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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어떤 날

브런치에서 시작된 작은 날갯짓

by 수요일

눈을 떴을 때, 누군가 내게 자꾸 노래를 불러보라고 했다.
내 보금자리는 집 안 발코니에 걸린 작은 새장.
그곳은 따뜻하고 안전했지만, 동시에 한정된 세상이기도 했다.


주인이라 불리는 그는 늘 나를 챙겨주었다.
물도 주고 먹이가 떨어지기 전에 채워주었으며,
내가 작은 소리라도 내면 박수를 치며 칭찬해 주었다.
그러나 가끔은 “조용히 하라”며 화를 내기도 했다.
그 안에서 나는 편안했지만, 자유롭지 못했다.


어느 날, 그는 새장 문을 열어두었다.
닫는 걸 깜빡한 게 아니었다.
‘이제는 네가 직접 날아야 하지 않겠니?’ 하는 듯,
고민 끝에 열어둔 문이었다.
나는 두려움과 서운함 사이에서 한동안 망설였다.
그러다 결국 새장 밖으로 얼굴을 내밀었다.
그리고, 날았다.


지름 45cm의 세상만 알던 내가
예측할 수 없을 만큼 큰 하늘을 나는 순간,
심장이 터질 듯 뛰었고, 바람이 “행복하다” 속삭였다.
그때 깨달았다.
안전한 새장에만 머문다면,
나는 결코 진짜 ‘날아보는 법’을 알 수 없었으리라는 것을.


이 이야기는 단순한 새의 이야기가 아니다.
나에게 브런치라는 플랫폼은 바로 그 열린 새장문과 같다.
쓰고 싶다는 마음은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회사라는 발코니에 걸린 일상 속에서 나는 늘 망설였다.
‘지금이 아닐 거야’, ‘아직 준비가 안 됐어’ '시간이 없어'라는 핑계로
문 앞에서만 서성였다.


그러다 어느 날, 브런치의 작가 신청하기 버튼을 눌렀다.
가슴은 콩닥콩닥 뛰었고,
마치 새장 문이 활짝 열리던 순간 같았다.
그리고 나는 이곳에서 내 이야기를 세상에 띄우기로 결심했다.


아직 나는 미숙한 새다.
쓰는 일이 서툴고, 어떤 날은 단어가 모이지 않는다.
그러나 매일 새로운 문장을 배우고,
비가 오는 날에는 비 내음처럼 신선한 글감을 찾는다.
실패와 두려움이 있더라도,
이제는 돌고 도는 하루가 아니라, 나아가는 하루를 살고 싶다.


브런치를 통해 내가 이루고 싶은 꿈은 단순하다.
내 글이 누군가의 마음에 닿아
작은 위로, 혹은 하루의 방향이 되기를 바란다.
마치 발코니 새장이 아닌,
광활한 하늘을 나는 새처럼,
제한 없는 이야기 속에서 자유롭게 글을 쓰고 싶다.


어제의 나는 새장 속에 머물렀다.
오늘의 나는 브런치라는 창을 통해 세상으로 나아간다.
그리고 내일의 나는,
‘수요일 작가’라는 이름으로 더 멀리, 더 높이 날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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