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와 여성은 사랑과 진실과 정의를 위해 기꺼이 죽는다. 그러나 젊은이들에게 죽음은 단지 추상적인 것일 뿐이다. 중년의 남녀는 이런 환상을 버린다. 중년에게 죽음이란 엄연한 현실이며 단호하고 불가피한 것이며 영광의 문제가 아니라 한계의 문제인 것이다. -『인생으로의 두번째 여행』중 -
죽음을 삶의 반대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 종이를 반으로 접었다 펼치면 생기는 경계를 두고 이쪽이 삶이라면 반대편은 죽음이라고 여겼다. 죽지 않을 거라 믿은 것은 아니지만, 내게만은 아득히 먼 미래의 일로 느껴졌다. 그러나 마흔을 넘기며 주변 사람들의 죽음을 경험하면서 깨달았다. 죽음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삶의 곁에서 호흡처럼 함께해 왔다는 사실을 말이다.
작년에는 내 마음속 든든한 기둥이 떠났다. 어려서 나를 키워주셨던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 따뜻한 말을 많이 하시진 않았지만, 누구보다 따뜻한 시선으로 나를 바라봐 주셨던 분이었다. 잘 견뎌주실 거라 믿었는데, 그렇게 갑작스럽게 떠나실 줄 몰랐다. 나는 준비되지 않은 채로 소중한 사람을 추억 속에 남겨야 했다. 그날 이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더 깊이 깨닫게 되었다.
문득 나의 죽음은 어떨지 생각해 본다. 마지막 순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남길 수 있을까? 희미한 미소라도 지으며 떠날 수 있을까? 어떤 모습일지는 알 수 없지만, 내 삶의 마지막 순간에는 미련 없이 떠나고 싶다. 바람처럼 훨훨 떠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는 조금씩 늙어가며 죽음에 가까워진다. 이것은 우리가 받아들여야 하는 숙명이다. 젊었을 때는 시간이 무한하게 느껴졌지만, 마흔을 넘기면 남은 시간이 아쉽게 다가온다. 삶이 영원하지 않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중요한 교훈을 준다. 매일 반복될 것 같던 시간도 끝이 있다. 내일이 온다는 보장은 없고, 내게 주어진 삶이 얼마나 남았는지 아무도 모른다. 결국 우리의 일상도, 곁에 있는 사람도 언젠가는 사라진다.
삶의 유한성은 우리에게 지금 이 순간 무엇에 가치를 두고 살아야 할지를 고민하게 한다. 죽음을 받아들이는 태도는 오히려 소중한 것들을 더욱 선명하게 만든다. 결국 죽음은 빛나는 삶의 완성이다.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네 죽음을 기억하라는 이 정신은 강렬한 삶에 대한 애착이다. 마흔의 시기에 이 역설적 지혜를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마흔의 나이듦은 그렇게 무르익는다.
지금 이 순간, 당신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