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기록 22
가능하면 에어컨을 켜지 않고 여름을 보내고 싶었다. 하지만 이런 오피스텔에서 에어컨 없이 여름을 보낸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다. 어쨌든 하고 싶은 일들을 모두 시도했다는 점에서 스스로 행운아라고 여기며 감사하고 있다. 그러나 하고 싶은 일을 진짜로 해낸다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재능만으로는 불가능한 힘든 견딤이 필요하다.
어제 잠깐 에어컨 리모컨을 어디에 놓았는지 깜빡 잊어버렸다. 한낮의 찜통 같은 더위로 선풍기를 틀어놓아도 흐르는 땀이 끈적하게 들러붙고 찬물 샤워를 해도 옷을 입으면서 숨이 막힌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에어컨을 켜려고 했는데 리모컨이 보이지 않는다. 분명 그저께 저녁에 사용했던 것 같은데 넓지도 않은 집구석을 몽땅 털어봐도 찾을 수 없었다. 그때 미칠 것 같은 기분이란. 가능하면 에어컨을 켜지 말자고 다짐한 멘탈이 한방에 털려버렸다.
PS. 리모컨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