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경암동철길마을, 군산과자조합, 째보식당, 장자도카페라파르
작년까지 캠핑을 자주 다녔던 우리 가족은 올해는 여러 사정으로 캠핑을 많이 못 다녔다. 더군다나 딸아이가 중학생이 되면서 바빠지기도 했고, 캠핑을 원하지 않다보니 더더욱 캠핑을 많이 하지 못했다. 캠핑을 하지 않으니 가족 모두 주말엔 주중에 못자던 잠을 늦게까지 자게 되고, 늦잠을 자다보니 일요일 하루의 반이 없어지곤 했다.
새해를 맞이하여 일요일을 조금 활동적으로 보내기 위해서 이번에는 당일치기 여행을 하기로 했다.
적당한 거리의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는 남도 여행지 #군산 을 목적지로 정했다.
군산은 예전에 가봤을 때에도 좋았던 기억이 있다.
일제시대 수탈의 역사를 느낄 수 있는 적산가옥도 구경할 수 있고, 여러 맛있는 식당들의 음식들도 맛볼 수 있다.
천성적으로 내일 할 수 있는 일을 오늘 하지 않는 전형적인 P 임에도 불구하고, 와이프와 딸에 비해 상대적인 P 한스푼을 가지고 있단 이유로 뭔가의 계획을 짜는 편인데, 이번에도 P중의 J로서 당일치기 여행코스를 다음과 같이 간단하게 짜보았다.
먼저 군산에서 가볼 곳을 정했다.
#경암동철길마을
#신흥동일본식가옥
#초원사진관
#새만금방조제
#선유도해수욕장
#장자도노을
#장자도스카이워크
그 다음 맛집을 검색해서 다음과 동선을 짰다.
아침 6시 출발 - 군산 8시경 도착 월명동 근대화거리 (이성당 오픈런 혹은 군산과자조합 오픈런 또는 국밥 - 월명식당, 한일옥, 일흥옥) - 경암동철길마을 - 월명동 신흥동일본식가옥, 초원사진관 구경 - 월명동 점심식사( #째보식당 ) - 새만금방조제 - 선유도해수욕장 - 장자도스카이워크 - 장자도 호떡먹기 - 커피마시며 노을구경( #카페라파르 ) - 월명동 저녁식사 (빈해원 또는 국제반점 )- 귀경
일정은 그렇게 짰지만 J흉내를 내는 근본 P로서 또 더욱 P같은 와이프와 딸을 둔 가장으로서 일정은 디테일 없이 거칠었고 언제라도 바뀔 수 있었다.
우선 역시나 기상부터 늦어졌고, 출발은 7시 좀 넘어서 했으며, 도착도 9시가 넘어서 하게 되었다. 차에서 내려보니 추워서 빵과 커피보다는 한국인은 밥심, 국밥이 생각났으며, 도착하기 전에 갑작스런 배고픔으로 군산 도착 점 바로 앞 장항에서 지도를 통해서 물메기탕 조식 식당을 찾아 가게 되었다. 이름은 #일미정 이었다.
계획은 언제나 바뀐다. 진정 레알 트루 P들이다.
리뷰상에서 저렴한 한정식도 괜찮은거 같아서 들르게 되었는데, 안타깝게도 물메기탕은 먹을 수가 없었다. 철이 아니었던가, 물때가 아니었던가. 그래서 한정식 밥상을 먹게 되었는데, 반찬도 다양하게 나오고, 메인반찬, 각각의 밑반찬들도 맛이 좋아서 아침을 기분좋게 먹고 나올 수가 있었다. 갓 지어서 나온 개별 솥밥의 밥과 따뜻한 누룽지가 우리 속을 든든하게 해주어 여행의 시작에 큰 힘이 되었다. 이런 메뉴에 1인 1만 3천원이니, 요즘 물가를 고려하면 비싸지 않게 느껴졌다.
밥을 먹었으니 이제 정신도 깨울겸, 커피 한잔을 하러 카페를 찾았다. 미리 계획했었던 #군산과자조합 을 가기로 했다.
옛날 적산가옥을 리모델링해서 만든 카페인 것 같은데 입구가 두군데였다(나중에 나와서보니). 우리가 들어갔던 한쪽 입구는 1층 옷가게를 통해서 올라가게 되어 있었다. 옷 매장 안에 옛날 주택의 다락으로 올라가는 듯한 나무 계단이 가파르게 있었는데, 그곳을 통해서 2층 카페로 갈 수 있었다.
옛날 집의 목재 구조가 드러나는 고풍스러운 인테리어였는데 목재 특유의 아늑하고, 고풍스러운 느낌이 잘 되어 있었다. 카페 오픈은 9시30분인데, 우리가 방문했던 시간은 10 30분이었다. 모든 직원들이 다 출근하기도 전에 우리가 방문했던지라 우리가 갔을 때는 자리가 많이 비어 있었다. 우리는 카페의 시그니처인 아이스밀크티와 와인아메리카노와 초코라떼를 시켰는데 특히, 와인아메리카노가 특유의 향이 있으면서 독특하고, 맛이 있어서 평소 아메리카노를 좋아하지 않는 편인 나도 맛있게 느껴졌다.
그래도 명색이 과자조합인데 어찌 베이커리류를 안시킬수 있나?
배가 불렀음에도 불구하고, 시그니처인 계란찜과자와 플레인스콘, 솔티초코쿠키를 시켰는데 베이커리류도 다들 괜찮았다. 역시나 밥배와 디저트배는 따로 있다고 하더니..
밥도 먹고, 커피도 한잔 했으니 이제 여행을 본격적으로 해보자. 먼저 경암동철길마을로 이동을 했다. 공영주차장에 주차를 했는데 요일이나 시간대가 잘 맞았는지 주차비용이 들지 않았다.
철길마을은 두 블록으로 구성이 되어 있었는데 주차장쪽에서 이동을 하다보면 나오는 첫번째 블록 철길 주변에는 별다른 시설이 없어서 약간 을씨년스러웠는데, 횡단보도를 건너 본격적인 철길마을로 들어서니 철길 주변으로 상점, 노점상들이 오픈이 되어 있어서 구경하는 재미도 있고, 8090 이전 시대로 돌아간 느낌이었다. 아버지, 어머니 세대들이 입으셨을법한 옛날 교복을 대여해서 입고 다닐 수 있었는데(5000원), 우린 대여하진 않았다. 다만 걸으면서 보니 어르신들이 많이 교복을 입고 다니고 계셨고, 사진도 많이 찍고 있었다. 어르신들의 표정은 밝고, 즐거운 표정이었다. 그들은 그시절로 돌아가 계셨던 걸까.
경암동 철길마을은 거리가 길지는 않다. 한바퀴 쭉 훑어보고, 다시 돌아나와 차로 이동해서 우리는 다시 월명동으로 향했다.
월명동 근대화거리를 걸으면서 신흥동일본식가옥을 구경했다. 안타깝게도 실내는 들어갈 수 없어서 가옥을 둘러서 일본식 정원등을 구경할 수 있었다. 초원사진관에서 사진 한방 찍고 이동을 했다.
점심식사를 위해 #째보식당 에 방문했다. 와이프와 딸이 간장게장 등의 장류를 좋아하는데 음식점 검색을 하다 보니 군산의 째보식당이 모음 해산물 장류를 판매하는 식당이라 가족들이 좋아할 거 같아 미리 찜해두었던 식당이다.
인테리어나 컨셉트가 게장류를 판매하는 식당같지 않고 젊은 감각으로 구성되어 있고, 상당히 심플한 느낌이었다.
식당 시그니처인 째보간장모둠세트 2인을 시켰는데(아침 먹은게 아직 다 해결이 되지 않아서 2인분만 시켜서 죄송했는데도) 잘 받아주셨다.
식당리뷰에서도 메뉴사진을 보긴 했었지만 실제 비쥬얼이 훌륭했다. 모든 장류들이 어떤 것은 부드럽고 어떤 것은 쫄깃하고 전체적으로 맛이 좋았다. 간장요리라 짠 맛이 강할까 싶었는데 밥이 없어도 먹을 수 있을 만큼 많이 짜지도 않고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계산하고 나오면서 포장 및 배송주문, 온라인 주문이 가능했다. 온라인 주문을 할 경우에는 할인 적용이 안되었지만 실제 방문한 손님이 현장에서 배송주문을 하면 20% 할인 적용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부드러웠던 연어장과 신선한 새우장을 택배 주문을 하고 나왔다.
배부른 상태에서도 우리는 식사를 맛있게 하고 나온뒤 선유도로 향했다. 선유도 가는 길에 새만금방조제가 있었기에 구경을 하고 갈까 했으나 이른 아침부터 부산하게 움직였던 우리 가족이기에 와이프와 딸은 차속에서 모두 잠이 들었고, 그렇게 새만금방조제를 지나쳐서 우린 선유도 해수욕장에 도착했다.
생각보다 날씨가 따뜻한 편이었지만 겨울이라 그런지 해변에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전체적으로 관광객이 많지 않은 분위기였다.
조용한 서해 바다에는 우리 가족의 대화소리와 파도소리만 들리는 듯 했다.
선유도 해수욕장에 도착해서 바다를 보며 산책을 하다며 사진도 찍고 놀다가 우리는 선유도에서 장자도로 넘어가는 보도 다리인 #장자도스카이워크 를 이용해서 장자도로 넘어갔다.
장자도에서 유명하다는 호떡집 중 하나에서 호떡을 하나 사서 기념샷을 찍고 맛을 본뒤 노을을 보러 이동했다.
#호떡당 호떡집도 카페형으로 되어 있어서 차를 마시며 바다를 보고 구경하기에 좋았다.
우리의 장자도 최종목적지는 장자도 카페 검색에서 많이 나오는 카페 #라파르
건물이 통째로 다 카페 건물인데 노을이 보이는 해안을 끼고 있어서 노을 맛집이다.
바깥에 앉아 있어도 될만한 날씨였던지라 우리는 야외 바다를 바라보는 쪽에 자리를 잡았다. 아이스아메리카노를 주문하던 나에게 밖에서 먹을건데 따뜻한 거 아메리카노를 먹으라던 와이프는 보기에도 시린 얼음이 가득찬 아이스 아메리카노 2잔과 케익 한조각을 들고 멋쩍게 나타났다.
평소에도 아이스아메리카노를 잘 먹지 않는 사람인데..
주문한 음료를 받았을 때 얼마나 당황했을까..
겨울에 야외 카페에서 시원한 아이스아메리카노를 마시며 우린 한동안 서해 노을을 즐겼다.
시원한 아이스아메리카노를 즐기지 못하는 와이프는 노을만 구경했고, 배불렀던 나는 두잔의 아이스아메리카노를 마시고 더 배불러졌다.
우리 부녀 사이를 닮은 아빠카메라, 딸내미카메라
장자도에서 선유도로 다시 돌아오는 길, 빠르게 어두워질까 걱정했는데 노을은 남아서 우리가 돌아오는 길을 밝게 해주었다.
여기서 계획은 근대화거리(월명동)으로 돌아와서 군산 빈해원이나, 국제반점 등의 중국집에 들려서 물짜장을 먹고 귀경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꼼꼼하지 않았던 나는 가게가 닫는 시간을 확인하지 않았는데.. 군산의 식당들이 8시전에 거의 닫는다는 것을 몰랐다.
아홉시까지는 식당들이 할 줄 알았는데...
우리가 근대화거리에 돌아온 시간은 거의 7시 50분
많은 상가들이 닫혀 있었고, 관광객들은 많이 보이지 않았으며, 로컬 국수집 한군데만 열려 있어서 우리는 간단하게 저녁을 떼우고 서울로 올라오게 된다.
서울로 올라오는 길도 다행이도 많이 막히지 않아 우리는 기나긴 하루 일정을 마무리했다.
갑작스럽게 이루어진 여행이었지만 알찬 당일치기 여행코스였으며, 즐거운 여행이었다. 그런데 간만에 아침부터 움직였더니 피곤하긴 했다. 또 할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