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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미 Nov 15. 2024

우리 아이의 참 좋은 선생님

2학기 학부모 상담

    봄이 찾아오고 금방 찾아오는 1학기 학부모상담은 우리 아이 소개에 가깝다. 개학한 지 얼마 안 되어 아이를 잘 모르시는 선생님과 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 때문이다. 물론, 선생님들은 경험상 생각보다 아이를 빨리 파악하신 걸 느끼곤 한다. 다음 상담은 2학기다. 2학기 학부모상담은 더 의미가 있다. 선생님은 이제 아이를 더 깊게 아신다. 엄마인 나 다음으로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하는 어른이 바로 담임선생님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학부모상담을 중요하게 여긴다. 그래서 코로나 때를 제외하고는 무조건 대면상담을 선택했다. 이번 상담은 공식적으로 정해진 일정은 없는 대신, 원하는 학부모는 별도로 신청하게 되어있었다.


    첫째 동동이 상담은 이미 한 달 전에 하고 왔는데 복복이 상담은 어제야 조심스레 여쭤보았다. 그런데 빠른 답톡이 날아들었고 이때다 하고 오늘 다녀왔다. 오후 언제든 좋다는 말씀에 빠르게 정해진 이번 상담은 솔직히 감동이었다.


    복복이는 자라나고 있었다. 나는 매일 눈물을 보이고 어리광 부리는 여린 막내의 모습을 보지만, 선생님은 뭐든 적극적이고 친구들과 두루두루 잘 지내고 리더십이 좋은 복복이의 모습을 알려주셨다. 집에서는 수학이 싫다던 복복이는 학교에서 수학을 좋아한다고 말하고 있었고, 가끔 학교에 가기 싫다던 복복이는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학교생활을 하고 있었다. 욕심도 있어서 뜻대로 안 될 때는 가끔 눈물이 차오르지만 1학기의 복복이보다 2학기의 복복이는 더 단단해졌다.


    복복이의 담임선생님은 아이들을 다 키운 어른이시다. 학년 초반 공개수업에 가서 느낀 선생님께는 연륜이 느껴졌었다. 기본적으로 다정한 어투에 아이들이 대한 이해가 묻어났다. 아이들의 엉뚱한 말이나 불편할 수 있는 말에도 핀잔을 주기보다 지혜롭게 받아치시는 모습을 보았다. 무엇보다 하이톡(학교 어플에서 제공하는 학부모와의 선생님 간의 톡인데 보통 근무시간 이내로 사용하시고, 아예 사용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을 밤 10시까지 열어두시는 모습에 깜짝 놀랐다. 하이톡을 사용하지 않는 선생님들께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당연히 이해한다. 개인적으로는 복복이의 병원 진료 등으로 인해 학교에 지각할 때 외에는 톡을 드릴 일도 없지만 10시까지 열어두시다니.


    선생님 어릴 적 이야기와 가족 이야기를 많이 들려주시는 것도 너무 좋다. 조금 부끄러운 실수담도, 재미있는 추억 이야기도, 지금의 선생님 일상 이모저모. 우리 복복이에게는 이 모든 이야기들이 집에 오자마자 엄마에게도 알려주고 싶은 즐거운 동화책 같다. 아이의 아침메뉴 이야기를 나누시고, 잠을 잘 잤는지 물으며 아이들 건강도 챙겨주신다. 알림장에는 종종 일찍 자라는 권유가 담겨있다. 복복이는 열린 귀를 가진 담임선생님 덕분에 수다가 폭발하고 있을 것을 확신할 수 있다. 오늘 상담에서 나는 우리 복복이가 얼마나 많은 얘기(엄마 얘기야 물론 있을 터)를 선생님께 전해드리고 있는지 확신할 수 있었다.


    얼마 전 갔던 여행이 얼마나 아이의 기억에 깊이 새겨졌는지도 선생님을 통해 알았다. 집이 아닌 곳에서 나의 아이가 꾸리고 있는 사생활. 그 영역을 살짝 구경하고 돌아온 느낌이다. 상담에 가면 늘 음료를 하나씩 챙겨주시는데 마음이 좀 무겁기도 하다. 빈손으로 가는 학교에 익숙해질 만 하지만, 여전히 어색하고 완전히 익숙해지지 않는다. 솔직히 상담가는 길 음료 한 잔 정도는 사가도 된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복복이의 이번 담임 선생님은 애정 어린 시선을 가진 분이다. 무서운 선생님은 아니지만, 복복이는 선생님을 참 좋아한다. 그리고 선생님 말씀을 잘 듣는 것을 중시한다. 진정한 권위를 가진 어른이신 셈이다. 선생님께는 뭔가 내가 배우고 싶은 모습이 있다. 선생님은 아이의 학교생활을 정말 자세히 알려주셨고, 무엇보다 복복이가 가진 다정한 품성을 알아주셔서 감사했다. 여기에 우리 아이의 TMI에 귀 기울여주시는 것도 감사할 따름이다.


"복복아, 선생님 좋아?"

"네! 좋죠!"


    나는 초등학교 시절을 다 털어봐도 기억에 남게 좋은 선생님이 없다. 오히려 엄마 치맛바람이 세던 아이에게 내가 맡은 교과담당 과목을 줘버리신 선생님이나 시험기간이 끝나면 옆반에서 들리던 애들 맞는 소리가 더 강력한 기억이다. 그래서 복복이가 올해 만난 좋은 스승이 감사하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다. 아이들에게 낮춰주시지만 깊은 신뢰를 받는 이 어른으로부터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얼마나 귀한 시절을 얻어갔고, 얻어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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