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업무 중 하나에 보고서 작성이 있다. 인사이트를 찾아내겠다고 요리보고 저리 봐도 아 잘 모르겠고 결국은 알맹이 없는 껍데기 보고서 만든다고 야간자율업무하다가 총알주행 심야택시 타고 퇴근행. 헤헿헹. 그렇게 만들어내는 날림 보고서.(왜 이리 열정을 쏟는 건지는 마음에게 물어봐야겠지만) 어쨌거나 남의 회사 보고서 작성은 해대는데 정작 나에 대한 보고서는 없어 리스트 해 본 상반기 결산. 주렁주렁 읊어본다.
1. 방전 임박 몸뚱이
100% 강제성이었던 '장' 타이틀을 달고부터 책임감 120%, 흔들 다리 같은 조직 관리 150%, 부서 간 쓰나미 같은 책임 돌리기 막아내기 200% 의 역량(?)을 발휘하며 버텨왔나 보다. 반년에 반년은 책임감만 신경 쓰면 됐는데 최근의 반년에 반년은 회사 중책까지 맡게 되니 연봉 초과 자원봉사 수준이다. 여전히 부재한 윗자리는 계속 부재할 것 같고. 오전 잠깐 사무실에 있고는 오후에는 이리저리 미팅하다 퇴근 때 돌아오는 사무실. 점심도 거르면서 일하는 와중에 "내가 이렇게 쉴 틈이 없는 건 더 잘 되려고 하는 밑그림이잖아" 라며 럭키비키 비스무리를 외치는 긍정 마인드 극약 처방으로 버티는 자. 타의로 회사에 빠지다 보니 상반기가 다 지났다. 덕분에 몸뚱이는 방전이 되어가고 있다. 충전을 해야만 한다.
2. 소중한 기록들은 나빌레라
귀엽고 소중한 아기와의 시간은 되돌릴 수 없기에 글을 통해 드문드문 기록을 남겼는데 1번의 사유로 인해 언제부터인가 놓아버렸다. 무릇 사람은 여유가 있어야 한다. 여유 없는 삶은 행복한 삶이 아니다. 시간의 기록을 놓친 것은 참으로 아깝다. 그래서 회사가 원망스럽기도 하지만 결국은 아기와의 시간을 보내기 위해 자본금을 주는 곳이기도 하지 않는가라는, 애매한 생각.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으니 다른 곳을 찾는다 해도 불만이 없겠냐마는. 뭐 어쨌거나 밸런스가 파괴 됐지만 다시 회복하는 것도 나의 역량인 듯. '장'이라는 타이틀에 익숙해지면 나아지겠지라며 합리화하고, 파괴된 걸 복구하는 것도 꽤 재밌는 일이겠다라며 럭키비키 사고의 부작용을 몸소 실천하는 나는야 호구.
3. 경주마여 주위를 둘러봐라
회사 사람 돌본다고, 정확히는 우리 소속 사람들 챙긴다고 고군분투했던 나날들. (그들은 인식하는지 모르겠지만) 열정은 과욕으로 넘어가기 십상인데 주위 살펴보지 않고 경주마처럼 돌진만 하다 뒤늦게 살핀 바로 옆의 가족들.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우리 가족인데 행복한 시간을 놓친 것만 같아 미안하기만 하다. 못난 나를 반성하면서 늦게나마 정신 차리고 우리 가족 챙기기.
주말에도 일하는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닌 게 문제였지만 어쨌거나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것에 더 집중하려 한다. 순간순간에 최선을 다하더라도 분명 아쉬움은 존재하겠지만 그 크기가 조금은 작아지지 않을까. 언제인가부터 삶의 최우선 순위는 가족이 되었다. 나보다는 가족. 이것이 가장의 책임감이라는 건가. 잘은 모르겠지만 일단은 그런 것 같다.
지나간 삶을 되돌아보는가. 주기는 상관이 없다. 10년이든 1년이든 혹은 1주일 전이든, 바로 어제든. 과거를 복기하는 건 나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기회다. 무작정 앞만 보고 달리면 잘못된 길을 갈 수도 있기에, 가끔은 지나간 길을 되짚어 볼 필요도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늦었더라도 방향을 수정하는 건 인생에서 필요한 용기다. 그런 의미에서 100일 간 하늘과 대화를 나눈 건 잘한 일이었다. 광활한 세계와 대화를 나누면 마음이 편안해짐을, 그 속에서 나를 잠깐 돌아볼 수 있음을, 앞으로의 삶을 현명하게 잘 헤쳐나갈 수 있음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직장인이라는 굴레에서 회사의 시간이 대부분이라지만, 그 속에서 가족과의 행복의 시간도 놓치지 않는, 행복의 파이를 키워나가는 사람이 되려 한다. 그간의 이야기를 들어준 당신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하며 당신 또한 행복한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