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대부분의 성인이라면 아마도 부동산에 관심이 없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부동산이라는 것은 주거뿐만 아니라 사업을 할 때에도 꼭 필요한 요소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재테크의 관점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주제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처럼 큰 관심을 받고 있는 분야를 대학교에서 전공 학문으로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매우 매력적인 선택이 될 것입니다. 게다가 졸업 후 직업으로서 부동산 관련 업에 종사하게 된다면, 여러 측면에서 유용하고 실용적인 진로가 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대학교 진학 시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은 미래의 직업과 연관성이 있는 전공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입시를 지도하는 전문가들도 전공이 사회에 나가서 어떤 실제 업무와 연결되는지 정확히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단순히 학과 이름만 보고 성적과 조합하여 추천하는 경우가 더 많을 것입니다.
저 역시 학창 시절에 비슷한 경험이 있었습니다. 고등학교 졸업 당시 학과 이름이 매력적이라는 이유로 전공을 선택했지만, 어렴풋이 예상했던 졸업 후 진로는 대학생활을 하면서 점점 멀어졌습니다. 결국 졸업할 즈음에는 전공과는 전혀 다른 부동산 업계로 방향을 틀게 되었습니다.
만약 주변에 해당 분야의 현직자나 지식이 있는 사람에게 조언을 구하고 전공을 선택했다면 더 효과적인 결정이 되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부동산 분야도 마찬가지로, 단지 ‘부동산학과’라는 학과 이름과 일반적인 기대심리만으로 선택하게 되면 저와 같은 과정을 겪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부동산학과를 졸업한 이후, 현업에서 어떤 직무 특성을 가지는지에 대해 살펴보고, 이를 통해 어떤 점을 고려해야 하는지를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물론 모든 직무에 일괄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내용은 아니지만, 부동산업의 전반적인 특징이라고 이해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1. 내성적이거나 정적인 사람이라면
부동산은 말 그대로 ‘움직이지 않는 재산’입니다. 하지만 그런 특성과는 반대로, 부동산 관련 업무를 하려면 사람이 많이 움직여야 합니다. 최근에는 일반인들도 많이 사용하는 ‘임장 활동’이라는 용어처럼, 현장을 직접 다니는 일이 매우 중요합니다. 즉, 부동산 관련 업무는 이동이 많고 활동적인 성격이 강하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많고, 반복적인 상황보다는 새로운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예측 불가능한 일이 자주 발생합니다. 이런 특성상 내성적이거나 정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이라면 부동산 업무와는 다소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물론 부동산 관련 법이나 정책을 만들거나 리서치 업무처럼 비교적 정적인 일도 존재합니다. 하지만 이 역시 혼자만의 작업으로 해결되기보다는 다양한 사람들과 협업하거나 자료를 수집해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대인관계는 필수입니다.
무엇보다도, 모든 일이 그렇지만 부동산의 ‘꽃’은 영업입니다. 열심히 활동한 만큼 금전적 보상이 돌아오는 세일즈 업무는 부동산 분야의 핵심입니다. 일반적인 임대차 업무에서부터 자산관리, 시설관리 수주, 매입·매각 자문 등 회사의 주요 수익원은 대부분 활발한 외부 활동에서 비롯됩니다. 결국 부동산 회사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직무는 대부분 세일즈와 관련되어 있으며, 외향적이고 동적인 성격의 사람에게 더 적합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2. 공인중개사 자격증이 곧 노후나 취업 보장을 의미한다고 생각한다면
공인중개사 시험은 ‘국민자격증’이라 불릴 만큼 은퇴 시기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는 자격증 중 하나입니다. 누구나 시험에 합격하면 개업할 수 있고, 시간도 비교적 자유로우며, 중개보수만 놓고 보면 매력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자격증만 따면 노후가 보장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미리 준비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과거에는 부동산 정보 유통 채널이 제한적이어서 집 근처 중개업소를 통하지 않으면 원하는 정보를 얻기 어려웠고, 따라서 중개 마케팅이 상대적으로 수월했습니다. 하지만 기술이 발달하면서 온라인 마케팅 채널이 다양해지고, 대형 중개법인들도 늘어나며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제는 개인이 자격증을 따고 홀로 개업해 성공할 수 있는 확률이 점점 낮아지는 추세입니다. 또한 부동산 경기 변동에 따라 공인중개사 폐업률도 함께 움직이기 때문에, 시장 환경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생존 자체가 쉽지 않습니다.
또한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취득했다고 해서 부동산 회사 취업 시 큰 혜택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물론 일정 수준의 이해도를 평가받을 수는 있지만, 당락을 좌우할 정도로 영향력이 크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직무별로 필요한 문제 해결 능력, 품성, 태도 같은 조직 적응력이 더 중요한 평가 요소가 됩니다.
따라서 단순히 자격증 하나만으로 노후를 준비한다기보다는, 중개업무에 전념하겠다는 목표 아래 사회 초년생 시기부터 탄탄히 준비하고 경험을 쌓아나가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합니다.
3. 자기계발을 꾸준히 하지 못한다면
부동산 관련 업무를 하다 보면 단순히 한 가지 지식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부동산을 개발할 때는 인허가 절차, 건축 비용, 세금 등 다양한 분야의 문제들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물론 세부적인 사항은 전문가에게 위탁할 수 있지만, 기본적인 용어나 배경지식 정도는 알고 있어야 원활한 업무 수행이 가능합니다. 실무에서는 예상치 못한 분야의 지식이 요구되는 상황을 자주 마주하게 되며, 이럴 때 스스로 학습하거나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지식 수준을 높이지 않으면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특히 부동산과 관련된 법규나 제도는 경제 환경 변화나 사회적 흐름에 따라 시시각각 달라지기 때문에, 과거의 지식만으로는 업무를 지속할 수 없습니다. 예외 조항도 많고, 새로운 사례도 계속 생기기 때문에 지속적인 자기계발 없이는 전문성을 유지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새로운 것을 배우고 익히는 데 흥미를 느끼고 자기계발을 즐기는 사람에게는 부동산 업계가 적합할 수 있지만, 학습 자체에 피로감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적응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이 글을 읽는 대부분의 분들은 아마 부동산 업계 종사자이겠지만, 혹시 부동산학과 진학을 꿈꾸는 수험생이나 그 부모님이 읽게 된다면, 본인의 진로와 전공 선택에 대해 객관적으로 고민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부동산학과 졸업 이후 내가 맡게 될 직무나 일의 성격이 나와 맞는지를 시뮬레이션해보는 시간을 가지시길 바랍니다.
가능하다면 현장에서 일하는 분들을 만나 인터뷰를 해보거나 간단히 대화를 나눠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대학교 생활 4년이라는 시간이 자신의 목표와 부합하는 방향으로 흘러야 한다는 점입니다. 대학생활 동안 방향이 맞았던 사람과 그렇지 못해 다시 돌아가야 하는 사람은 결국 출발 시점에서 차이를 가지게 됩니다. 대학교의 간판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시간과 등록금이라는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려면 학과 선택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강의나 면접을 하다 보면, 부동산학과를 졸업했다고 해서 모두가 부동산 업계에 진출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자주 체감합니다. 오히려 비전공자도 많고, 부동산과 관련된 학과를 나왔지만 다른 분야에 지원하는 사람들도 자주 보게 됩니다. 이런 현상을 보면, 부동산학과에 지원한 이들 중 일부는 학과 선택을 잘못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짐작해볼 수 있습니다. 4년이라는 시간을 열심히 공부 했지만 전공을 살리지 못하는 것도 사회적으로 큰 낭비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 중 단 한 사람이라도 부동산학과 진학 여부를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면, 글을 쓴 보람이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