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수능1세대다. 1993년 첫 수능을 보고 대학에 간 내가 나이 먹고 결혼해서 낳은 아들이 2022년 11월 오늘 덤덤히 일어나 덤덤히 아침을 먹고 조금 전 덤덤히 수능 시험장으로 들어갔다.
아들이 오늘 아침 컨디션이 좋아 보여서 다행이다.
회사 일이 조금 바쁜 와중에도 아들을 학교 앞까지 데려다 줄 짬을 낼 수 있어서 다행이다.
가는 길이 많이 막히지 않아서 다행이다.
모처럼 수능 한파가 없어서 다행이다.
데려다 주는 차 안에서 아들에게 잔소리를 하지 않아서 다행이다.
부모란 참 신기한 것이 그렇게도 잔소리가 떠오르고 또 떠오른다.
시험을 보기 전 보는 중 본 후에 일어날 만가지 일들에 대해 이거 챙겨라 이럴 땐 이래라 저럴 땐 저래라 할 말 들이 계속 생각이 났다.
하지만 말 그대로 잔소리일 뿐, 아들은 이미 그런 걸 30년 전 기억에 의존한 나의 구닥다리 잔소리보다 훨씬 실제적이고 현명한 대비책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나중에 들으니 소화제, 장약, 두통약 등도 지가 알아서 챙겼다고 한다.
측은하다.
강산이 세 번이 바뀔 시간이 지났는데, 한 세대가 바뀌었는데, 여전히 오늘날의 고3은 수능시험을 보러가야 하는구나.
이제 곧 첫 시험이 시작된다. 주께서 은혜를 주사 끝까지 최선을 다해 후회없는 시험을 잘 치르고 돌아오길.
#2023대학수학능력시험
#고3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