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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 다자녀 가족들은 무료 입장

부담없이 즐기는 여행

by 작가의식탁 이효진


저출산 시대, '다자녀'의 개념은 점차 변화하고 있다. 내가 사는 순천 지역에서는 두 자녀 가정도 다자녀로 인정된다. 나의 어린 시절, 1990년대 제주에서는 다자녀 가족이 흔했다. 두 자녀 가정은 다자녀 범주에 끼지도 못했고, 세 자녀, 네 자녀 가정은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그보다 훨씬 많은 형제 자매를 둔 가정도 있었다. 내 중학교 시절 반 친구 중 한 명은 무려 동생이 9명이나 있었고, 부모까지 합하면 12명의 대가족이었다. 첫째였던 그는 쉬는 시간마다 집으로 달려가 동생들을 돌보곤 했다. 학교와 집이 가까워 가능했던 일이지만, 그 많은 인원이 함께 살아가는 모습은 아이였던 내게도 놀라움 그 자체였다.


당시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다자녀 가족을 위한 혜택은 거의 없었고, 많은 아이를 키우는 것은 주변 시선과 사회적 부담에 맞서는 일이었다. 반면 지금의 상황은 정반대다. 최근 젊은 세대는 한 명만 낳거나, 아예 출산을 포기하는 경우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다자녀 가정에는 다양한 혜택이 주어지고 있다. 순천 지역 역시 이런 변화를 반영해, 두 자녀 가정부터 다자녀로 인정받아 혜택을 누릴 수 있다.


IE003545023_STD.jpg 순천시립그림책도서관


지난 9월, 가족들과 함께 순천시립 그림책도서관을 방문하면서 이런 혜택을 직접 체감할 수 있었다. 그림책 전문 도서관이라는 소식에 찾아간 곳에서, 당시 열리고 있던 '체코 그림책 특별전'은 별도 관람료가 필요했다. 그러나 안내 직원은 우리에게 말했다.


"순천 시민 다자녀 가족인가요? 그럼 무료입니다."


아이들의 경우 가족관계증명서가 필요할 것 같았지만, 순천에서는 스마트폰으로 간편하게 증명할 수 있는 '순천 시민 카드'가 있었다. 앱 안에서 우리 가족이 다자녀임을 확인할 수 있었고, 덕분에 특별전까지 무료로 관람할 수 있었다.


IE003545043_STD.jpg 순천드라마촬영장


맞다, 우리 가족이 이전에 갔던 드라마 촬영장도 순천 다자녀 가족은 무료 입장이 가능한 곳이었다. 그러나 당시 안내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우리는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야 했다. 무료로 즐길 수 있었음에도 돈을 내고 갔다는 사실에 조금 아쉬움이 남았다. 그 이후 낙안읍성도 무료 입장으로 관람했다.


그 뿐만이 아니다. 우리 동네의 자랑, 순천만국가정원 역시 다자녀 가족은 무료 입장이 가능하다. 평소 입장료가 있는 국가정원은 지난 2023년 11월 1일부터 5일까지는 무료로 개방되었다. 이는 '2023 순천만국제정원 박람회'의 성공과 관람객 980만 명 돌파를 기념하고, 박람회 기간 불편을 겪었던 시민과 국민에게 보답하기 위한 결정이었다. 덕분에 우리 가족은 이사 온 그해, 2023년 가을에 국가 정원에서 풍성한 자연의 정취를 마음껏 만끽할 수 있었다.


IE003545046_STD.jpg 순천 낙안읍성


다자녀 가족의 일상 속 즐거움


이 경험은 단순한 관광 이상의 의미를 주었다. 방문 후 '또 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집 가까이에 있는 정원처럼 생각날 때마다 들러 산책도 하고 소풍도 즐기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국가정원은 하루 만에 모두 둘러보기 어려울 정도로 넓고 볼거리도 많다. 계절마다 매력이 다르고, 해가 바뀌면서 주제가 바뀌면 늘 새로운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우리 가족은 스마트폰 속 '순천시민 카드' 앱만 보여주면 언제든 가볍게 부담 없이 이곳을 즐길 수 있다.


올해 지난 10월에도 국가정원을 두 차례 방문했다. 스카이큐브를 타고, 갈대열차를 타며 순천만 습지까지 둘러보았다. 2025년의 가을 다시 맞이한 국가정원에서는 또 다른 가을의 풍경과 설렘을 만끽할 수 있었다. 순천에 사는 우리 가족에게 국가정원은 단순한 공원이 아니다. 다자녀 가족이 누릴 수 있는 특별한 혜택 덕분에, 마치 집 정원처럼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되었다. 다자녀 혜택을 올해도, 내년에도 꾸준히 누릴 계획이다.


저출산 시대에 맞춰, 순천시는 다자녀 가족에게 실질적이고 체감 가능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과거에는 혜택이 거의 없던 두 자녀 가족도 이제는 순천 지역 내에서 다자녀 가족으로 인정받아, 가족 구성원 모두가 순천 구석구석 관광지 무료 혜택을 직접 경험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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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만국가정원은 순천 다자녀 가족에게 무료로 관람의 혜택을 주고 있다. 우리 가족에게 순천만국가정원은 단순한 공원이 아닌, 다자녀 가족의 삶에 작은 즐거움을 더해주는 소중한 공간이 되고 있다. ⓒ 이효진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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