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문이 없어졌다

by 정서유


내가 ‘나’ 일 때부터 있었다

뗄 레야 뗄 수가 없었다


나는 여기저기 쾅쾅 찍고 다니며

내가 ‘나’인 것을 자랑했다


내 얼굴이자, 내 몸이자, 내 마음


그것을 꺼내 보여준 것은

내 전체를 다 내어준 것과 같았다


되돌려 받을 줄 알았지,

내 선물이 제물이 될 줄 몰랐으니까


아무리 못 돼도

사람 전체를 빼먹는 법은 없으니까


당신은 내게 신처럼

‘나’라는 증거를 요구했다


진짜 신이라면,

다 알고 있어야 되는 거 아닌가요?


내가 당신께 바친 게

당신을 향한 선물인지 제물인지


그것도 모르면서

왜 내가 ‘나’인 것마저 모르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