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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보소 Jul 28. 2024

짝사랑

24년 7월

불면증

이따금 잠을 못 잘 때가 있다. 다행이라 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지만 그냥 잠이 안 온다기보다는(이것은 정말 병일 수도 있기에) 무언가의 숙제가 머릿속에 자리할 경우 쉽사리 잠을 들지 못한다. 어제는 해결될 숙제가 아닌데도 이를 어찌 풀어야 할지 고민에 고민을 하다 잠을 놓쳤다. 그 난제가 회사일이라는 것이 억울해서 의식적으로 떨치려 해 봐도 뇌는 눈치 없게도 떨어트린 난제를 계속 중심으로 끌어왔다. 핵심은 사람 간의 관계에서 벌어지는 일이라는 것. 이들을 떨치는 방법은 내가 무리에서 이탈하는 방법뿐이다. 그들을 인간이기에 쉽사리 개조할 수 없으므로. 이것이 맞는 것인가 대한 고민도 상당하지만 짧은 회로로는 이것만이 답이라 말한다.


비가 내리는 출근길

세차게 비가 내린다. 툭툭 떨어지는 비에 신발이 젖었고 젖은 신발 속의 양말로는 축축함이 전달된다. 아기의 조금만 노랑 우산이 가방에 있다. 우산을 혼자 펴지도, 잘 들고 다니지도 못하면서 비가 오면 굳이 우산을 갖고 등원을 하겠다는 아기. 그 우산이 고스란히 가방 속으로 들어갔다. 비가 내려 이 짐 저 짐들과 함께 장비가 늘어난 오늘은, 재택근무 날. 하지만 '장' 직책을 달고 있는 나에게는 해당 사항이 없다. 연봉 차이 따른 비혜택이라 생각하면 맞는 것일까. 숫자의 차이가 크지도 않은 것 같은데 말이다. 어쨌거나 내가 가장 싫어하는 비 오는 날 '장'이라는 무거움 하나로 인해 출근을 한다.


짝사랑

엉금엉금 길 때까지는 좋았습니다. 아빠인 나를 좋아했거든요. 퇴근을 하면 기어 오는 아기 모습을 보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지. 밤에 잘 때는 엄마보다 아빠가 재워야 잠이 들고 하는 그런 아기였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아장아장 걸음마를 할 때부터 엄마를 찾더니 계단만 보면 점프를 해대는 요즘에는 밤에 잘 때 퇴실 요구를 하기도 합니다. 심지어 어제는 고구마 냄새가 난다는 충격 발언을. 엄마와의 카르텔이 형성된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슬픈 현실을 받아들여야겠죠. 오늘도 비가 세차게 내리는 등원 길이었습니다. 우산을 챙겨야 된다며 손에 로션을 닦아달라고 오만 짜증을 내며 등원을 했습니다. 막무가내 윽박지름에 쌍방으로 짜증 반사를 하고 싶었지만 상대는 30여 년 나이가 어린 아기입니다. 참아야 합니다. 비가 와 아기를 품에 등원을 합니다. 안고 가는 내내 귀여운 얼굴을 마주합니다. 툭 튀어나온 입과 볼을 바라보고 있자니 또 사랑스럽습니다. 이것은 아무래도 짝사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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