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전부터 올해 초까지만 해도 도심권역(CBD)에서 오피스 개발 프로젝트가 많아, 과공급에 대한 우려가 컸습니다. 상업용 부동산 전문가들의 예상부터 다양한 뉴스 매체의 보도까지, CBD 권역에 공급 물량이 많아 시장에서 이를 모두 소화할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이 이어졌습니다. 특히, 주거 상품으로 기획됐다가 고금리와 분양 시장 악화로 인해 오피스로 전환하는 프로젝트까지 늘어나면서, 오피스 공급이 지나치게 많은 것 아니냐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뉴스에서는 오히려 도심권역 오피스 공급이 부족하다는 보도가 종종 등장합니다. 대기업들의 꾸준한 수요와 ‘플라이트 투 퀄리티(Flight to Quality)’ 경향 강화로 인해 수요가 견조하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기사에서 제시하는 근거는 공사비 상승에 따른 사업성 악화, 인허가 지연 등으로 실제 착공 물량이 줄어들었다는 점입니다. 공급 과잉을 걱정할 것이 아니라, 공급 부족으로 인한 임대료 상승 가능성을 전망하는 시각도 있습니다.
이처럼 상반된 뉴스가 나오는 이유와 그 근거를 살펴보면, 상업용 부동산 업계를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됩니다.
임대료 상승 원인 분석
임대료가 오르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공급보다 수요가 많아 가격이 오르는 것이 기본 원리입니다. 그러나 최근 대기업들의 상황과 경제 여건을 보면, 수요 증가로 인해 임대료가 상승했다고 보기에는 다소 근거가 부족합니다. 대기업들도 비용 절감을 위해 사무실을 이전하거나, 감원 등 구조조정을 하는 사례가 확장보다 많습니다. 마곡으로 이전하는 기업이나 CBD 내에서도 더 저렴한 임대료 지역으로 계열사를 옮기는 사례만 보더라도, 고임대료 대형 면적을 사용하는 기업들의 상황이 좋지 않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보다는 물가 상승이나 임대차계약 조항에 따른 정기적인 인상 가능성이 큽니다. 일반적으로 사무실 임대차계약에는 매년 일정 비율의 인상 조항이 포함되어 있어, 자연스러운 임대료 상승이 발생합니다. 만약 시장 임대료 상승률이 이 기본 인상률(약 2% 내외)을 크게 웃돈다면, 그때는 수요 증가가 주된 요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또한, 플라이트 투 퀄리티 현상은 신용도가 높은 기업에 여전히 유효합니다. 핵심권역의 프라임급 오피스는 인재 확보와 생산성 향상이 기업 경쟁력과 직결되기 때문에 임대료 상승이 불가피합니다.
종합하면, 임대료가 과연 실질적으로 상승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습니다. 오피스 빌딩들은 임차인 유치를 위해 무상임대 기간을 제공하기 때문에, 표면 임대료보다 실질 임대료가 더 중요한 지표가 됩니다. 다만 실질 임대료는 계약 당사자 간에만 공유되는 정보라 분석에 활용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신규 대형 면적 공급 시 무상임대나 공사지원금이 적용돼 실질 임대료가 낮아질 수 있으므로, 임대료 상승을 위해서는 충분한 임차 수요가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오피스 수요 예측
공급 이슈가 과공급에서 공급 가뭄으로 변해가는 시점에서, 더 주목해야 할 것은 수요 측면입니다. 수요가 받쳐주지 못하는데 단순히 ‘전통적인 업무권역이라 수요가 견조할 것’이라고 전망하는 것은 설득력이 약합니다. 오히려 사무실 수요를 늘릴 수 있는 조건들을 분석하는 것이 타당합니다.
또, 과거보다 1인당 오피스 사용 면적이 늘었다고 해서 곧바로 수요 부족을 단정하기도 어렵습니다. 이는 개인 공간 확대보다는 캔틴이나 편의시설 증가에 따른 변화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수요 증가 근거를 마련하려면, 기업의 채용 증가나 신규 투자 계획 등과 연결 짓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일부 기업은 공용공간을 확대하는 대신 자율좌석제를 도입해 단위 면적당 활용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이런 경우 1인당 사용 면적은 오히려 줄어듭니다. 코로나 이후 재택근무와 하이브리드 근무가 확산되고, 줌·슬랙·노션 등 협업 도구 발달로 원격근무와 공유좌석제가 보편화되었습니다. 이러한 업무 방식 변화는 오피스 수요 예측에 반드시 반영되어야 조금 더 합리적인 결론을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어떤 산업이 성장할까?
최근 CBD 공급 과잉에 대한 우려는 과거와 다른 패턴을 보입니다. 사업성을 확보하고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 위해 개발 프로젝트가 대형화되고 있어, 단 한 건의 공급만으로도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큽니다. 대형 면적 공급은 시장 안정화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므로, 단순히 착공 연기만으로 과공급 위험이 사라진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따라서 단기적 공급·수요 예측보다는, 장기적으로 어떤 산업이 성장할지를 살펴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게임·IT·금융·컨설팅·콘텐츠 산업처럼 사무실 활용도가 높은 업종의 성장률과 확장 추세를 분석해 권역별 수요와 연결 지을 수 있습니다.
여기에 금리·금융환경 변화에 따른 기업 투자·채용 계획, 업종별 사무공간 활용 패턴, 1인당 사무 면적 변화 추세 등을 함께 분석하면 수요 예측이 더 정밀해집니다. 특히 국내 오피스 권역은 특정 산업군이 클러스터를 형성하는 경향이 강하므로, 대형 면적을 사용하는 기업들의 이전 패턴을 분석하는 것도 유용합니다.
마무리하며
도심권역의 과공급 우려는 결국 시간 문제이며, 장기적으로는 현실화할 가능성이 큽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향후 공급 상황이 자산 가치와 직결되므로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습니다. 매입 후 일정 기간 뒤 매각을 고려하는 투자자에게는, 지속적인 공급이 실질 임대료를 낮추고 자산 가치를 하락시킬 위험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일부 투자자는 공급이 제한적인 강남권역 자산을 더 선호합니다. 도심권역이라도 안정적인 임차 수요가 확보된 자산에만 관심을 두는 분위기입니다.
그럼에도 최근 도심권역의 관심 증가는 긍정적인 면이 있습니다. 과공급 여부와 무관하게 다양한 개발 프로젝트가 진행되며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기 때문입니다. 코로나 팬데믹과 금리 급등으로 시장이 정체됐던 시기에 비하면, 현재의 움직임은 확실히 활발합니다. 앞으로도 활발한 개발이 이어지는 도심권역의 우려와 관심은, 장기적으로 부동산 시장 확장과 성장의 동력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