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잃었다.
지리산 산행길 백무동도 아니고 , 시내버스 속에서 졸다가 급히 내린 한밤중의 왕벚꽃마을
외곽 정류장도 아니고, 벼룩시장 장소를 찾다가 길을 잃은 번잡한 뉴욕 도로도 아니고
온라인 속 카카오로에서 내 계정 찾으러 왔다가
아직도 못 찾고 헤매고 있는 중이다. 내가 나임을 증명하기 위해내 온라인 주민등록을 찾는 셈인데
점점 복잡해져서 아직도 미해결이다.
첨엔 화가 나서 툴툴대는 댓글을 달다가 갑갑하고 분해서 김수미 할매 버전으로 이 ooo놈들이..
혼자 욕을 했다. 그러나 침묵 속에 자기 할 말만 문자로 적는 상담자에게서 문득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의 얼굴 없는 감시원들이 생각나 공포심이 슬며시 일어나기도 한다.
아.. 무사히 돌아가 쓰고 있었던 브런치 3 글을
완성시켜야 하는데...
사실 브런치 입주 허락받은 지는 꽤 오래되었다.
그러나 찻집 일이 당장 급했고 브런치는 곧 귀향할 고향집으로 가끔 방문하는 중이었다.
드디어 찻집 일에서 여유가 생겼고 브런치에 입주하자마자 지하로 들어가 그동안 마음속에 쌓인
언어들을 쏟아 브런치 북 두 권을 발간했다.
그리고 비로소 내 브런치를 구독 또는 라이크 잇 해준 브런치 작가님들 글을 전부 구독해서
브런치 곳곳을 살펴보는 중이고 그 리뷰를 브런치 3,으로 쓰는 중이었다
그런데 그놈의 선물 때문에..
폰 화면에 브런치 알림이 떴었다.
구독? 아님 라이크 잇? 반가움에 열어보니
. 브런치팀에서 선물을 준다는 소식. 와우 ~
호기심에 바로 클릭했더니 내 계정에 문제가 있어서 선물을 못 준다는 거였다.
아들이 내 폰 구입 시 실수로 내 계정에 아들 이름을 적어 넣었나 보다
새 계정 만들기는 더 힘들다 하니 내 계정 찾기 길에 나설 수밖에..
까짓것 물으면 되지.. 그러나 이놈의 카카오로에서는 물어볼 사람이 없다
한참을 헤매서 카카오 채널을 추가해야 고객센터에 물어볼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고객센터의 반가운 전화번호!!!!. 이제는 사람 목소리 만나겠지? 웬걸.. 문자 상담이다.
그것도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만이다. 벌써 퇴근하셨겠네? 낼까지 어떻게 기다려?
24시간 가능한 상담은 쳇봇뿐이다 한다. 어쩔 수 없이 쳇봇에 묻는다.
쳇봇은 바보다. 조금만 룰에 어긋난 단어를 쓰면.
이런 답을 준다. 담날 날이 새길 기다려 한참 순서를 기다린 뒤에 겨우 연결된 상담자를 통해
내가 물어야 할 질문이 정확히 "가족 간 카카오 계정 명의 변경"이라는 것 하나 확실히 알았고
4종 서류 작성을 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서류작성은 오히려 쉬었다. 각 기관에서 클릭만 하면 쉽게
제출이었다. 서류작성 후 다시 카카오 고객센터 쳇봇에 서류제출하러 접속.
계속 실패. 다시 다음날 고객센터 사람과 문자상담.
세 번이나 고쳐서 서류 접수하고 한 숨 돌렸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파일을 바꾸라고 한다
아니 처음부터 파일 이야기를 하셔야지. 세 번이나 서류 정정할 때는 아무 말 없으시더니
이제 다 끝났다고 생각하고 일어나는데 또!!!!!! 아무튼 파일을 바꾸어 다시 전송.
이번에는 정말 완벽하게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는 카카오페이 탈퇴하라는... 말. 그것도 내가 아닌
회사 일이 바쁜 아들이 신청해야 한단다.
그래도 엄마 부탁이라 바쁜 시간 쪼개서 카카오페이 해지하러 들어간 아들 , 전화가 왔다..
카카오 페이 중 펀드가 해지가 되어야 탈퇴인데 해지가 안 되어
내일 다시 고객센터 상담자와 문자하여 알려준다는 아들 전화....
험한 산 넘고 물 건너 엄마 찾아 떠난 아이처럼
나이 든 이제 곧 할머니가 될 여자가 비대면 아무도 물을
얼굴도 없고 사람 말소리도 없는 온라인이라는 곳에서
길을 잃었고 앞으로도 더 자주 길을 잃을 것이다.
이게 나이 든 나에게만 문제인 줄 알았는데
젊은 사람 커뮤니티에서도 나와 같은 사람이 있는 걸로 보아
세대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생각해보니. 틀과 형식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살고 싶어 일찌감치 교사직을 그만두고 찻잔을 들었는데 공적 이익을 위해 제한된 틀도 아니고 사적 이윤추구 회사가 만들어 놓은 틀에 종속되어 온라인 길을 헤매고 있는 나는 거대 회사의 틀에 점점 종속되어가는 노예가 되어가는 것이 아닐까...
무엇보다 누구에게 화를 내야 하는지... 쳇봇인지 , 상담자인지, 회사 대표인지..
내 분노의 대상이 교묘하게 숨은... 이상한 온라인 길... 을 걸으면서
개운치 않는 마음으로 카카오로의 브런치 길을 바라보는 밤이다.
앞으로도 수시로 나를 괴롭힐 카카오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