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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프릭 Jul 30. 2024

성도의 정체성에 대하여

영화 [레미제라블, 2012] 묵상

신분을 숨기고 살던 장발장에게 누군가 자신으로 오인받은 사람이 붙잡혀 재판을 받게 되었다는 놀라운 소식이 전해집니다. 만일 장발장이 그 일을 모른척 하고 지나간다면 장발장의 과거는 영원히 사라져 아무도 모르게 될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은혜로 인해 변화를 받은 장발장에게 이 소식은 일생 일대의 고뇌를 가져다 줍니다.


장발장은 주저함과 갈등 속에서 반복하여 ‘Who am I?(나는 누구인가?)’ 하고 질문하지만, 결국 하나님의 자녀된 자가 어떤 길을 가야 하는지 알고 선택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자신의 정체를 숨긴다 해도 아무도 뭐라 할 자가 없으며 오히려 세상에 더 큰 유익을 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하나님과 대면하는 자로서의 선택을 합니다. 주께서는 과연 우리가 진실을 회피해서라도 세상에 유익을 끼치는 것을 원하실까요? 진실을 직면하는 일이 자신에게 큰 고통을 줄지라도 피하지 않고 대면하는 것을 원하실까요?

     

등장인물들은 하나같이 하나님의 존재를 긍정하고 믿는 - 사실이든 아니든 - 자들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들 모두는 각자가 각자의 방식대로 하나님을 받아들이며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같은 '용서'를 입고서, 같은 혼란 가운데서도, 장발장은 모든 세상에 대한 미움을 벗어던지고 그에게 주어진 새 삶을 감사함과 열심으로 살아간 반면, 쟈베르는 자신의 평생의 신념이 깨어짐을 도무지 받아들이지 못하고 목숨을 끊어버렸습니다.

크리스챤입네 하고 말하면서도 그 말은 어디까지나 제 이익을 채우는 도구로만 사용할 뿐 지극히 추잡한 삶을 영위하는 여관집 부부가 있는가 하면, 장발장은 믿는 자라는 말은 한 번도 한 적이 없고 내세운 적도 없으나 그의 내면에서는 어려움 가운데서도 끝없이 성도의 삶을 추구하고 선택하였습니다.


아주 조금만 뭔가를 해내고 기여해도 그것을 알리고 싶고 드러내고 싶어 하는 것이 우리의 본성이건만, 장발장은 코제트와 마리우스의 생명의 은인임에도 막상 둘의 결혼식 자리에서 그들을 위해 병든 몸을 이끌고 떠나버리는 선택을 하고 홀로 죽음을 기다렸습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오직 속속들이 다 아시는 하나님으로 충분히 만족할 수 있는 삶. 그렇기에 비록 아무도 없이 홀로 죽음을 기다려도 감격이 있는 삶. 내가 위해주고 목숨을 내어준 이들마저 나를 알지 못하고 곁에 있어 주지 않아도 오직 하나님이 다 아시므로 그걸로 감사하고 그렇게 누군가를 위해서 살 수 있었음을 감사할 수 있는 것. 이것이 바로 성도가 지켜내고 지향해야 할 길임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레미제라블

#장발장

#영화묵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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