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말그미 May 25. 2022

250년 된 느티나무가 지키는 호수

대전 여행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이고

사람들이 잘 찾지도 않는 곳이기에

'나만 알고 있을까?'

하고 숨겨두고 싶다가도,

이리 좋은 곳을 혼자 알고 있기 아깝고

내심 자랑하고픈 마음이 들어서 아무래도

알려야겠다는 마음이 드는 곳이 있다.


열흘 동안 고민끝에 올리는 이곳은

중이온가속기가 만들어지고 있는 대전 유성구 대덕연구단지 신동지구 맞은편의 둔곡지구 끝자락에 있는 소류지로 이름 없는 호수이다.

호수에 세워진 표지판에도 농업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마련한 소류지라고만 되어 있지 이름이 없다. 내비지도상으론 '구룡저수지'라고 되어있으나 가까이에 있는 보덕봉 아래 이미 '구룡저수지'가 있다.

이 호수 아래로 천동천과 청운저수지가 이어진다는 표시가 카카오맵에 나와있는데, 정작 호수 이름은 아무리 찾아도 나와있지 않았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이름 없는 호수'가 되었다.

세종대전간 자동차전용도로를 사이에 두고

신동은 중이온가속기 연구단지, 둔곡은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거점지구와 아파트단지로 나눠진다. 이름 없는 호수는 둔곡지구의 외국인투자지역에서 남서쪽으로 쭉 올라간 야트막한 산자락 아래에 있다.

사당처럼 보이는 건물 앞에 커다란 느티나무가 서있는 풍경이 보이는 곳이다. 마치 이 느티나무가 호수를 지키는 수문장처럼 보인다. 

이 노거수는 250년 수령의 대전광역시 지정 보호수로 '구룡동 느티나무 보호수'이다. 나무 앞 표지판에 쓰인 주소로 내비를 찍으면 된다.


주소 : 대전시 유성구 구룡동 산 97-17 구룡동 느티나무 보호수


나무 뒤편의 공터에 주차를 하고, 풀밭 사이로 난 길을 따라 30m쯤 올라가면 왼쪽으로 구룡저수지가 보인다. 5월 중순이라 산에는 아카시꽃과 찔레꽃이 만발해있었고, 풀밭길 오른쪽으로는 뜻밖에도 샤스타데이지가 흐드러지게 피어있었다. 샤스타데이지는 원예용으로 따로 심는 꽃인데 이런 야산 아래에서 만나게 될 줄 몰랐다. 샤스타데이지의 방긋 웃는 얼굴이 예뻐서 딱 일곱 송이만 꺾었다. 야생화로 피었으니 주인도 없고, 워낙 많이 피었으니 좀 실례해도 되지 않을까 하여.

샤스타데이지 일곱 송이를 손에 들고 구룡저수지에 오르니, 밀양 위양못에 버금갈 정도로 아름다운 호수 풍경이 펼쳐졌다. 위양못은 이팝꽃이 그 아름다움을 더해준다면 이 호수는 주변에 둘러서서 하얗게 핀 아카시꽃이 호수의 아름다움에 마침표를 찍은 느낌이었다.

남편과 나, 단 둘만이 고적한 호수의 아름다움을 눈으로 즐기며 산으로 이어진 둑길을 따라서 걷다가, 산속 오솔길까지 천천히 걸으며 반바퀴를 돌아보았다. 중간에 사람들이 낚시 좌대로 썼을 법한 장소도 보였는데 낚시금지구역이라는 푯말이 서있었다.

구구구구~ 산비둘기 소리, 꾸엉꾸엉~ 까투리 찾는 장끼의 울음소리, 따그르르 딱딱 나무를 쪼는 딱따구리 소리들이 햇빛이 부서지는 조용한 호수 위에 내려앉았다 사라지고, 사르르 불어오는 바람결에 달콤한 아카시향과 상큼한 찔레향이 콧속을 간지럽히다 흩어졌다. 이름도 없는 작은 호수지만, 꿈결처럼 아름다운 그곳에서 머물다 온 시간은 오래오래 소중한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 중이온가속기는 우주 탄생의 비밀을 가장 원초적인 수준에서 밝히고 자연계에 없는 희귀 동위원소를 찾아낼 수 있어 기초과학 분야 국가경쟁력을 가늠하는 잣대로 평가된다. 대전 대덕연구단지를 중심으로 하는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의 핵심 시설로 1조5000억 원이 투입되는 한국형 중이온가속기 ‘라온’ 구축 사업이 대전시 유성구 신동지구에서 진행되고 있다.


* 지도 찾기 명수인 남편이 이 글을 보고 찾은 바에 따르면 이  호수의 이름은 '구룡소류지'라고 합니다. 올해 안에 생태공원이 조성될 예정이라는 기사도 떠서 올려봅니다.


<구룡소류지에 생태공원 조성>  2021.11.23 기사


LH 대전충남지역본부와 대전 유성구는 23일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거점지구와 인접한 구룡 소류지에 생태 휴식공간을 조성하는 내용의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과학벨트 둔곡지구와 인접한 구룡 소류지는 면적 1천200㎡, 저수량 2만2천t 규모의 농업용수를 저장하는 시설이지만, 현재 사용하지 않고 있다. LH와 유성구는 내년까지 소류지 순환형 보행 데크, 전통 정자, 갈대 관찰대, 흔들다리, 주차장, 화장실 등 편의시설을 설치할 계획이다.


LH 관계자는 "소류지 주변의 우수한 자연경관을 활용해 아파트 입주민에게 휴식공간을 제공할 것"이라며 "설계와 공사 시행, 보상, 인허가, 시설물 유지관리 등을 분담해 신속하고 원활하게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http://yna.kr/AKR20211123131800063?site=popup_share_copy


매거진의 이전글 남원 실상사 백장암에 국보 10호가 있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