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다 Jul 08. 2020

사람이 변하지 않는다는 말은 틀렸어

어째서 ‘아침의 나’랑 ‘저녁의 나’는 이토록 다른 애들일까



아침의 나랑 저녁의 나는 이토록 다르다 

아침이 밝았다.

지난밤 덮어썼던 여러 가지 현실적이고 머리 아픈 일들을 그대로 짊어지고서 출근길 버스를 탔다.

이런저런 생각을 했는데 결론은 내가 하는 일을 포기하고 싶다는 거였다.

호기롭게 시작했던, 초등학생들에게 논술을 가르치는 일. 그만두는 게 맞는 것 같았다.

심지어 오후에 수업을 준비하면서도 그런 생각을 했는데,
아니 그런데!
막상 수업에 들어가니까 수업하는 게 너무 재밌었다. 사실 하는 도중에는 ‘재밌다는 생각’을 의식하지 못했다. 그냥 그 안에 몰입해있기 때문에.. 다만, 다 끝나고 나니까 나는 명랑한 상태로 되돌아와 있었다.

그저 아이들의 웃음, 소소한 농담이 좋았고, 다 같이 재미있게 뭔가를 이루어낸 그 순간이 멋졌고
무엇보다도 아이들 머릿속에서 순간순간 튀어나온 반짝이는 생각들이 눈이 부셨다.
‘와.. 크.. 진짜 너무 멋진 생각이다 시인 같은데? 잊어버리기 아까워!!
아이한테서 기발하고 다양한 생각들이 나올 때마다 나한테선 목마른날 시원한 맥주 한 모금을 마실 때 나는 탄성이 났는데, 그 외에 달리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을 잘 모르기 때문인 것 같다.

또 비슷한 순간을 찾자면 영화를 보다 기가 막힌 대사를 만났을 때.
그래도 역시 제일 비슷한 건, 목으로 넘기는 순간 모든 것이 완벽해지는 그런 맥주 한 모금( ㅋㅋㅋ)

아이들이 저마다 색깔이 다른 생각들을 언어로 들려줄 때는 진짜로 그냥 그 순간 모든 것이 완벽해지는 느낌이 든다. 보석이나 보물을 발견한 듯 기쁘다. 그 보석이 얼마짜리인지 어디에 팔아먹을 수 있는지 그런 의문은 필요 없다. 보석은 그냥 아름답기 때문에.


그 말들은 허공에 흩어지고 곧 사라지기 때문에 나는 서둘러 찐으로 나오는 탄성을 내뱉고 칭찬을 하고 판서를 한다. 이렇게 멋진 말들이, 그러니까 손에 잡히지도 않고 보이지도 않는 말과 생각들이 나와 아이들이 함께하는 시공간에 여기저기로 날아다니고 갈라지고 부딪치고 합쳐지는 그 순간순간이 그냥 그대로 완벽하다는 느낌이 든다.

그 에너지는 어마어마한 것이어서, 무엇보다도 참으로 긍정적인 것이어서 어둠을 짊어지고 낑낑대던 나는 수업이 끝나자 괜찮아져 있었다.

그러곤 이 일을 좀 더 해보고 싶다는 햇살 같은 기분이 되어버렸다.



그러니까 결국 인간은 계속, 계-속 변한다.




나는 고정된 존재가 아니다.
오늘 아침의 나, 저녁의 나는 무척이나 달라서 둘을 붙여두었다면 분명 언쟁을 벌였을 것이다.
그리곤 서로를 향해 말했을 거다.
‘너랑 나는 너무 달라’

‘사람은 절대 변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는 까닭은 사람들이 ‘과거’라고 부르는 기억 속 잔상 속에서 자신을 찾으려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거기서 발견한 모습 그대로를 통해 현재의 나를 규정하기 때문이다. 결국 똑같은 환상은 끊임없이 되풀이된다.

진정한 나다움을 찾는다는 것이 어쩌면 허황된 말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파랑새를 여기저기 찾아 헤맸는데 알고 보니 새장에 있었다는 이야기처럼, 내가 찾으려고 애쓰는 ’나’는, 내가 시선을 돌리는 그 어디에도 없다. 과거의 나, 미래의 나 모든 것이 내가 머릿속에서 만드는 환상일 뿐이기 때문이다. 지금 매 순간 나타났다 사라짐을 반복하는 이 순간의 내가 바로 파랑새일 뿐.


 나는 이 순간 내가 생각하고 규정하는 나다



그냥 생각이 이리저리 휘날리는 나를 ’ 살아있어서 그런가 보다’,라고 생각할 것.
어차피 순간순간 계속해서 변하는 게 인간이라면, 나는 어떻게 변하고 싶은가? 
과거에 이미 그렸던 밑그림대로 가 아니라, 지금 나는 나를 어떤 사람으로 새롭게 그리기를 원하는가? 를 물어봐야 한다.


밑그림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을 것.

도화지는 새로 받으면 되잖아?
그리고 사실 매 순간, 우리는 인생한테 새 도화지를 이미 받고 있다는 걸 깨달을 것.


#매일매일 하루치의 삶을 건강하게 소화하기 위한 기록

작가의 이전글 도를 아십니까, 아니 첫사랑을 아십니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