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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튼 하나로 만드는 음악, 그것은 창작인가

Suno AI 시대, 음악 창작자에게 남는 것

by 류임상

Suno에게 "90년대 한국 발라드 스타일, 이별의 아픔을 담은 곡"이라고 입력하면, 30초 후 완성된 노래가 나옵니다. 애절한 피아노, 떨리는 보컬, 후렴의 고조. 기술적으로는 나무랄 데 없습니다. 하지만 묘한 공허함이 밀려옵니다. 이것은 음악인가, 음악의 시뮬레이션인가. "스타일"이라 불리던 것이 프롬프트 몇 줄로 재현되는 시대, "독창성"은 아직 유효할까요?


#1 순수한 독창성이라는 환상


불편한 진실부터 인정해야 합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순수한 독창성은 음악에서도 존재한 적이 없습니다. 비틀즈는 척 베리를 따라 부르며 배웠고, 서태지와 듀스는 뉴잭스윙을 한국적으로 재해석했습니다. 재즈 뮤지션은 선배들의 솔로를 음표 하나하나 따라 연주하며 "즉흥"이란 것이 무수한 패턴의 창조적 조합임을 체득했습니다. 모방은 창작의 적이 아니라 출발점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질문을 바꿔야 합니다. 문제는 모방 자체가 아닙니다. 인간의 모방과 기계의 모방 사이에 본질적인 차이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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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패턴 생성과 의미 탐색의 차이


Suno는 수백만 곡에서 패턴을 추출하여 "발라드스러운" 음악을 생성합니다. 하지만 김광석이 왜 그렇게 노래했는지 알지 못합니다. 시대의 억압 속 저항, 상실감, 음악에 대한 집념. "서른 즈음에"의 떨리는 목소리는 발성 기법이 아니라 삶의 무게가 만들어낸 것입니다.


인간은 코드만 베끼지 않습니다. 왜 이 뮤지션은 여기서 이 코드를 썼을까?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모방하면서 해석하고, 해석하면서 자신을 투영합니다. 더 중요한 것은 인간의 모방에는 "배반의 충동"이 있다는 점입니다. 선배를 뒤집고 싶은 욕망이 장르를 갱신합니다. Suno에게는 이 충동이 없습니다. 불만이 없기 때문입니다.


#3 "왜 굳이 당신이 이 음악을?"


독창성은 "아무도 만들지 않은 사운드"가 아닙니다. "이 특정한 개인만이 만들 수 있었던 조합"입니다. 듣고 자란 음악, 연습실에서 보낸 시간, 실패한 공연, 가슴에 새겨진 멜로디이 모든 것이 예측 불가능하게 교차할 때 독창성이 발생합니다. Suno는 스타일을 학습할 수 있지만, "특정한 삶을 산 결과로서의 조합"은 가질 수 없습니다.


Suno 시대에 음악가에게 남는 질문은 "왜 굳이 당신이 이 음악을 만들어야 하는가?"입니다. 기술적 완성도는 AI도 달성합니다. 남는 것은 "필연성"입니다. 말로 표현할 수 없어서 음악으로 표현할 수밖에 없었던 감정. 커트 코베인의 찢어지는 보컬은 그런지 스타일이 아니라 내면의 고통이 폭발한 것이었습니다. 스타일은 학습되지만, 상처는 학습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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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튼 하나로 음악을 만드는 시대에 독창성은 가능한가? 가능합니다. , 그것은 "아무도 흉내 낼 수 없는 테크닉"이 아니라 "아무도 대신 살아줄 수 없는 삶"에서 옵니다.

Suno가 모든 스타일을 학습할수록 더 분명해지는 것이 있습니다. 음악의 본질은 사운드가 아니라 상처라는 것. 테크닉이 아니라 필연성이라는 것. 그러니 물어야 할 질문은 "어떻게 더 좋은 음악을 만들 것인가"가 아니라 "왜 굳이 내가 이 음악을 만들어야 하는가"입니다. 그 질문에 대답할 수 있을 때, 당신의 음악은 비로소 복제 불가능한 것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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