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만들기! 야! 너두 할 수 있어!
직장생활을 하면서 동료들 중 외주를 받는다거나 전자책을 만들어 판다는 이야기를 들을때마다 '도대체 어떻게 외주를 받고 어떤 전자책을 만들어서 파는걸까' 늘 의문이었다.
디자인을 사랑하진 않지만 디자인으로 밥을 벌어먹고 사는 사람으로서 스스로의 실력을 인정하지도 않았고 그렇기때문에 디자인으로 부업을 한다는 일은 나에게 가당치도 않는다 생각했다. 그렇다면 내가 잘 하는게 뭘까, 내가 남들보다 아주 조금이라도 뛰어나 도움을 주고 그 대가로 돈을 받을 수 있는건 뭘까 한참을 고민했고, 내가 낸 결론은 바로 '이야기'였다.
이야기를 만들어서 판다? 처음엔 말도 안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만든 이야기를 사람들이 돈을 주고 사서 볼까? 의심은 되었지만 하지 않으면 모르는 일이었기 때문에 바로 실행에 옮겼다.
1. 어디에 팔아야 할지 찾아보기 시작했다.
보통 전자책은 출간되어 e-book으로 판매하는 정식출간책이 아니라면 펀딩의 형태로 많이 판매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됐다. 펀딩을 진행하는 사이트들은 대표적으로 '와디즈'나 '텀블벅'이 있는데 와디즈의 경우는 보통 어떤 강의를 vod로 판매하면서 전자책을 곁들이는 느낌이라면, 텀블벅은 창작자들을 위한 다양한 소스들을 담은 전자책과 같이 와디즈보다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다양한 아이디어들을 담은 전자책들을 펀딩하고있었고, 나의 경우 텀블벅이 더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2. 어떤 전자책을 팔아야 할까?
플랫폼을 찾은 후에는 어떤 전자책을 팔아야 할까 생각했다. 텀블벅에서 인기있는 전자책들을 살펴보니 아주 소소하지만 방대한 양으로 구성된 전자책들이 많았다. 예를 들어 특정 직업군에 대한 옷과 상황별로 쓰이는 언어나 용어등을 몇천개 이상으로 나열한 형태라던지, 웹소설이나 소설등에서 사용할 수 있는 의성어나 의태어의 모음들과 같은 것들이 대다수였다. 이미 기존에 잘 정리되어 펀딩되던 전자책들이 있었기 때문에 나는 나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뭐가 있을까 고민했다. 그리고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전자책을 쓰면서 나 스스로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진행하는게 중요했다. 전자책을 완성하는데에 들이는 시간이 짧지 않으니 말이다.
3. 내가 했던 고민들을 누군가도 했을거라는 막연한 예상.
작가를 준비하는 나에게 늘 이야기를 위한 소재를 찾는것이 어려운 일이었다. 막상 대본작업을 진행하면 술술 잘 써지는 편이긴 했지만, 어떤 이야기를 담은 대본을 써내려갈지에 대해 고민하는건 늘 어려운 숙제였으니까. 다른 작가분들도 빈 모니터를 보면서 어떤 이야기를 해야할까 막연한 고민들을 했을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내가 만들어낼 수 있는 많은 가능성들이 담긴 이야기들을 짤막하게 스토리로 엮어내기 시작했다.
처음엔 '감정별 이야기', 그리고 '갈등별 이야기' 그 다음엔 '공간별 이야기' 등등...
내가 써내려간 이야기들을 그대로 옮겨가지 않더라도 분명 이야기를 읽다보면 각자의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새로운 이야기가 있을거라고 확신했고, 그것들이 망망대해에서 헤매고 계실지 모르는 작가님과 창작자분들께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결과는 신기했다. 처음 펀딩에 올린 '소재별 스토리 설정집'은 펀딩 달성율 1,242%를 달성하며 600만원 이상의 후원금을 가져다 주었다. 물론 결제 도중 결제실패로 나에게 들어온 수익금은 그보단 적었지만 놀라운 성과였다. 그 뒤로 더 많은 이야기들을 만들어 펀딩하기 시작했고, 처음 전자책 만큼 큰 후원금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계속해서 펀딩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2023년 11월 첫 스토리 전자책 펀딩을 시작으로 2024년도 까지 총 4개의 설정집을 펀딩하였고, 나는 전자책을 쓰기 위해 610개의 모두 다른 이야기를 써내려갔다. 궁극적으로 오히려 나 스스로에게 큰 도움이 된 경험이었다. 그리고 2025년이 시작된 지금, 내가 펀딩을 진행했던 스토리 설정집들을 더 잘 활용할 수 있는 '스토리별 대사집'을 펀딩예정이다. 각 스토리 설정집에 있던 이야기들 속 캐릭터들을 꺼내와 대사로 풀어낸 전자책이 될 예정인데, 이렇게 되면 2D로 봤던 이야기를 3D로 만나게 되면서 대사집 전자책을 보는 모든 사람들은 이야기를 더 적극적으로 구상하게 되리라 확신한다.
이번 펀딩을 진행하고 또 어떤 전자책을 펀딩할지 아직은 모르지만, 사람들의 생김새가 모두 다르듯, 각자가 갖고 있는 보석들도 모두 다르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보석들을 수면 위로 드러낸다면 스스로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 또한 반짝이게 만들어줄 수 있을거라 확신한다.
지금이다! 도전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