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핫하다는 마곡 오피스 빌딩 중 원그로브 내부를 투어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물론 준공 전에도 몇 차례 마곡 지역을 둘러본 적은 있었지만, 임차인들이 입주한 후 내부 공실을 둘러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마곡 원그로브(One Grove)는 마곡지구 CP4 블록에 위치하고 있으며, 9호선 마곡나루역은 CP1 블록, 5호선 마곡역은 그 사이 번호 순서대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원그로브는 마곡역 바로 앞에 위치해 있으며, 지하 7층부터 지상 11층까지 4개 동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연면적은 약 14만 평으로 여의도 IFC와 유사한 규모이며, 층수는 낮은 대신 수평으로 넓은 바닥 면적을 갖추고 있습니다.
오늘은 마곡 원그로브 빌딩 투어 후 느꼈던 점들을 간략히 정리해보겠습니다.
1. 5호선 마곡역 VS 9호선 마곡나루역
CP1인 르웨스트가 있는 곳은 9호선 마곡나루역입니다. 원그로브가 준공되기 전에도 몇 차례 마곡나루역에 방문한 적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5호선 마곡역에서 내려 원그로브를 방문해봤습니다. 지하철에서 내리자마자 마곡역과 마곡나루역을 연결하는 연결통로가 바로 인접해 있어, 원그로브의 접근성은 매우 뛰어났습니다.
마곡나루역과 마곡역은 서로 다른 느낌이 들었습니다. 지하철과의 연계성은 마곡역이 조금 더 나아 보였고, 마곡나루역은 9호선과 공항철도가 있어 교통 측면에서 강점이 있었습니다. 두 역은 도보로 이동할 수 있을 만큼 가까우며, 지하 연결통로를 통해 비나 눈을 맞지 않고도 이동할 수 있습니다.
원그로브의 지하 연결통로는 원그로브 몰과 연계되어 있으며, 벽면 상부에 곡면 형태로 설치된 LED 아트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는 다른 빌딩들의 일반적인 연결통로와는 확연히 차별화된 요소로 느껴졌습니다. 대형 프로젝트인 IFC나 파크원의 지하 공공 보도에 이런 LED 아트가 설치되었더라도 멋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연결통로는 완전히 폐쇄된 형태가 아니라 일부 구간이 개방된 구조로 빌딩 지하층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개방감은 있으나, 무더운 여름이나 추운 겨울에는 불편할 수 있으며, 관리 측면에서도 다소 어려움이 있을 수 있어 보였습니다.
2. 활성화된 원그로브 몰
원그로브 몰의 지하 2층에는 트레이더스가 전체를 임차하고 있으며, 지하 1층에도 다양한 리테일 브랜드가 입점해 있었습니다. 각 동은 테마별로 리테일 임차인을 구성하였고, 식음 매장은 한곳에 모여 있으며, 아이들을 테마로 한 공간도 별도로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교보문고, 유니클로, 빕스, 올리브영, 스타벅스 등 다양한 브랜드가 이미 입점했으며, 점심시간에는 식당에 줄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트레이더스가 입점함에 따라 인근 지역 고객들의 방문이 늘고, 가족 단위나 회사 모임을 위한 대형 식당들도 있어 입주사뿐만 아니라 외부 방문객도 자주 볼 수 있었습니다. 오피스 입주율에 비해 리테일 공간은 빠르게 안정화된 인상을 받았습니다.
3. 아쉬운 빌딩의 층고와 2층 로비
마곡에 있는 빌딩들은 공항 근처에 있어 고도 제한이 있습니다. 따라서 원그로브를 포함해 대부분의 빌딩이 12~13층 수준의 높이를 갖고 있습니다. 그로 인해 도심이나 여의도처럼 전망이 확 트인 느낌을 기대하긴 어렵습니다. 또한 옆 빌딩들과의 동간 간격도 넓지 않아 보였습니다.
로비는 1층이 아닌 2층에 배치되어 있었고,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갔을 때 층고가 높지 않아 약간 답답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대형 오피스 빌딩 특유의 웅장한 로비 느낌은 부족했는데, 고도 제한과 용적률을 최대한 활용하려다 보니 이런 형태가 된 것이 아닌가 생각해 봤습니다.
원그로브는 총 4개 동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동은 2층에서 모두 연결되어 있습니다.
두 동씩 쌍을 이루는 구조이며, 한 층의 전용면적은 약 1,300평에 달합니다. 두 동을 합치면 2,600평에 달해 단일 임차인이 한 층 전체를 사용할 수도 있는 구조입니다. 옥상에는 구름다리로 모든 빌딩이 연결되어 있으며, 향후 임차인들을 위한 휴게 공간으로 개방될 예정입니다.
4. 최고 수준의 임차인 편의시설
원그로브의 특징 중 하나는 임차인을 위한 전용 편의시설이 운영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3층에는 해비치 호텔앤리조트가 운영하는 입주사 전용 시설이 마련되어 있으며, 2층까지는 로비로 외부인이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지만, 3층은 스피드게이트를 통과해야만 들어갈 수 있는 구조입니다.
해비치는 오피스 리셉션과 3층 편의시설을 전담 운영하며, 호텔 수준의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습니다. 임차인 전용 공간에는 소규모부터 대형 회의실은 물론 수면실, 독서실, 음악 감상실 등이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회의실은 기본적으로 무료 사용 시간이 제공되며, 초과 사용 시에는 과금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었습니다.
임차인 입장에서는 매우 만족스러운 서비스로 보였으며, 서비스 품질을 유지하려면 인력도 많이 투입되어야 하므로 운영비 부담이 클 것으로 예상되었습니다. 공실률이 높을 때는 다소 부담이 될 수 있으나, 안정적인 임대율을 달성한다면 다른 빌딩과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5. 원그로브의 과제
원그로브를 돌아보면서 개발 및 운영을 준비한 담당자들이 매우 세심하게 준비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오피스와 리테일의 면적도 크고 지하철역과의 연결통로 등 관리와 운영에 신경 쓸 요소가 많은 프로젝트임에도 불구하고 어수선한 느낌은 거의 없었습니다.
다만, 원그로브와 마곡의 다른 신규 프로젝트들의 가장 큰 과제는 공실 해소일 것입니다. 리테일 공간은 빠르게 안정화되었지만, 오피스 공간의 임대 속도에 따라 프로젝트의 성과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현재 원그로브에는 DL이엔씨가 한 동 전체를 사용할 예정이지만, 전체 4개 동을 채우기에는 다소 시간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특히, 한 동의 바닥 면적이 워낙 크기 때문에 이를 모두 사용할 수 있는 기업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전략적으로 전 층을 임대할 임차인과 분할 임대를 고려하고 있겠지만, 대형 수요를 유치하는 것은 쉽지 않은 과제입니다. 수평 면적이 큰 만큼 분할 시 공용 면적 손실도 커지기 때문에 분할 임대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1개 층을 두 곳으로 분할해도 전용 면적이 500평 이상이므로, 프라임급 빌딩 1개 층 규모에 해당하는 면적이라는 점에서 난이도가 있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또한, 마곡에는 다수의 프로젝트가 동시에 공급되면서 초기 예상보다 낮은 임대료로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는 것도 현실입니다. 도심보다 저렴한 임대료로 입주하는 만큼, 기업의 신용도와 지속 가능성도 중요한 평가 요소가 됩니다. 재계약 시까지도 지속 가능한 기업을 확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마무리하며
부동산 업계에서는 마곡의 대형 공급이 임대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큰 관심을 가져왔습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준공 이후 운영이 시작되면서 그 변화의 조짐이 하나둘씩 나타나고 있습니다. DL이엔씨, 롯데건설, 대명소노그룹 등이 마곡 이전을 결정하면서 마곡에 대한 기존의 인식도 서서히 바뀌고 있습니다.
부동산이라는 것은 타이밍도 중요하고 예측할 수 없는 운도 작용한다는 점을 마곡 시장을 통해 다시금 느꼈습니다. 또한, 많은 부동산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CBD의 대형 오피스 공급이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지, 마곡의 임대 시장이 공실을 채워가는 과정과 비교해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