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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a웨이 Oct 18. 2021

왜 두려운가 6

              -조도 현로 , 혜초 스님의 신 왕오천축국전-

버스 정류장에서 오랜만에  키득키득 웃는 여중생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길 건너 친구에게

"OO야 , 잘 가 , 내 꿈 꿔!" 소리치니 건너편 친구가 방방 뛰면서 양팔을

마구마구 흔들었다. 최신 유행어가 나와야 할 입에서 유행도 한창 지난 언어를

주변 의식하지 않고 소리치는 작고 귀여운 여중생. 재잘재잘 시끄럽게 버스

기다리던 여중생들이 하하하 웃으며  둘을 바라본다.  무뚝뚝하게 서 있던 어른들도

 빙그레 웃는다. 오랜만에 보는 학생들이다


황당하고  낯선.. 일상들이었다.

 주말, 시내 번화가에 젊은이들 , 관광객이 사라지고

 유령 도시가 되었었다.

 유령도시 기운에 조금 남은 내 생기마저 뺏길까 봐  

서둘러 집으로 들어가  집콕하는 시간이 대부분이었다.

   이 낯선 사건이 가장 힘들었던 것은    당연히 생업에 대한 손실이다.

 하지만 더 끔찍했던 것은 내 몸의 은밀하고   소소한 일상 즐거움 중

 하나인     사우나라는 공간에서의 즐거움을 빼앗아 갔다는 것이다.

삼층 헬스장에서 열심히   운동 후  지하 사우나 가서

차가운 물, 그리고 바로 뜨거운 물속에 몸을 담그는 냉온탕욕은

   몇 초라도 열대와 북극의 극지를 동시에 방문한 듯한

개운함과 시원함 , 내겐 최고의  소확행이었다. 덤으로 사우나실 아줌마들의

수다들...

"새벽 시장에서  어묵을 튀기는 곳은 늦게 가면 떨어지니 몇 시까지 가라든가

oo산부인과 새로 온 원장님이 의료사고로 쫓겨 온 사람이니 조심하라든가.

저녁뉴스에 나온 그 ooo 대표, 처가가 내 고향인데 장인이 돈 떼어먹었다느니.."

수다는 날마다 업그레이드되는 생생 정보 민심 공간이었다.

 이렇게 사람 냄새나는 즐거움의 공간으로 다시 돌아가기를 학수고대하다

 사우나, 헬스장 부도 소식을 들었었다.

  한꺼 번에 끊어놓은 사우나 티켓 스무 장과 두 달 헬스장 이용권 날아갔다

  일터 잃은 분들, 비싼 학교 등록금 다 내고도 수업도 친구 만남도

  모두 비 대면한 학생들에 비하면 사치스러운 사소한 손실이긴 하지만....


텃새가 유독 심하고 낯가림이 심한 내가 새로운 헬스장 사우나 찾는

것은 당분간 힘들 것 같다.



내가 발 딛고 있는 일상이라는 바닥이 단단한 땅처럼

  해 뜨고 해 지는 것처럼 절대 불변인   줄 알았는데

  녹기 시작한 호수 얼음 위였다

  언제 녹아서 금이 가고 순간 발을 옮기지 못하면

    수장될지 모르는.....


  방학 아닌 때 학교 문이 닫힐 수 있으며

   잔치가 나, 너, 우리 전체의 몸들이 만나는 잔치만 인 줄 알았는데

   혼공 간에서 혼 시청하고

   혼밥 먹으며 혼 놀 하고 혼공 하는 잔치도 할 수도 있구나!!!!!


일상으로 다시 복귀해도

이제 더 이상 예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



- 골목길. 강남대로. 교차로. 실크로드. 가로수길, 차마고도 -

우리 몸과 마음이 타인의 몸과 마음을 만나러 갔던  길들이다.


대면의 길

상대방과 나의 우호적인 소통을 위해 패션 스타일을 정하고 머리 다듬고 화장하는 그런

거추장스러운 외출 과정을 겪어서. 또는

 차 한잔이 생명인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위해

지형, 날씨, 물의 흐름, 한 발 한 발 천 길 낭떠러지 길 걸었던 길.  


이 길의 레전드 혜초 님 ,

혜초 님의 몸과 맘의 극한의 경지 길까지  가 본

  최고의 컬래버레이션 길 여행기.  왕오천축국전  

어린 시절 김찬삼이라는 분의 세계 여행기

그분들이 밥그릇 들고 생명의 위협받으며 발 , 눈, 귀, 코로 직접  만나서

한발 한발 앞으로 향했던 길들은 핸드폰 내비 클릭으로 한 치의 오차 없이   

걸을 수 있으며  한컷 한컷 고생하면서 전했던 사진들은 이미지 클릭 한 번에

오케이... 되는 세상이다.


 비대면의 길

에서는 공간이 내 몸으로 경험한 공간 만이 공간으로 생각하는 분은

이제 더 이상 한 발자국도 나갈 수  없는 막힌 길이다.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의 게임 공간, 보건교사 안은영의 4차원의 장난감 같은 공간.

비대면의 길은

눈에 드러나고 확인 가능한 세계에서 들었던 밥그릇 술잔이 아닌

눈에 안 보이던 상상력 , 꿈, 마음을 찾는 찻잔을 들어야 길이 열린다


 

동그란 김구 선생님 스타일 안경 쓰고 카페에 앉아 노트북 두드리는 혜초 스님,

고통스러운 사막, 산길, 물길 아닌  커피 찻잔 들고 클릭해서 바로 들어갈

수 있는 온라인이라는 길을 걸어서   

  뉴 버전의 "찻잔 들고 카페에서  쓴 신 왕오천축국전"

책을 편집하는 모습을 상상해 보기도 할 수 있는 찻잔의 길.


아직은 처음이라 안개가 자욱해서 ,,, 헤트 라이트로도 잘 안 보여서 더듬더듬

기어서  가는 아무도 경험하지 않아서 낯설고 두려운 길이다

차라리 저 먼 먼 시대의 지혜를 찾아봐야만 할까

비대면 화면의 오래된 찻잔들을 들여다보며 생각해 본다     


조,, 도.. 현.로 어떤 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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