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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e Oct 17. 2017

요가할 때 왜 레깅스를 입나요?

요가 첫경험자를 위한 넓고 얕은 안내서 #3

오랜만에 무한도전에 등장한 효리언니가 입은 요가 바지는 정말 편해보였다. 보통 요가복이라고 하면 몸에 달라붙는 레깅스와 탑, 일명 '쫄쫄이'를 상상하기 마련인데, 그녀의 요가 바지는 발목은 좁고 엉덩이부터 종아리까지는 편안하게 흘러내리는 스타일이었다. 그거 대체 어디에서 사죠? 요가복을 검색하면 쫄쫄이 일색인데.

이 언니도 매우 편해보인다


도대체 어쩌다 '요가복'을 생각하면 '쫄쫄이'가 먼저 떠오르게 되었을까? 요가를 할 때 꼭 몸에 달라붙는 옷을 입어야 한다는 규칙이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요가가 심신의 안정과 몸 기운의 자연스러움을 추구하는 운동이라는 점에서 볼 때도 몸에 달라붙는 옷은 요가의 정신과 거리가 멀어보인다. 게다가 요가의 출신지로 알려진 인도에서, 그런 옷을 입고 요가를 시작했을리는 만무하다. 차라리 벗고 했다면 했겠지.


무엇이 어째됐든, 퇴근 후 맥주 한 잔을 빼놓고 잠에 들기 아쉬운 평범한 우리들은 나의 사적이고 소중한 뱃살을 당당히 남들 앞에 드러내기가 여간 부끄러운 게 아니다. 그런 요가 첫경험자들을 위해 오늘은 요가복에 대해 간단히 이야기해보겠다.  


쫄쫄이의 진실

다소 애석한 결론부터 말하면, 쫄쫄이를 입을 필요는 없지만 쫄쫄이가 아주 편하다. 에디터 스스로 요가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오랜 시간 직접 요가를 해본 결과, 상의는 목, 소매 부분과 복부 쪽이 너무 헐렁하거나 품이 크지 않고, 바지의 밑단이 넓지 않은 것이 요가를 하기에 편하다. 요가에서는 상체를 정강이 쪽으로 접었다 일어나거나 손을 짚고 엎드린 자세를 취했다 다시 일어나는 동작이 다수 있고, 하체를 위로 들어올리는 자세도 많다. 이럴 경우 옷이 너무 헐렁하면 시야를 가려 다음 동작 진행에 방해가 될 수 있다.

옷이 헐렁하면 이런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물론 이 동작을 해낼 수는 없겠지만 자고로 사람이라면 꿈은 크게 가지라고 했다


그리고 생각보다 요가의 동작이 쉽지만은 않고, 남들이 아닌 나 자신에 집중하지 않으면 해낼 수 없는 것들이 많다. 그래서 처음엔 다소 어색할지라도 시간이 조금 지나고 나면 누구 뱃살이 어떻든 저떻든 지금 당장 몸이 내 마음대로 움직여지지 않는 내 현실이 더 중요해지는 상태가 될 것이다. 쫄쫄이를 입은 속세의 나를 잊고 금방 요가의 동작과 호흡 하나 하나에 빠져들 테니 걱정하지 말자.  


요가 스튜디오에서 빌릴 수 있을까?

요가 스튜디오 중에는 요가복을 제공해주는 곳도 있다. 그럴 경우 일반 헬스장에서 주는 반팔 티셔츠에 반바지를 준다. 이 복장으로 요가를 해도 아무 문제가 없다. 너무 아무 문제가 없어서 허탈감에 빠질지도 모른다. 오히려 집에서 세탁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덜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헬스장에서 옷 빌려 입는 것과 비슷한 논리. 아직까지 쫄쫄이를 대여해주는 요가원이 있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아는 곳이 있으시거나 제공하고 있는 스튜디오 관계자 분들은 제보해주시길.  


남자들은 요가할 때 무얼 입나요?

마일로가 위워크 을지로점에서 매주 수요일 진행하는 '웰니스 웬즈데이' 프로그램 중, 지난 8월 23일에 열린 '맨즈요가' 클래스에 참여한 남성들이 사바사나의 세계로 빠져드는 모습이다


남자들의 경우 편안한 옷을 입는 편이다. 편안한 핏의 티셔츠와 반바지 혹은 긴바지. 설명해놓고 보니 너무 평범해서 왜 설명하고 있는지조차 혼란스러워진다. 내가 방문해봤던 요가 스튜디오 중 남성 참여자 비율이 꽤 높았던 종로구 스튜디오 요가프로젝트에서나, 위워크 을지로점에서 열렸던 마일로의 맨즈요가, 그리고 마일로와 함께 위워크에서 다양한 요가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계신 요가 여행자 위보람 선생님의 복장을 봐도 마찬가지이다.

위보람 선생님의 흔한 요가 복장. 10월 25일 위워크 을지로점 웰니스 웬즈데이에서 또 한 번 수업을 진행하신다고 이 틈을 타 깨알같이 홍보해본다. 괜찮아 자연스러웠어..


결국 자신의 몸에 집중하고 굳어 있던 신체를 유연하게 하기 위한 운동을 한다고 생각했을 때 편안한 옷이면 아무거나 괜찮은 것이다. 혹시라도, 아주 혹시라도 쫄쫄이에 쫄은 형제님이 계시다면 당장 아무거나 입고 요가 스튜디오에 가보자.


몸을 움직일 때 쫄쫄이를 입으면 좋은 점들이 있다. 어떤 운동을 하든, 쫄쫄이는 옷의 펄럭거림이 주는 불편함을 최소화해준다. 많은 사람들이 자기 근육의 움직임을 잘 볼 수 있기 때문에 쫄쫄이가 좋다고 설명하기도 한다. 또 요가에 있어서는, 운동복의 상업적 특성상 주 구매층의 소비에 따라 쫄쫄이가 주요 요가복으로 안착되었을 가능성도 있다.


중요한 건, 요가복이 없거나 옷이 걱정되어서 요가를 못한다는 건 너도 알고 나도 알고 온 우주가 다 아는 핑계란 사실이다. 집에서 놀고 있는 티셔츠와 바지면 아무거나 괜찮다. 일단 한 번 해보고 내게 맞는 복장,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을 선택해도 늦지 않다.

복장은 거들 뿐


자, 지금까지 요가를 처음 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부딪히는 장벽을 [요가 첫경험자를 위한 넓고 얕은 안내서] 시리즈 3회에 걸쳐 제거했다. 나에게 맞는 스튜디오를 선택하는 방법, 수많은 종류의 요가를 구별해내는 방법, 그리고 올바른 복장까지 넓고 얕게, 하지만 딱 필요한 만큼은 훑어봤다. 에디터가 처음 요가 스튜디오에 발을 들이기 시작했을 때 망설였던 문제들이다. 그밖에 요가에 더욱 궁금한 것, 망설여지는 부분은 아래 에디터의 메일 주소(masaru@mylo.co.kr)로 알려주길 바란다. 떼인 돈 받아드리진 못해도 궁금한 건 알아봐드린다.


무엇보다 모두 한 번이라도 요가를 경험해보면 좋겠다는 바람이 가장 먼저 앞선다. 온 몸의 근육을 강화해 찌뿌둥하고 무거운 내 몸을 더욱 잘 지탱해낼 수 있음과 동시에, 바쁘게 돌아가는 삶 속에서 내 움직임과 호흡에 집중할 수 있는 얼마 안 되는 소중한 시간을 만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시간 속에서 발견하게 될 그동안 알지 못했던 새로운 나의 모습은, 일상에 다소 새로운 설렘을 불어넣어줄 것이다.   



지금 바로 요가 경험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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