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06 빠르지 않아도 괜찮다

나만의 템포로 걷는 용기

by 수요일

나는 늘 <빨라야 한다>고 생각했다.


메일은 오자마자 확인해야 했고,
답장은 10분 안에 보내야 직성이 풀렸다.
회의 준비는 전날 밤을 새워서라도 완벽하게 끝내야만 된다고 믿었다.


사회생활 속 세상은,

언제나 최대한 빠른 속도를 요구했고,
나 역시 그 속도에 맞춰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달려왔다.

하지만 빠르게 달려온 길 끝에는 늘 허전함이 기다리고 있었다.


서둘러 처리한 일은 다시 손을 봐야 했고,
대충 지나친 순간들은 후회로 남았다.

속도를 좇느라 내 마음은 늘 조급했고,

일을 끝내고 나서도 성취감보다는 공허함이 더 컸다.


그렇게 힘들게 달려가던 어느 날,
쳇바퀴 같은 삶에 지쳐 무작정 뒷산길 산책을 나섰다.


길가에 이름 모를 작은 꽃들이 피어 있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그 꽃들은 제시간에 알아서 피고,
제 속도로 바람에 맞추어 흔들리고 있었다.

그 모습에, 묘하게 나를 멈추게 했다.


<빠르지 않아도 괜찮다>는 말을

꽃이 대신 건네는 듯했다.


그제야 알았다.

중요한 건 남보다 앞서가는 게 아니라,
내 속도를 찾는 일이라는 것을.

남들이 달리는 길을 따라가는 대신,

내 호흡대로 걷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나는 이제 일부러 느리게 하려고 한다.

이메일 답장을 조금 늦게 보내고,
문서 자료도 천천히 다듬는다.

예전 같으면 불안했을 이런 행동들이
오히려 내 하루를 단단하게 만든다.

일을 깊게 들여다볼 수 있게 되었고, 마음도 훨씬 가벼워졌다.


빠르지 않다고 해서 뒤처지는 건 아니다.

오히려 나만의 리듬을 찾을 때,
우리는 더 멀리, 더 오래 달릴 수 있다.


삶은 1등을 뽑는 경주가 아니라,
걸어가는 순간순간이 소중한 ‘여정’이니까.

이제 나는 나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한다.


조급해하지 않아도 괜찮아.
너의 템포로 가면 돼.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