 있는 새로운 눈을 갖게 하는 핵심적인 수단입니다.
새로운 인사관리시스템의 정착은 단순히 제도를 도입하고 끝내는 문제가 아니라, 조직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대장정입니다. 앞에서 이야기 나눈 것처럼, 시스템의 일관성을 확보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성장의 기회로 활용하며, 투명하고 적극적인 소통을 이어가는 것이 핵심입니다.
여러분 조직의 구성원들은 새로운 시스템을 '어떻게' 경험하고 있습니까? 현장의 작은 질문과 불일치가 사실은 시스템의 철학이 뿌리내릴 수 있는 가장 비옥한 토양일 수 있습니다. 오늘 논의한 대응 방안들을 바탕으로, 조직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끄는 성공적인 변화 관리를 이루어 내시기를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