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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이 목표처럼 보인다면

‘문제원인, 전략, 의도’를 연결하라

by 서동재

연말이 다가오면 모든 조직이 올해 경영계획을 면밀히 리뷰하고, 다가오는 해의 경영계획을 수립하느라 무척 분주합니다. 매년 반복되는 이 과정에서 조직마다 고유의 프로세스를 운영하고 계실 텐데요. 여러분의 회사에서는 어떤 프로세스를 통해 무엇에 초점을 맞추어 계획을 수립하고, 그것을 구성원들과 어떻게 소통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저희 리워크팀은 경영계획의 핵심 콘텐츠는 미션(Mission), 해결 과제(Problem), 그리고 전략(Strategy)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드리고 있습니다. 이는 기존의 일반적인 '목표 중심의 정렬(Goal-Cascading)'에서 벗어나, ‘전략 중심의 정렬(Strategy-Alignment)’을 통해 지식 노동자로서의 자율성을 극대화하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는 핵심 메커니즘으로 작동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이 핵심 콘텐츠 중에서도 ‘전략’을 어떻게 표현해야 본래의 취지대로 조직의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는데 유리할까에 대한 저희 리워크팀의 생각을 구체적으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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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 중심 정렬이 중요한 이유

목표 중심으로 정렬하다 보면 몇 가지 문제가 발생합니다. 첫째, 목표가 하향식으로 캐스케이딩되는 과정에서 조직 구성원들이 전체와 부분의 단순한 수치 관계로만 인식하게 되면서 전략적 사고를 발휘할 여지가 사라집니다. 둘째, 할당된 업무활동을 기계적으로 수행해야 하는 것으로 인식되면서 창의성과 주도성이 저해됩니다. 셋째, 목표가 곧 평가의 기준처럼 작동하다 보니 계획을 환경 변화에 맞춰 기민하고 유연하게 조정하지 못하게 됩니다. 넷째, 각기 다른 방식으로 목표를 향해 움직이면서 중복된 자원이 낭비되거나, 방향성이 어긋날 수 있습니다.

반면 전략 중심 정렬은 다릅니다. 상위 조직의 전략을 실행하기 위해 '우리 팀이 해결해야 할 과제가 무엇인가'에서 출발하고, 그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전략이 무엇인지를 고민하는 방식입니다. 이는 전체와 부분의 기계적 관계를 넘어 목적과 수단의 인과적 관계로 정렬을 이해하도록 돕습니다. 구성원들은 '왜 이 일을 하는가'를 명확히 인식하면서 자율적이고 전략적인 사고를 발휘할 수 있게 됩니다.



문제와 전략 중심 정렬 사례

구체적인 예를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한 유기농매장의 경영계획에서 본부→팀→개인까지 문제와 전략을 따라가다 보면 각 단계에서 기여경로(contribution path)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명확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사업본부 레벨

문제 (Problem) '유기농 제품은 비싸다'는 소비자 인식 때문에 건강에 관심은 많지만 가격에 민감한 신규 고객층 유입이 매우 더디다.

전략 (Strategy) 단순 제품 판매를 넘어, 유기농 제품의 가치(신선함, 건강한 라이프스타일)를 고객이 직접 '체험'하게 하여 가격 저항선을 낮춘다.


매장팀 레벨

문제 (Problem) 본부의 '가치 체험' 전략을 실행하려 해도 대부분의 고객이 구매할 물건만 빠르게 사고 떠나 매장에 머무르는 시간이 너무 짧다.

전략 (Strategy) 매장을 '판매 공간'이 아닌 '머물고 싶은 문화 공간'으로 포지셔닝함으로써 고객의 체류 시간을 자연스럽게 늘린다.


팀원 레벨

문제 (Problem) 매장을 '문화 공간'으로 만들고 싶지만 어떤 종류의 콘텐츠나 이벤트가 고객의 실제 참여를 유도할 수 있을지 막막하고 불확실하다.

전략 (Strategy) 매장의 주력 상품(예: 제철 채소, 과일)과 연계하여 단골 고객 대상으로 소규모 '계절 쿠킹 클래스'를 기획하고 파일럿으로 운영하여 고객 반응을 살핀다.


이처럼 전략은 하위 단위조직과 구성원을 맥락으로 리드(통합)하기 위한 핵심 콘텐츠이며, 정렬은 그 콘텐츠에 기여하기 위해 스스로 과제를 도출하고 협업하는 과정입니다.



전략이 목표처럼 기술되어 있지는 않은가

전략과 목표는 명백히 다릅니다. 전략은 희망사항이나 해야 할 일들의 나열이 아닙니다. 구성원에게 방향성을 제시하고 조직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영감을 주는 것입니다. 그런데 종종 전략이 목표처럼 기술되는 경우를 봅니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이 기술된 전략을 보면:


✅ 목표처럼 보이는 전략의 예

전략: '디지털 리터러시 능력 향상을 위한 현장 중심 교육 체계 구축'

활동계획: 직무별 디지털 교육과정 신설, 현장 리더 대상 '데이터 기반 문제해결 교육', '시스템 활용률 모니터링 후 개인별 맞춤형 코칭 제공'


이렇게 기술하면 전략이 마치 목표처럼 보이고, 조직이 왜 이것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맥락(Context)이 살아나지 못합니다. 대신 다음과 같이 표현하는 것이 훨씬 더 적절합니다:


✅ 전략의 맥락이 살아있는 표현

전략: 데이터 기반 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추기 위한 '지식 노동자로의 역할 전환' : 현장 구성원들이 시스템 활용을 '부가 작업'이 아닌 '문제 해결 도구'로 인식하도록 프레임을 전환합니다. 이를 위해 현장 리더 대상의 '데이터 기반 문제해결 교육'을 핵심으로 삼고, 시스템 활용률 모니터링 기반의 맞춤형 코칭 방식으로 교육 효과를 극대화합니다.


전자는 ‘무엇을 할 것인가’에 초점이 있다면, 후자는 ‘왜 이것이 필요한가’, ‘어떤 관점의 전환이 필요한가’에 초점이 있습니다.



전략 해상도↑ = (배경/원인) + 전략 + (의미/영향)을 담은 스토리

전략이 맥락을 담아내기 위해서는 전략과 함께 두 가지 구성 요소를 포함하는 것을 제안드립니다.


① 배경 및 원인: 이 전략이 왜 나왔는가?

해결해야 할 문제를 발생시킨 배경과 원인을 포함합니다. (작성 구조 : ~ OO을 위한 “□□□전략")


② 의미와 영향: 이 전략에 대한 구체적인 가설과 기대는 무엇인가?

전략이 담고 있는 관점, 의도를 제시함으로써 맥락을 설명합니다.


이 두 요소를 전략 앞뒤에 포함한다면, 구성원들이 전략을 목표나 활동의 목록이 아닌 ‘맥락을 가진 스토리’

로 이해하게 됩니다. 이는 전략 커뮤니케이션 시 조직의 의도가 훨씬 명확하고 생생하게 전달되도록 합니다.



전략의 내용보다 중요한 것은 전략의 커뮤니케이션

지금 여러분의 회사 전략이 무엇인지 떠올려보세요. 명확하고 구체적이라고 느껴지시나요? 만약 전략이 명확하고 구체적이지 않다면, 즉 '전략의 해상도가 낮다'고 느끼신다면 두 가지 이유 중 하나일 것입니다. 전략의 콘텐츠 자체가 부족하거나, 아니면 이를 구성원들에게 전달하고 설득하는 커뮤니케이션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조직의 명확성을 확보하는 것은 단순한 이해 차원을 넘습니다. 이는 자율성, 리스크 감당, 혁신성, 최고지향, 협력, 자부심 등 조직 풍토의 여러 차원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명확한 전략 아래에서 구성원들은 자신의 판단으로 주도적으로 움직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조직의 명확성을 확보하고 싶으시다면 다음 네 가지를 꼭 점검해보시기 바랍니다. 만약 이 네 가지 중 하나라도 명확하지 않다면, 그것이 바로 조직의 명확성이 떨어지는 지점일 수 있습니다.


✅ 우리 회사가 전략을 어떻게 정의하고 있는가?

✅ 전략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어떤 질문을 하는가?

✅ 수립한 전략을 어떠한 형태로 정리하고 커뮤니케이션하고 있는가?

✅ 수립 이후 어떻게 리뷰하며 업그레이드하고 있는가?


전략의 커뮤니케이션이 점차 중요해지는 이유는 결국 ‘실행’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전략을 효과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전략의 해상도가 담보되어야 하고, 전략의 해상도를 높이려면, 전략 자체만큼이나 그 배경과 의도를 담아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조직이 무엇을 왜 하는지 명확해질 때, 구성원들의 자율성과 창의성은 자연스럽게 살아납니다.


혹시 이 글을 읽으면서 여러분 조직의 전략이 제대로 표현되고 커뮤니케이션되고 있는지 궁금해지셨다면, 이번 연말 경영계획 리뷰 과정에서 한 번쯤 살펴보시면 좋겠습니다. 전략다운 전략의 수립이 조직 전체의 명확성을 높이는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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