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저앉아 엉덩방아를 찧고는 한다. 에고 아프겠다.. 잠시 혀를 차는 순간 이번엔 소파 위를 올라가려 애를 쓴다. 그 동작들이 쉬지도 않고 어찌나 잽싼지 손녀 꼬리를 따라가는 내 몸을 헐떡거리게 만든다. 요 쪼맨 한 것도 할머니 늙었다고 놀리나.. 어린애처럼 삐지다가도 지가 지금 해야 할 인생숙제가 서다, 걷기라는 걸 어찌 알고 온몸으로 숙제를 하고 있는 손녀가 신비하면서 대견해서 엄지 들고 최고라고 칭찬세례를 퍼붓는다.
생. 노. 병. 사
태어나 , 눕고, 뒤집고 엎어지다가, 기다가, 앉다가, 드디어 서고, 걸어서
손녀는 손녀의 생(生)을 시작한 것이고
잘 걷던 다리가 자꾸 고장이 나서 자주 앉기 시작하는 나는 더 늙으면 결국 영영 앉지도 서지도 못하고 누워서 (死) 나는 나대로 생을 마무리하고 사라지겠지.
태어나고, 사라지고.
철학이 , 종교가 어디 따로 있는 게 아니라 일상생활이 바로 철학이고 불경인 것을....
젊은 시절은 내내 헤매다가 마지막에 와서야 깨닫는다.
작년 한 해 내 방안을 몇 번이나 미친 사람처럼 뒤집었다. 먼가 집안이 내 몸과 안 맞아 몹시 불편한데 그게 먼지를 몰라 죄 없는 가구들만 이리저리 옮겼다. 이 미친 행동은 네다리에 바퀴가 달려 자꾸 미끄러져 책상으로 멀어지는 의자를 퇴출 시키고, 대신 뒷다리 두 개는 바퀴 없이 고정시키고 앞면 두 다리에만 바퀴가 달린 의자로 바꾸고서야 끝이 났다. 너무 잘 굴러가는 의자가 느려진 몸은 버거웠던 것이다
더 나이 들면 나는 어떤 의자에 앉아야 할까?
망가진 몸을 달래주는 고급 안마의자? 딸기철에 온통 딸기 딸기인 디저트들만 모아 애푸터눈 티 세트를 파는 호텔 라운지의 라탄체어?, 이십만 유투버를 거느린다는 젊은이들보다 더 스타일리시하고 젊은 밀라논나 할머니의 인테리어용 멋진 의자?' 자연에 산다'에 나오는 자연인들 앉는 기 센 자연 바위 의자? 나? 나는
휠체어 의자만 아니면 된다고 마음을 비웠다.
김창완 밴드 공연에 갔다
배도 나오고 얼굴에 주름도 엄청 많고 70세 노인이 된 빨간 촌발 날리는 티셔츠 입은 김창완 님이 말했다
노후에 우리에게 필요한 의자는 말이지...
그건...
전국 투어 중이었다.
젊은 아이들처럼 파란 led 응원 봉을 하나 사들고 올 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 병이 꾀병 아닌가.. 의심들 정도로 뛰고 소리 지르고 손뼉 치며 응원하는데
마음이 완전히 무대에 빠져서 몸을 잊어버리고, 무언가 손이 허전해서 든 생각이다.
박수를 얼마나 쳤는지 얇아지고 건조해진 손바닥이 붉어지고 얼얼하다
저녁 무렵 이 시간이면 시작되는 강직과 통증이란 놈 대신.
몸과 마음에서 쿵쾅 콩 쾅.. 막혔던 마음 하수구 어디선가 뻥 뚫리고 몸이
물레방아처럼 잘 돈다
무엇일까? 윤도현 같은 힘도, 지드래곤처럼 끼도, 임재범의 허스키하고 터프하고 비장함도 못 가진
70대 늙은 할아버지의 세상에서 가장 낮은 목소리, 노래 같지도 않은 옹알이, 노래 같지도 않은 노래들.
오디션 보는 젊은 아이들 같은 서슬 퍼런 팽팽한 긴장감도 없을뿐더러 따라다니는 팬도 적은
그 밴드 노래가 죽어가던 내 감정들을 살려놓다니..
그 밴드가 노래하는 의자가 마음을 끌었을까?
그들이 노래했던 의자는...
벤치..
노인의 벤치였다.
공원에 있는.
열두 살은 열두 살을 살고 열여섯은 열여섯을 살지 예순둘은 예순둘을 살고 일곱 살은 일곱 살을 살지
- 김창완 밴드, 열두 살은 열두 살을 살고-
젊은이는 젊은이로 살고 노인은 노인으로 산다
젊은이의 사랑은 깨트리지 않는 꿈과 환상으로 이루어졌다면
노인의 사랑은 이미 지나온 추억과 이제는 폐기 처분된 낭만
-손의 노고와 시간 대비 가성비를 따지면 사는 게 더 싼 퀼트가방 같은 그래도 그 돈계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