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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 Prologue

《인간의 뼈, 삶의 뼈》

by 수요일

사람은 살로 태어나지만, 뼈로 남는다.


피부와 표정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하고,

기억은 희미해지고,

감정은 흔적만을 남긴다.

그러나 뼈는 마지막까지 한 사람의 존재를 증명하는 구조로 남는다.

삶을 통과한 흔적의 가장 깊은 기록이다.


우리는 일상을 살아가며 자신의 뼈를 의식하지 않는다.

넘어져 무릎이 깨졌을 때의 뻐근함,

혹은 사랑하는 이의 어깨를 감싸 안을 때

손끝에 닿는 단단한 선(線)을 느끼는 순간에만

잠시 그 존재를 떠올릴 뿐이다.

대부분의 시간 동안

우리는 피부와 표정, 말과 감정에 집중하느라

우리를 떠받치는 근본 구조를 잊고 산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자리에서

뼈들은 단 한순간도 쉬지 않는다.

생각을 지키는 두개골,

가장 연약한 장기를 감싸는 갈비뼈,

삶의 무게를 견디는 척추,

전진을 허락하는 대퇴골,

그리고 나와 타인을 잇는 가장 여린 연결부, 쇄골까지.

206개의 뼈는 우리가 걷고, 일하고, 사랑하고,

때로는 주저앉았다가 다시 일어서는

모든 순간을 조용히 떠받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사회 속에서

관계·성과·감정의 표면만을 들여다본다.

말과 행동, 성취와 실패만을 기록하며

그 아래에서 묵묵히 역할을 수행해온

근본의 구조들을 거의 생각하지 않고 지나쳐왔다.


이 글은 바로 그 맥락에서 출발한다.

우리의 사회적·정서적 삶을 떠받치는 구조물,

그러나 한 번도 의식해본 적 없는 것들에 대한 기록.

눈에 보이지 않지만,

우리가 인간으로 살아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구조에 관한 이야기다.


20여 년의 직장생활 동안

나는 수많은 사람의 말투와 걸음걸이, 웃음의 결,

손끝의 작은 떨림과 사소한 습관들을 보아왔다.

그들의 몸짓 속에는

각자의 성장과 두려움, 상처와 회복이 고요히 새겨져 있었고

그 보이지 않는 구조가 각자의 삶을 어떻게 지탱해 왔는지

나는 수없이 목격해왔다.


겉으로 보이는 행동은

언제나 그 사람 내부의 ‘보이지 않는 구조’에서 비롯된다.

뼈가 사람을 지탱하듯,

각 개인의 생각·신념·감정·상처 또한

보이지 않는 뼈처럼 그 사람의 삶을 방향 짓는다.


이 글은 머리뼈에서 꼬리뼈까지,

인간의 몸을 구성하는 구조 중

삶의 은유를 품고 있는 열두 개의 뼈를 따라 걷는 여정이다.


어떤 뼈는 신념의 기둥이 되고,

어떤 뼈는 사랑의 울타리가 되며,

또 어떤 뼈는 과거의 흔적을 품어

우리를 다시 앞으로 이끌어준다.

그 구조들은 결국

우리 각자의 생을 형성한 깊은 서사이자,

어른으로 살아가는 동안 잊고 지낸 삶의 기초다.


뼈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다 보면,

삶의 중심과 균형, 태도와 의미를

새롭게 바라보게 될지도 모른다.

나는 뼈를 연구하는 학자도 아니고,

해부학적 지식을 갖춘 전문가도 아니다.

다만 예전에 보았던 미국 드라마 Bones에서,

뼈가 때로는 사람보다 더 많은 진실을 말해준다는 사실에

조용히 놀랐던 평범한 시청자였을 뿐이다.

그저 삶의 많은 장면들을 지나오며,

사람을 지탱하는 ‘보이지 않는 구조들’에

오랫동안 마음이 머물렀던 한 사람일 뿐이다.


이제, 우리 몸 가장 깊은 곳으로 향하는 여행을 시작한다.

우리의 삶을 조용히 떠받쳐온 구조들의 목소리에

비로소 귀 기울여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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