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CBD 지역의 오피스 빌딩 초과 공급 문제에 대해 업계의 관심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몇몇 자산은 내년부터 공급이 예정되어 있고, 선매각을 추진하거나 준비 중인 프로젝트들도 있습니다.
이렇게 공급이 많아지면서, 높은 등급의 자산을 선호하는 ‘플라이트 투 퀄리티(Flight to Quality)’라는 용어도 점점 더 자주 언급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다른 자산들과의 차별화를 위해 오피스 빌딩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를 고급화하는 전략을 채택한 프로젝트들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뉴스 기사로도 소개된 이도에서 개발 중인 수표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 프로젝트 ‘One-X 오피스 빌딩’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One-X는 기존 Class-A 오피스보다 더 뛰어난 서비스를 제공하여 입주자의 업무와 삶의 경험을 향상시키겠다는 콘셉트를 발표했습니다. 프리미엄 업무공간, 맞춤형 편의시설, 프라이빗 멤버십 클럽 등을 포함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도입할 예정입니다.
임차인에게 제공 가능한 서비스
그동안 국내에서 공급된 대형 오피스 빌딩들에서도 임차인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들이 도입되어 왔습니다. 예를 들어, 한 층을 입주사 전용 라운지 공간으로 구성하고, 이 공간을 호텔에서 운영하는 사례도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테헤란로에 위치한 센터필드는 3층에 입주사 전용 공간을 마련하여 컨퍼런스룸, 라운지, 피트니스 센터 등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도심에 있는 센트로폴리스에도 이와 유사한 ‘이그제큐티브 라운지’가 마련되어 있으며, 현대자동차그룹의 호텔 전문 운영사 해비치가 이를 운영 중입니다.
이러한 임차인 전용 공간은 외부 방문객과의 미팅이나 휴식 시간에 유용하게 활용되며, 대형 회의실이나 부족한 회의실 수요를 유연하게 해결해 주기 때문에 입주사 입장에서는 매우 만족도가 높은 기본 어메니티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생각해 봐야 할 것들
임차인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 차별화 전략을 운영할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바로 ‘누가 이 서비스를 위한 비용을 부담할 것인가?’입니다.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임차인이 납부하는 관리비로 이러한 서비스를 운영하는 것이겠지만, 전문적이고 수준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외부 업체를 활용해야 하는 경우가 많고, 이 경우 사업성이 나오기 어려운 사례도 많습니다.
결국 일부 비용은 임대인이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다만, 임차인의 만족도를 높이고 이탈을 방지할 수 있으며, 재계약 가능성을 높인다면 임대인 입장에서도 이러한 비용은 투자 가치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운영 재원을 사전에 확보해야 하며, 일반적인 부동산 펀드나 리츠처럼 수익률 극대화를 주 목적으로 하는 자산에는 적용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따라서 처음부터 고급 서비스를 제공하는 콘셉트로 기획된 프로젝트가 아니라면, 실행이 쉽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무엇보다 이런 고급 서비스 제공 전략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목적이 명확해야 합니다. 다양한 어메니티가 신규 임차인 유치나 기존 임차인 유지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이 있다면, 적절한 비용을 들여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운영되어야 할 것입니다. 자산 관리자나 소유자가 수익률뿐만 아니라 서비스 제공을 통한 감성적 가치를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고 인식하고 있다면 더욱 바람직할 것입니다.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이러한 고급화 전략이 성공하려면, 오피스 빌딩을 이용하는 임차인들이 실제로 어떤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지를 먼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른 빌딩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를 단순히 모방하여 천편일률적으로 어메니티를 구성하기보다는, 해당 빌딩의 콘셉트, 입주사 구성 및 업종에 맞춰 적합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퀵서비스 데스크 운영, 사무실 내 캔틴 관리의 어려움, 실내 식물이나 꽃의 관리 등은 사소하지만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들입니다. 이러한 실질적인 불편을 빌딩 서비스가 해결해줄 수 있다면, 임차인의 만족도는 크게 향상될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오피스 앱 등 기술 발전을 통해, 임차인이 빌딩 서비스를 더 쉽고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습니다. 개발 초기부터 이러한 프롭테크 기술을 고려하여 설계하고 서비스와 연계한다면, 타 빌딩과의 차별화 포인트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마무리 하며
빌딩 고급화 전략은 아이디어로는 매력적이지만,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운영 재원 확보 방안과 비용 부담 구조에 대한 현실적인 고려가 필요합니다. 이러한 서비스 제공 비용을 관리비에 반영할 수 있어야 자산 가치 상승에 대한 설득력이 생깁니다. 단순히 고급 컨시어지 서비스를 도입한다고 자산 가치가 상승하는 것이 아니라, 자산의 가치 평가에 이를 반영할 수 있는 논리적 근거가 마련되어야 합니다.
현재 개발 중이거나 공급 예정인 오피스 빌딩들은 임차인에게 더 나은 업무 환경을 제공하기 위한 다양한 노하우와 전략들이 집약된 결과물입니다. 그동안 다양한 어메니티 서비스 운영 경험이 축적된 만큼, 향후에는 더욱 발전된 형태의 프로그램과 서비스가 등장하여 임차인의 만족도를 높이고, 더 나아가 오피스 시장 전반의 질적 향상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