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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인생노트

꿈은 믿지만, 길은 정해놓지 않기로.

by 오롯하게

보통 연이은 새해에는 늘 해가 바뀌었다는 느낌이 잘 들지 않았었다. 생일이 2월인 탓에 생일이 지나야 겨우 '아 이제야 해가 넘어갔구나' 했는데, 올해는 그게 아니다. 새해라는 느낌이 들지만 별 다른 기대가 들지 않는달까.


어쩌면 아주 짧은 시간을 살아온 나에게 벌써 찾아온 이 서글픈 느낌이 마냥 반갑지만은 않다. 보통 새해라 하면 '올해는 뭔갈 해내야지'하는 생각과 함께 작지만 강한 기대같은 것들이 늘 곁들여져 있었는데 올해는 그렇지 않다는 뜻이기 때문. 지침에도 끝이 있을까? 연일 생각하던 나에게 이제는 지쳐버림이 너무나 익숙해져버려서 '그래, 니가 나랑 같이 살고싶으면 같이 살자.' 하고 내 바짓가랑이를 잡고있는 어떤 '지침'이라는 덩어리에 내 한 켠을 내어준 느낌이다. 그래서일까. 해가 넘어간 것은 너무나 잘 알겠으나 그에 마땅한 기대가 생기질 않아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 단 하나도.


어차피 삶은 내가 계획한 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걸 이제는 잘 안다. 내가 꿈꾸는 일들이 이루어진다는 것은 분명히 믿는 바이지만, 그곳까지 도달하는 모든 과정을 스스로 통제하는건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서일까. 꿈은 믿지만 길을 정해놓고싶지는 않다. 어쩌면 이런 마음가짐이 2025년 새해에 하고자하는 일들을 계획하지 않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앞으로는 나아갈 방향은 정할테지만, 모든 것을 내려놓은채로.

꿈은 믿지만 길은 정해놓지 않기로.


올 해는 그렇게 살아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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