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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안에서 또 한 번 순천 시민이 되었다

쓰레드가 만들어 준 공동체

순천에서 산 지 2년이 넘었다. 자동차 없이도 편하게 생활할 수 있고, 가까운 곳에 공원과 산책길이 잘 조성되어 있어 생활 만족도는 높다. 하지만 여전히 어려운 점도 있다. 바로 '믿고 갈 병원'과 '꾸준히 찾고 싶은 맛집'을 찾는 일이다.


맛집은 실패해도 나름의 재미가 있지만, 병원은 다르다. 아플 때 의지해야 하는 곳이기에 처음부터 신뢰할 만한 병원을 찾고 싶은 마음이 크다. 하지만 이사 와서 처음 간 치과에서는 없던 충치까지 발견됐다며 계속 치료를 권했고, 또 다른 병원에서는 여러 검사를 권해 과잉진료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런 경험이 반복되다 보니, 의료 정보만큼은 '사람 추천'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IE003556896_STD.jpg 가까운 곳에 공원과 산책길이 잘 조성되어 있는 순천


SNS에 던진 한 문장이 열어준 지역 커뮤니티


지난 11월 20일, 남편이 일을 하다 허리를 삐끗했다. 제대로 치료받아야 했지만 가까운 한의원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었다. 남편이 자신이 다니는 직장 동료들에게 괜찮은 곳을 물어봤지만 모두 "잘 모른다"는 대답뿐이었다.


그러다 문득, 요즘 부쩍 재미를 느끼고 있는 SNS '쓰레드(Threads)'가 떠올랐다. 나는 용기를 내어 이렇게 짧은 글을 올렸다.


순천 사는 스친이들, 남편이 허리를 다쳐서요. 믿을 만한 한의원 추천 부탁드려요.

놀랍게도 단 몇 시간 만에 많은 순천 시민들이 글을 보고 반응해주었다. 도와야 한다는 마음으로 '좋아요'를 누르고 공유까지 해주며 글을 퍼뜨려주었고, 자신이 다녀본 한의원 정보를 정성스럽게 댓글로 남겨줬다. 그 덕분에 우리 집과 가까운 한의원을 찾아 남편은 무사히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그때 깨달았다.


나는 이미 온라인 안에서 '순천 시민'이 되어 있었구나.


온라인이 만든 새로운 ‘지역 시민권’


이 SNS 공간에서는 얼굴을 마주하지 않았어도 모두가 서로의 '이웃' 역할을 하고 있었다. '순천 사람 손!'이라는 글만 올라와도 좋아요가 눌리고, 댓글이 붙고, 정보가 오갔다.


누군가는 맛집을 묻고, 누군가는 주말 나들이 장소를 추천받는다. 여행객은 숙박업소를 찾고, 자영업자들은 자연스럽게 자신의 가게를 소개한다. 카페 사장님, 분식집 사장님, 식당 사장님, 동네 짬뽕집 사장님까지. 하루에도 여러 사장님들이 한마디씩 남긴다.


"쓰레드 보고 오셨다고 하면 서비스 챙겨드릴게요!"


이런 인심을 보면 '한 번 더 가야지' 하는 마음이 절로 든다.


어떤 분식집 사장님은 매일 아침 깨끗한 기름으로 튀김을 준비하고, 주방을 청소하는 모습을 사진과 함께 올린다. 그 꾸준함과 성실함은 글 너머로도 느껴져 "언젠가 아이와 함께 꼭 가야겠다"는 마음까지 품게 만든다.


현대 사회가 각박하다고? 온라인은 여전히 따뜻했다


사람들은 흔히 말한다. 아파트에 살아도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는 각박한 시대라고. 고립되고 단절된 사회라고.


하지만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바라본 우리의 모습은 전혀 달랐다. 누군가 아프다 하면 "힘내세요"라며 응원했고, 누군가 정보가 필요하다 하면 "제가 아는 한에서 알려드릴게요"라며 서슴없이 나섰다.


자영업자들은 서로의 홍보 글에 좋아요를 눌러주며 힘이 되어주었다. SNS라는 플랫폼 덕분에 우리 안의 정(情)은 여전히 살아 있었고, 서로를 돕는 문화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었다.


현대 사회가 아무리 빠르고 바쁘고 각박하다 해도, 우리는 온라인이라는 연결망 속에서 다시 하나가 되고 있었다.


나는 온라인에서 또 한 번 ‘순천 시민’이 되어간다


내가 살고 있는 곳은 순천. 온라인 속에서도 나는 순천 시민들과 끊임없이 연결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연결은 순천을 넘어 전국 곳곳의 사람들, 심지어 해외에 있는 사람들까지 확장되어 갔다. 이렇게 관계의 확장은 도시와 지역의 경계를 넘어 온라인이라는 새로운 공간에서 '이웃 공동체'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나는 오늘도 온라인에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순천 시민으로서 또 한 번의 관계를 이어가고, 동시에 순천을 넘어 더 많은 이들과 소통하며 살아가고 있다.


이것이 오늘날 우리가 서로 연결되는 또 하나의 방식이다. 나는 이제 순천 시민의 글을 보면 괜히 반가워 반사적으로 좋아요 버튼을 누르게 된다. 온라인에서, 나는 그렇게 다시 '순천 시민'이 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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