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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밤 Oct 24. 2024

시험관 고차수. 집들이 음식을 차리라는 시댁

시험관 고차수가 되었다.

작년에 피지티 하면서 5일 배아 20개 보내기만 하고

결국 아직 비임신 상태.


시험관으로 온 마음과 몸이 피폐해진 상태에서

그나마 잘 나와줬던 동난포들도 전과 같지가 않다.

왼쪽 난소에서 이제 난포가 안 보이는 걸 보니

매우 절망스럽다. 그간 많은 난자들을 뽑아내며 지친 걸까.


이 와중에 우린 시어머님의 바람대로 집 매매를 했고

두어 달의 인테리어 공부와 3주 간의 공사를 거쳐

새 거처에 와서 살게 되었다.


인테리어 하면서 내 완벽주의가 도져서

온 영혼을 갈아 넣은 느낌이었는데

그탓 때문인 건지 당시 생리는 한참 지연이 되었고

난포는 크질 않아서 이식이 많이 미루어졌었다.


이제 다시 각 잡고 시험관 채취를 하는데

항상 10개 이상씩 나와줬던 난자가 이젠 3개로 줄었다.

그래서 매달 시술하기로 했다.

나는 작년부터 공황장애 증세가 생겼다.

가끔씩 심장이 짓눌리고 숨쉬기가 가쁘다.

호르몬제 투여를 항상 하니 몸도 전같지가 않다.

사람들은 언제부턴가 만나지 않고 있다.


그런데 시댁에서 이사한 지 한 달도 안 되어

시누들이 집들이 언제 할 건지, 집들이 음식을 차리라고 하니

내겐 굉장히 압박으로 느껴졌다.


어머님도 합세해서 집들이 음식을 해야 한다고

시누들이 집 구경하고 밥을 먹고 싶어 한다는데...

일찍 결혼해서 20대 자녀를 두어서 모르는 걸까?

너무 힘들고 지친 몸과 마음을 가까스로 붙잡고

살고 있는데 집들이 음식이라니...

내가 반대 입장이면 어땠을까 생각을 많이 했다.

집들이 날짜까지 정해준다니 너무 압박감이 심했다.


어머님께 현재 상황이 힘들다고 외식하면 안 되냐 했더니

처음엔 단호히 안된다고 하시는 것이다.

큰 시누도 "힘들어도 해야지"라고 했다면서.


"결혼 후 집들이 한 적이 없지 않으냐"라고 하셨지만

어머님 서울 올라오실 때 2박 3일, 1박 2일 정도 

우리집에 항상 머무시는데

특히 결혼 초엔 오실 때마다 신경 써서 식사를 차려드렸고

큰 시누도 함께 대접했었는데

그건 집들이 음식이 아니란 말인가?

의아했다. 허무했다.


다시금 어머님께 현재 상황이 힘들고

밤에 공황장애로 잠도 못 들고 있다 말씀드리면서

외식을 했으면 좋겠다고 하였더니

그제야 이해해 주셨다.


그런데 시누들이 이해할진 모르겠다.

어머님 지원이 있었기 때문인지 시누들은 빠른 시일 내 집들이 음식을 대접하는 것이 당연하다 생각하는 듯하다.


그런데 내가 좀 살고 싶다.

집들이 음식은 나중에라도 먹을 수 있는 것 아닌가.

한편으론 어머님께 차려드리면 되지 왜 시누들에게 꼭

차려드려야 되는지는 잘 이해가 가질 않기도 하다.

훗날 우리 부모님이 경제적 지원을 해주신 뒤 내 동생이

내 남편에게 음식 차리라고 하진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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