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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처음 기획

하나의 메시지를 고객에게

슈퍼 앱을 만들기 위해 먼저 생각할 문제들

by Peter

좋은 발표자료 만드는 것은 생각보다 간단합니다. 간단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전체 발표 자료를 다 읽으면 하나의 문장만 남고, 각 페이지는 그 문장을 설명하기 위해 각 페이지별로 하나의 문장들을 남기는 것입니다. 이것도 설명하고 싶고, 저것도 말하고 싶지만 자료에는 참아봅니다. 말로 설명해도 되니까요. 오히려 너무 복잡하고 많은 정보가 한 번에 전달될 때 기존에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도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던 경험을 많이 하게 됩니다.



사실 이건 대부분 알고 있습니다. 이 원리를 서비스에 적용하는 것에 결부시키지 못할 뿐이죠. 좋은 서비스는 하나의 메시지를 고객에게 주입합니다. 빠르다, 싸다, 다르다 등 초기에 시장에서 차별화된 포지션을 만듭니다. 그리고 그것을 유지하죠. 마치 발표자료 전체를 읽고 난 후 메시지와 같죠. 발표 자료의 각 페이지처럼 이제 실제적인 그 메시지와 연결된 활동들을 합니다. 플랫폼은 앱 내에서 고객 경험을 동일하게 만들어주고, 시기별로 이벤트를 만들어 만들고 싶은 포지션을 유지하려고 하죠. 여기서 전체적인 흐름이 잘 맞아야 합니다.



회사가 작을 때는 안 맞으래야 안 맞기가 어렵습니다. 문제는 회사가 너무 커질 때죠. 여러 조직이 생겨나서 누가 고객에게 전달할 최종적인 메시지를 관리하지 못하고, 여기저기서 이 부분 저 부분을 자기 마음대로 만들 수 있다면? 혹은 이 서비스 저 서비스를 넣어서 저기서는 느낄 수 있는 고객의 이런 감정을, 저 서비스에서는 정말 다르게 느끼게 만들어 준다면? 보통 이런 부류의 회사가 수평적이고 자율적이라고 말하지만, 실제 일해 보면 매우 수직적인 이유는 이런 전제가 너무 강해서입니다. 어디든 동일한 고객의 경험, 하나의 메시지를 만들기 위해서 말이죠.



앱이 복잡한 게 문제가 아닙니다. 너무 많은 아이콘을 한 화면에 보는 것, 아이콘이 작은 것, 스윔레인이 갑자기 여기저기 들어가는 것이 문제가 아닙니다. 그게 하나로 연결이 안 될 때 문제가 되는 것이죠. 의외로 우리가 호평하는 서비스들은 굉장히 단순한 구조를 갖고 있기는 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닙니다. 단순함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하나의 메시지를 만들기 위해 하다 보니 단순함을 택할 부분도 있는 것이죠.



제가 최근에 일하면서 느끼고 있는 부분은, 고객은 생각보다 우리 서비스에 큰 관심이 없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여기 조금, 저기 조금 무엇을 바꾼다고 해서 실적이 잘 변화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마치 단추하나 바꾸고 이번 시즌 신상 카디건이 너무 달라졌다고 말하지만 고객은 작년에 산 것과 똑같다고 안 사는 그런 일 말이죠. 일을 해야 하기 위해 하는 일은 정말 쓸모가 없습니다. 조직이 너무 나뉘어 내가 손댈 수 있는 게 이 정도밖에 안되고, 그 이상을 바꾸려면 정말 하기 싫은 수많은 조직에 설명과 설득을 해 가면서 일을 피로하게 벌여야 하는 데, 심지어 그 조직들은 다른 것에 더 우선적인 상태라 중앙에서 잡아주지도 않아 일이 잘 벌여지지 않아 딱 할 수 있는 부분만 하는, 그런 일 말이죠. 그렇게 해서 무얼 했다고 할 수밖에 없지만 정말 퍼널상 실적 개선은 아무것도 없는 그런 것 말입니다. 이건 사실 경영 구조의 문제죠.



서비스가 복잡할수록 어떤 메시지를 고객에게 보내줘야 하는지 강력한 메시지 통제가 필요합니다. 마치 과거의 IMC처럼 확실하게 알리고 확실하게 빠지면서 전체적인 경험들이 차례로 이뤄지고 잔존들이 되고 크로스 셀링이 되는 그런 통제 말입니다. 고객은 좋으면 찾아서 쓰지만, 안 좋으면 밀어줘도 안 씁니다. 문제는 좋은지, 안 좋은지 자체를 경험할 충분한 노출이 없는 것이죠. 늘 어정쩡하게 이것도 해야 하고 저것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결국 전략적인 자원 배분을 할 수 없게 됩니다. 늘 요 정도 쓰는 고객이 거기서만 쓰는 일이 벌어지죠. 이건 마치 단일한 서비스를 오랜 기간 보수적으로 유지하는 것에 가깝습니다.



일단 강력한 노출을 해 보고 성과를 해석해서 빠르게 다음을 준비하는 게 좋습니다. 모든 것에는 한계가 있죠. 더 늘어날 수 없는 양이 있습니다. 거기 도달을 하고 누적으로 얼마나 많이 알게 되었는지를 체크합니다. 그리고 이전대비 이후의 변화를 모니터링합니다. 그러면서 노출의 양을 조절하면서 다음 메시지를 얼마나 누구에게 어디서 풀어줄지를 고민합니다. 플랫폼의 많은 일들이 그렇게 진행되어야 합니다. 고정되어 노출될 채널과 늘 팝업 스토어처럼 활기를 주는 구좌가 구분되어 약속된 경험을 고객에게 주면서 변화를 만들어 내야 합니다. 글로 쓰면 뻔하고 당연한 이야기지만, 실제 회사에서는 그득한 사일로(silo)들로 이런 것을 캐치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책임이 높을수록 일하는 프로세스에 대해 더 많은 면담과 생각을 해야 합니다. 숫자를 보는 것도 중요하고, 외부 파트너를 만나서 기회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걸 돌아가게 만드는 기계를 계속 살펴보고 바꾸어 보아야죠. 좋은 발표 자료를 고객에게 늘 제공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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