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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쟁이의 건강검진

by 김효정




"KMI 검진 7일 전 안내(위내시경 대상자)"


아침에 카톡으로 건강검진을 알리는 안내문이 도착했다. 마음이 싱숭생숭하다.


그동안 다양한 핑계로 차일피일 미루던 건강검진을 더 이상은 피할 수가 없게 되었다. 병원이 좋은 사람이 어디 있겠냐만, 나는 어린아이처럼 병원이 무섭다.


혈압을 잴 때도, 누가 나를 겁주는 것도 아닌데 심장이 빨리 뛰는 것을 느낀다. 정상범위에 속하지 않은 높은 혈압 수치로, 난 늘 두 번 이상 혈압을 측정한다.


마흔 살 이후로 국가건강검진에서도 위내시경이 무료 검진에 포함되어 있다. 그럼에도 나는 지금껏 한 번도 위내시경을 받아본 적이 없다.


소형이지만, 목에 카메라를 넣는다는 생각만으로도 숨이 막힌다. '건강검진'이라는 말 자체부터 스트레스인 데다가 지금껏 해 본 적 없는 위내시경을 받아야 한다는 두려움이 나를 좌절하게 한다.


한숨 자고 일어나면 모든 것이 끝나 있다는 사람들의 말에 담대해지려고 노력하지만, 쉽지 않다. 사실 이번 건강검진도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서 받기로 한 것이다.


매년 건강검진을 받는 남편은, 차일피일 건강검진을 미루는 내가 걱정이 되었던 모양이다. 본인이 다니는 회사 같은 팀 여직원이 손쓰기 힘든 병에 걸린 것을 계기로, 남편은 내가 밥을 먹은 뒤 소화가 안 된다고 할 때마다(남편의 당뇨 관리를 위해 밥을 쌀 20%, 잡곡 80%를 섞어 밥을 했었다) 어디가 안 좋은 것은 아닌지 걱정했다.


잡곡 비율을 조정하고 난 후에는 소화가 안 되는 일은 없어졌지만, 마흔 이후의 삶은 건강을 장담할 수 없는 시기라는 것을 공감하면서... 나는 결국 위내시경이 포함된 건강검진을 받기로 했다.


당연히 받아야 할 건강검진에 왜 이렇게 감정을 쏟아내고 할 말이 많아지는 것인지, 나도 내가 이해가 되지 않을 때가 많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겪어보지 않은 일에 대해선 더더욱 겁 많은 사람이 바로 나인 것을. 자연인으로 살지 않는 이상, 건강을 체크하는 일은 함께 사는 가족을 위해서, 아니 나를 위해서 무조건 필요한데 말이다.


올해는 홀수년이 태어난 해라면 누구라도 국가건강검진 대상이 되므로, 무료로 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지만, 남편은 내가 또 이리저리 빠져나갈까 노파심에 돈을 내고 강제로 건강검진을 예약해 버렸다.


어떻게든 되겠지... 괜찮겠지, 나를 안심시킨다.


이런 내가 푸디의 건강검진이라고 마음 편하게 받게 할 수 있을까.


6살, 이제 네 달 후면 7살이 되는 푸디에게도 건강검진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호르몬이 월활하지 않은 푸디는 갑상선기능저하증으로 매일 약을 먹고 있기 때문에, 6개월~ 1년에 한 번씩은 병원에서 호르몬 검사를 하고 있다. 꾸준히 병원을 찾고 있어서인지, 굳이 건강검진을 하지 않더라도 괜찮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담당 수의사 선생님과 푸디의 건강검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는데, 전신마취를 걱정하는 나를 보며 선생님은 나중으로 미뤄도 괜찮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한다. 그 말 한마디에 조금은 마음이 편안해졌지만, 푸디도 안심할 수만은 없는 나이가 되었다.


남편은 이제 푸디도 건강검진을 받아야 한다고 하지만, 나와 똑 닮은 푸디는 병원을 정말 무서워한다. 엄살을 피우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중성화 이후에 큰 수술을 두 번이나 한 이력 때문인지 본능적으로 병원을 두려워하는 것이다.


나는 푸디에게도 되도록이면 건강검진을 피하게 하고 싶다. 그렇지만 나의 나약함이 푸디의 건강을 방치하는 일이 되지는 않을까.


조만간 푸디도 건강검진을 해야겠지만, 푸디가 말을 할 수 있다면 분명 이렇게 자신의 의견을 내보일 것이다.

“엄마, 건강검진 하기 싫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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