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의식의 여섯 가지 얼굴

피해의식이 드러나는 양상은 다양하다


피해의식은 다양한 양상으로 우리네 삶을 불행으로 몰아넣는다. 왜 그럴까? 피해의식의 정의를 다시 생각해보자. 피해의식은 상처받은(혹은 상처받았다고 믿는) 기억으로 인한 과도한 자기방어다. 즉, 피해의식은 기본적으로 자기방어다. 이런 자기방어는 사람마다 종류와 강도 등의 양상이 다양하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일반적인 자기방어를 생각해보자.


길거리를 걷다가 아무 이유 없이 욕설을 들었다고 해보자. 어떤 이는 못 들은 척 무시하려 할 것이고, 또 어떤 이는 그 사람을 끝까지 쫒아가 이유를 들으려 할 것이다. 이 둘은 서로 다른, 심지어 정반대의 반응 같지만, 근본적으로는 같은 반응이다. 둘 다 자신을 보호하려는 자기방어의 반응이기 때문이다. 전자는 상대를 무시함으로써 자신을 보호하려는 것이고, 후자 역시 (왜 욕을 먹었는지에 대한 이유를 알지 못하면 억울해서 잠을 못 잘) 자신을 보호하고 싶은 것이다. 이처럼 자기방어는 사람마다 종류와 강도가 다르게 나타난다.


피해의식 역시 마찬가지다. 피해의식에 사로잡힌 이들은 모두 과도한 자기방어를 하지만, 그 양상은 사람과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드러난다. 외모에 대한 피해의식을 갖고 있는 세 사람 A, B, C가 있다고 해보자. “예쁜 것도 능력이야!” 누가 이런 말을 할 때 세 사람은 각각 어떻게 반응할까? A는 조용히 그와의 관계를 끊으려고 할 것이고, B는 화를 내며 그와 싸우려고 할 것이고, C는 체념한 듯 자책할 것이다.


A는 상대와 관계를 끊음으로서 자신을 보호하려고 한 것이고, B는 상대의 의견을 부정(반박)함으로써 자신을 보호하려한 것이다. C의 자책은 얼핏 자신을 보호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는 자책이 역설적인 자기보호이기 때문에 발생한 착시효과일 뿐이다. 자책은 자신을 파괴함으로써 자신을 보호하려는 태도다. 자신의 문제를 모두 자신 탓이라고 여기면 마음이 편해지지 않던가. C는 이와 같은 방식으로 자신을 보호하려 한 것이다. 이처럼 동일한 피해의식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피해의식이 드러나는 양상은 사람과 상황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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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의식의 여섯 가지 얼굴


피해의식은 근본적으로 여섯 가지 얼굴을 갖고 있다. 두려움, 분노, 열등감, 무기력, 억울함, 우울함이 그것이다. 피해의식은 다양한 양상으로 드러나지만, 이는 모두 이 여섯 가지 얼굴의 조합이 만들어내는 변주인 셈이다. 어떤 종류의 피해의식이든, 그 피해의식은 ‘두려움‧분노‧열등감‧무기력‧억울함‧우울함’이라는 여섯 가지 마음 상태에 의해서 표현된다.


피해의식 휩싸인 이들을 살펴보라. 그들은 모두 무언가를 두려워하고, 무언가에 대해 분노하고 있으며, 열등감과 무기력을 느끼고, 자신이 억울하다고 여기며, 우울한 상태다. 이것이 피해의식의 양상이 사람과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드러나는 이유다. 피해의식의 여섯 가지 얼굴이 사람과 상황에 따라 서로 교차하고 중첩하며 변화하기 때문이다.


다시 외모에 대한 피해의식이 있는 세 사람의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A는 왜 상대와 관계를 끊으려고 했을까? ‘두려움’과 ‘열등감’이라는 피해의식의 얼굴이 도드라졌기 때문이다. A는 외모에 대한 열등감을 갖고 있다. 또한 자신의 피해의식을 촉발하는 사람이나 상황을 두려워한다. 이것이 A가 상대와 관계를 끊으려고 했던 이유다. ‘두려움’과 ‘열등감’은 너무 쉽게 모든 상황을 회피하게 만드니까 말이다.


B는 왜 상대와 싸우려 했을까? ‘분노’와 ‘억울함’이라는 피해의식의 얼굴이 도드라졌기 때문이다. B는 외모 때문에 상처받았던 기억 때문에 늘 억울했고 분노에 차 있었다. 이것이 B가 상대와 싸울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분노’와 ‘억울함’은 너무 쉽게 싸움으로 번지니까 말이다. C는 왜 체념한 듯 자책했을까? ‘무기력’과 ‘우울함’이라는 얼굴이 도드라졌기 때문이다. 긴 시간 외모 때문에 상처받아온 C는 무기력하고 우울했다. 이것이 C가 체념한 듯 자책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무기력’과 ‘우울’은 너무 쉽게 모든 것을 체념하게 만들지 않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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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으로 가는 길, 피해의식


이처럼 피해의식은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나지만, 그 모든 양상은 결국 피해의식의 여섯 가지 얼굴(두려움‧분노‧열등감‧무기력‧억울함‧우울함)로 인해 발생하게 된다. 이를 통해 우리는 피해의식에 관한 중요한 사실을 알 수 있다. 피해의식은 필연적으로 우리를 불행한 삶으로 밀어 넣는다는 사실이다.


인간의 감정에 대해 깊이 성찰했던 철학자 스피노자는 인간의 다양한 감정을 크게 ‘기쁨’과 ‘슬픔’으로 구분했다. 예컨대, 사랑, 박애, 호의, 명예, 신뢰, 환희 등의 감정은 ‘기쁨’이다. 이 ‘기쁨’은 인간에게 더 큰 활력(삶을 살아가려는 힘!)을 주는 감정이기에 인간을 행복한 삶으로 나아가게 해준다. 반면 ‘슬픔’은 인간의 활력을 점점 줄어들게 하여 인간을 불행한 삶으로 내모는 감정이다.


피해의식의 여섯 가지 얼굴, 두려움‧분노‧열등감‧무기력‧억울함‧우울함은 대표적인 ‘슬픔’의 감정이다. 즉, 피해의식이 만들어내는 여섯 가지 얼굴은 필연적으로 우리를 불행하게 하는 얼굴인 셈이다. 이 여섯 가지 얼굴이 만들어내는 수많은 ‘표정(피해의식의 양상)’들 역시 우리네 삶에 활력을 주는 ‘기쁜 표정’이 아니라 삶의 활력을 앗아가는 ‘슬픈 표정’일 뿐이다. ‘슬픈 표정’은 필연적으로 우리를 불행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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