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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칠한 고양이 Jul 22. 2016

사랑을 생각하다

- 9와 숫자들, '창세기'

                                                       

그대는 내 혈관의 피

그대는 내 심장의 숨
그대는 내 대지의 흙
그대는 내 바다의 물

그대는
내 초라한 들판
단 한 송이의 꽃
그대는
내 텅 빈 하늘 위
휘노는
단 한 마리의
신비로운 새

포근한 그 품 속에
가득 안겨있을 때면
기도해요 난 지금이
내 마지막 순간이길

그대 그 아름다운 미소
그 밖에 난 없어요
유일한 나의 세계
매일이 하루 같은 나의 꿈

그대는 내 아침의 볕
그대는 내 공기의 열
수억 광년 어둠을 뚫고
날 부르는 별

그대는 날 이끄는 길   
그대는 날 지키는 법  
수백만 년 정적을 깨고  
날 흔드는 손

포근한 그 품 속에
가득 안겨있을 때면
기도해요 난 지금이
내 마지막 순간이길

그대 그 아름다운 미소
그 밖에 난 없어요
유일한 나의 세계
매일이 하루 같은 나의 꿈



'9와 숫자들' 달콤한 그의 목소리를 좋아한다.

순진하게 전하는 진심이 좋다.

'9와 숫자들'의 노래 '창세기'를 듣다, 누군가 내게 전하는 사랑의 메시지 같다고 생각한다.

누군가 나를 두고 그런 생각을 한다면 행복하겠다고 생각한다.

그런 나는 사랑을 모른다. 그다지 믿지 않는다.


"그게 무슨 사랑이야, 그건 사랑이 아니지."

"넌 사랑을 몰라."


누군가 내게 말했다. 유치하게 들렸다. 유치하게 대꾸했다.


"그래서 사랑이 뭔대?"


나는 사실 사랑을 들먹이는 일도 어색하고 유치하다.

누군가를 죽을만큼 사랑한 적이 없다.

누군가가 죽을만큼 날 사랑한 적도 없다.

언제나 주기보단 받길 원했고, 계산기를 두드려댔다.


그냥 연애했다.

몇몇의 그를 만나 행복했고 재미있었고 싸웠고 슬펐고 헤어졌고 아팠다.

그도 나를 만나 행복해했고 재미있어 했으며, 싸울때마다 힘들어했고, 헤어지곤 아파했다. 그렇게 알았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감정을 믿지 않는다.

그런 순간의 감정이 있겠지. 너무 좋았던 순간, 행복해서 미칠 것 같은 순간, 절망으로 죽고 싶은 순간, 오로지 한 사람때문에 내 감정이 롤러코스터를 타는 그런 순간이 있겠지.

하지만 난 그게 순간같다. 그래서 난 사랑을 모르나?! 난 사랑을 해본 적이 없을까?! 내 사랑은 틀렸나?!


그래도 난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행복해하고 재미있어 하고 싸우고 힘들어 하고 아파하며 살고 있다.

그럼 그렇게 함께 사는 그를 난 죽을만큼 사랑하나?!

그가 없으면 죽을 것 같을까?! 단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그 역시 내가 없으면 죽고 싶을만큼 날사랑할까?! 단지 너와 나, 남녀간의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우리는 살고 있다.

매일매일 똑같은 일상을 살고 있다.

하루 몇 마디 나누지 않을 때도 있고, 며칠간 침묵할 때도 있다.

박장대소 하는 시간들도 있고 억억 소리 지르며 싸우는 시간들도 있다.

그렇게 매일매일 똑같은 일상을 살고 있다.


누구처럼 심장이 조이거나

누구처럼 죽을 것 같거나

누구처럼 내 인생을 환희로 바꾸거나

누구처럼 내 인생을 절망으로 바꾸거나 하진 않는다.


그냥 하루하루를 같이 평온하게 걸어가고 있다.

흔들릴 때도 있고, 멈춰설 때도 있지만, 그냥 평온하게 그 길을 가고 있다.

아직 같은 곳을 바라보고 아직 손을 잡고 있다.

그 또한 사랑이 아닐까?!


계산기를 두드려대고 여전히 재고 사랑의 표현을 하기보단 표현을 듣고 싶고 가슴 설레 미칠 것 같지 않아도 이 평온함도 사랑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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