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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희 Jul 22. 2017

독일 종합병원 입원실의 삼시세끼


그렇게...
정해진 입원실로 긴 시간이 걸려 올라오게 된 딸아이는 직접 카테터 관으로 투여한 진통 수액이 효과를 발휘한 덕분인지 하루가 길고 길었던 탓인지... 파김치가 되어 하루 종일 잠만 잤다.
그 와중에..
딸아이와 같은 입원실 13호실을 쓰고 있던 옆 침대 이웃은
다리 수술 후 퇴원할 때가 다된 처자였는데 이어폰이 있음에도 TV를 귀 어두운
할머니, 할아버지들처럼 크게도 틀어 놓고 있었다.
 

지쳐 자고 있는 딸아이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병실에 홀로 두고 집에 와서는 또 이 생각 저 생각으로 잠을 설쳤다.

독일의 일반적인 입원실 내에서는 보호자가 함께 잘 수도 없고 24시간 있을 수도 없다.(*소아과 병동은 부모가 원한다면 작은 간이침대를 옆에 놓아준다)

물론 집이 먼 곳인 보호자 들을 위한 숙소가 병원마다 따로 있는데 여기는 병원 바로 앞에 있다.

그러나 우리 집은 가깝기도 할뿐더러 다른 식구들도 챙겨야 고 도시락도 챙겨야 해서 왔다 갔다 했다.

독일의 종합병원에서는 환자의 모든 것을 간호사, 간호조무사 등의 전문 인력들이 알아서 해 준다.

예를 들어 밤에도 수시로 병실 들을 돌며 환자가 불편한 곳은 없는지 확인하고 진통제, 약 등을 나누어 주고 화장실 가는 일 씻는 일 까지도 도와주며 한국에서는 가족들 또는 간병인들이 해 주는 거의 모든 일들을 병원에서 해 준다.

그래서 딸내미가 입원했을 때 주로 내가 했던 일은 먹고 싶다는 거 도시락 싸서 나르는 일이었다.

(독일종합병원의 환자식 점심으로는 감자, 고기, 파스타, 샐러드 등등 매일 다양한 메뉴를 선택수 있고 기름을 적게 사용하는 조리법 으로 웰빙 식단 이건만....결정적으로 맛이 없다.딸내미의 세번째 옆 침대 이웃이 된 아이텔 할머니가 이렇게 이야기

했었다."몇년전 남편이 병원에 입원 했을때 유난히

식사를 제대로 못하고는 했었는데...내가 이제야 이해가 된다우..")

독일 종합병원 삼시세끼

새벽에 일어나 고슬고슬 밥을 하고 도시락을 쌌다.

독일 종합병원의 입원실에서는 환자 들의 아침 식사가 7시 30분에서 8시 사이에 또박 또박 이루어진다.

아침 6시가 넘으면 이미 빵 냄새 커피 냄새가 병원 복도에 솔솔 풍겨 나기 시작하고 사람들의 움직이는 발소리... 음식 식판 나르는 소리... 등등이 들려오기 시작한다.

딸내미는 이렇게 일찍부터 사람들이 바쁘게 오가아직 잠도 덜 깼는데 밥때 되었다고 식판 가져다주면 먹어야 하는 상황을 힘들어했다.

게다가 아침저녁으로 식판에 담겨 나오는 음식은 저런 커다랗고 하얀 뚜껑을 열면 접시 위에 얌전히 담겨 있는 빵 몇 쪽 치즈 몇 쪽 소시지.. 버터.. 요구르트.. 디저트로

바나나 사과.. 이 정도가 다인데...

평소 빵을 좋아하는 딸내미 라도 아프고 고단해 가뜩이나 껄끄러운 입안인데... 그리 식욕이 있어하지 않았다.

그래서 새벽마다 도시락을 쌌다

하루는 부드러운 호박 수프 그다음 날은 주먹밥과

계란말이 밥 그리고 다른 날은 유부초밥과 연어초밥 등등...

매일매일 아이가 좋아하는 다른 메뉴로 칸칸이 도시락을 싸다 보니

예전에 내가 학교 다닐 때 우리 엄마도 이렇게 아침 일찍 일어나 도시락을 싸주셨었는데...

하는 옛 기억 들이 떠올라 슬그머니 웃음이 났다.

학교급식이라는 것이 없던 그 시절 길고 긴 수업 시간들을 버티고? 점심시간이 되면  

친구들과 모여 앉아 도시락 뚜껑을 열고는 했었다. 그때는 모든 것이 귀한 때라... 매번 그리 큰 차이가 나는 것도 아니건만 오늘은 무슨 반찬 일까? 궁금해하며....



그래도 흘러가는 병원 에서의
시간들....

그렇게 입원실의 환자들이 아침을 먹고 나면 의료진들이 이방 저방 회진을 도는 시간이 온다.

우리 딸내미의 경우.. 간밤에 잠은 잘 이루었는지? 통증은 견딜 만 한지? 진통 수액이 분당 들어가는 숫자가 맞는지.. 등등을 확인하고 수술 한 무릎의 붕대를 갈고 아직 이것저것 달고 있어야 하는 것이 많았던 딸내미의 모든 것이 잘 연결되어 있는지 확인하는 순서로 회진이 끝난다.

수술 직후 움직이기 어려웠던 그 며칠 동안 딸내미는 양치도 씻는 것도 심지어 화장실까지도 모두 침대 위에서 해결해야 만 했다.

그런데 양치를 하는 것도 치과 진료 후에 입을 헹구어 내듯 앉아서 칫솔로 하면 되고 물수건으로 몸을 닦아 내는 것도 그리 어려운 문제는 아니었으나 문제는 화장실이었다.

옛날 옛적 할머니가 쓰시던 요강 을 생각나게 하던 그보다 납작한 그것의 이름은 Schieber쉬버...

그 물건에 누워서 엉덩이를 걸치고 볼일을 보아야 하던 딸내미는 그 거시기한 느낌에 첫날에는 질색을 하며 성공하지 못했고 결국 뽑아내야 했으며 이름부터 쉬바 스런 그 아이를 사용하는 것을 한동안 꺼려했었다.

신호는 오는데 차마 볼일을 볼 수 없는 참으로 안타까운 상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모든 것이 살게 마련이라고 딸내미는 그렇게 힘들어하던 흐르지 않을 것 같은 입원실 에서의 시간도 흘러 옆 침대 환자가 세명이 바뀌고 나니 어느 순간 목발 짚고 걸어서 화장실도 다니고 엄마의 도시락을 소풍 도시락 기다리듯 기다리며 입원실 생활에 익숙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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