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우베-기타큐슈 여행 ①] 우베공항에서 기타큐슈까지
에어서울의 '우베 가즈아' 이벤트 덕에 13만원에 일본 찍고 왔다.
제목 보면 알겠지만 에어서울에게 돈 받아서 빨아제끼려고 하는 건 아니다.
혹시나 이벤트에 현혹돼서 준비 없이 우베를 간, 나 같은 중생이 더는 없었으면 하는 작은 소망뿐이다
자 일단 공항을 나간 직후의 풍경을 보자.
공항으로 나온 어떤 한국인 가족은 말했다.
"비행기엔 사람이 그렇게 많았는데 왜 공항 밖엔 이렇게 없지?"
대단히 합리적이고 타당한 의문이었다.
하지만 오랜만에 일본 뽕에 취했던 나로선 그냥 흘려들었다. 첫 번째 바보짓이다.
우베에 나온 사람들의 목적지는 크게 두 갈래로 나눠졌을 거다.
우베 시에서 머무르거나 아니면 '우베는 뭣도 볼 거 없으니 근처의 기타큐슈나 야마구치에 가자'.
나는 후자 쪽이었다. 기타큐슈에 가고 싶었지만 열차를 타며 풍경도 보고 싶었다.
그래서 시모노세키에 직빵으로 갈 수 있는 공항버스를 버리고 전철역으로 갔다. 두 번째 바보짓이다.
공항 근처의 구사에 역까지 가는 건 10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 멀리서 정겹고도 소박한 역이 보였다.
그 정겹고 소박한 역에 들어가 시간표를 봤다.
한낱 시간표가 담고 있는 여백의 미학에 놀라 3초간 벙쪘다.
수속 마치고 공항을 나온 시간은 4시 10분. 구사에 역에 도착한 시간은 4시 20분.
우베행 열차가 오기까지 남은 시간 40분.
서울 촌놈이란 말이 모순이 아니란 걸 새삼 실감했다.
'아무리 소도시라도 10~20분 기다리면 되겠지'라고 생각했다면 촌스러운 거다.
빈틈없이 오가는 서울의 지하철과 버스들에 감사하자.
에어서울 타고 온 한국인이라면 비슷한 처지였을 거다.
그 정겹고도 소박한 역에 한국인이 한 명씩 두 명씩 모이더니 10명이 됐다.
그렇게 40분을 넋 놓다가 전철을 탔더니 배가 엄청 고파졌다.
시모노세키 갈 때까지 참는 건 어려워 보였다.
구글 맵을 켰더니 우베신카와 역 근처에 상업지역이 넓게 퍼져 있었다.
간단하게라도 일본 밥이 먹고 싶었다.
군 복무를 동해시에서 했던 나로서는
'우베 시는 18만이니 꼴랑 10만 도시 동해시보단 쓸만 하겠지'라는 안이한 생각을 했다.
저 누리끼리하고 넓은 상업지역에 현혹돼 우베신카와 역에 내렸다.
내리자마자 스트리트 뷰라도 켜볼 걸 그랬다고 후회했다.
비 내리는 걸 감안해도 토요일 오후인데 사람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그날의 황량함을 보여주고 싶지만 멘붕 상태로 돌아다니느라 사진도 찍지 못했다.
스트리트뷰 사진으로라도 대신하자.
결국 로손에서 대충 때우고 다시 우베신카와 역에 돌아갔다.
그리고 열차가 오기까지 당연히 15분 정도 기다려야 했다.
이미 날은 어두워 열차 밖 풍경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겨우 시모노세키 역에 도착해 기타큐슈 가는 열차를 탔다.
옆쪽 좌석엔 친구로 보이는 내 또래 한국인 남성 2명이 때깔 좋고 편안하게 앉아 있었다.
공항버스를 탔다면 나도 저렇게 뽀샤시 했을 텐데 자괴감을 느꼈다.
바보짓 덕분에 하루 종일 역과 전철에만 있었다. 나름 테마 있는 첫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