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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대생의 심야서재 Apr 26. 2017

안녕하세요

버스 기사가 건넨 한 마디

화창한 아침이었다.

분주한 생각 때문이었을까,

나는 차분함을 잠시 내려놓은 채

버스 정류장으로 발길을 서둘렀다.


어느새 무르익어 내 가슴까지 다가온 봄의 풍경.

아침마다 우연히 마주치는 낯익은 사람들의 서성임.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차가운 공기와

조금 멀리 떨어져 좁혀지지 않는 당신과 나의 거리들.


버스가 도착했다.

버스에 오르는 찰나의 순간.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나도 모르게 기사가 건넨 미소에 화답을 했다.

조금은 어색했지만, 마음에서부터 어떤 장치가 반응한 걸까.

딱딱하게 굳은 내 얼굴에 습기가 스며들어

찌꺼기 같은 것들이 떨어져 나가는 것 같았다.

가라앉아있던 마음속 어딘가를 살짝 건드린 걸까?

내가 이전과는 사뭇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았다.

새로 태어나는 기분이 이런 걸지도 모르겠다.


모처럼 경직된 아침이 환하게 떠올랐다.

'안녕하세요' 한 마디의 위력은 실로 컸다.

날카롭게 각을 세우고 나 이외의 일일랑 무관심하게 살았던 나도

주고받을 줄 아는 인간미가 있는 사람이었다.


재미있는 생각이 순간 들어, 나는 기사 뒷자리에 자리를 잡았다.

사람들의 반응을 가만히 지켜볼 요량이었다.

기사는 여전히 감각적인 언어를 던졌고

가끔 대답 없는 메아리로 돌아오기도 했지만 그는 실망하지 않았다.


나는 사람들의 얼굴에 시선을 고정했다.

버스에 오르기 전, 분명 굳어버린 표정이 비쳤으나

기사의 인사와 함께 눈 녹듯 녹아내리는 것을 목격했다.

그들도 나와 다름없는 가슴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기사의 아침에 동참했다.


창문을 조금 열었더니 부드러운 바람이

나에게 인사를 하고 다시 뒷자리로 자리를 옮겼다.

상쾌함이 여기저기 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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