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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은 May 22. 2017

비 오는 오사카

일본 오사카와 교토, 첫 번째 여행기


오사카를 가자

나에게는 첫 해외여행이었기 때문에 설렘과 긴장이 동시에 있었다.

국내 여행은 종종 다녔었다. 친구들과 같이 여행을 떠난 적도 있지만 혼자서도 자주 다녔을 만큼 여행에 대한 두려움은 크게 없었다. 버스나 기차를 타는 걸 좋아했기에 부산이나 목포 등 내가 사는 곳(파주)과 멀리 떨어진 지역을 가는 것도 좋아했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해외는 무서웠다. 스물다섯이 되도록 비행기도 한 번 타본 적이 없던 터라 비행기 타는 것 또한 왠지 무서웠다.

중학생 때부터 단짝 친구인 주완이는 나와 함께 여행을 자주 다녔다. 그 친구는 해외여행도 종종 다니곤 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바쁜 일상 때문에 계속 못 보다가 오랜만에 만난 자리에서 이야기가 나왔다. 해외여행을 가자! 내가 너무 무서워하니까 본인이 한 번 다녀오기도 했고 가깝기도 한 일본을 가자고 추천했다. 고민 끝에 비행기를 타는 시간이 1시간 30분 정도밖에 되지 않다는 이야기를 듣고 일본에 가기로 결심했다.

디자인을 하고 사진을 찍고 그림을 그리는 사람으로서 일본 감성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듣고 보았었다. 그렇기에 한 번쯤 가고 싶던 곳이기도 했다. 우리나라가 아닌 외국의 느낌은 또 어떨지도 궁금했다. 같은 동양권 나라이고 가까워서 한국과 비슷한 느낌도 존재한다고 들었지만 그래도 외국이니까! 다른 언어를 쓰고 다른 문화를 가지고 있는 나라이기에 가보고 싶다는 마음이 많이 들었다.

항공에 대하여 아무것도 모르는 나이기에 비행기가 출발하기 적어도 2시간 전에는 공항에 도착해서 탑승 수속을 밟아야 한다는 소리를 듣고 깜짝 놀랐다. 해외여행도 다녀보았고 대학도 항공과를 나온 주완이는 나에게 비행기를 타는 것에 대한 정보를 몇 가지 알려주었다. 듣다가 잘 모르겠어하는 나를 보고 그냥 당일에 알려주겠다며 짐만 잘 챙겨서 오라고 했다.



인천공항에서 간사이공항으로

출국 당일. 탑승 수속을 처음 밟으면서 느낀 것은 검사를 매우 꼼꼼히 하는구나 였다. 이제는 당연한 것이 되었지만 그때는 참 신기했다. 직원분께서 몇 시까지 탑승 장소로 가면 된다고 친절하게 시간도 티켓에 적어 주셨다. 그 시간까지 한참 남았던 터라 여유롭게 아침을 먹었다. 기대에 들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천천히 밥을 먹었다. 사실 난 탑승 수속을 밟으면 안에 아무것도 없고 비행기만 있을 줄 알았다. 근데 음식점도 있고 쇼핑할 수 있는 공간도 있어 신기했다.

여유롭게 구경하고 있었는데 문제가 생겼다. 우리가 타야 할 비행기가 공항에 붙어있을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기차를 타고 이동해야 하는 곳이었던 것이다. 착각한 것을 알고 놀라서 그때부터 뛰기 시작했다. 주완이는 길치고 나는 처음 가본 곳이라 길도 약간 헤매었다. 긴장 만땅으로 미친 듯이 뛰어 비행기 탑승장소로 도착했다. 직원분이 적어주신 시간에 아슬아슬하게 도착한 우리는 여권과 비행기 티켓을 쥐고 직원분들이 계신 곳을 향해 앞으로 내밀며 비행기 타는 입구로 전력질주를 하였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직원분들은 그런 우리를 보고 당황하셨다. 티켓 확인을 받고 비행기에 들어갔는데 아무도 없었다. 우리가 첫 번째로 들어간 승객이었던 것이다. 뭐지 싶었는데 아까 직원분께서 적어준 시간이 탑승이 끝나는 시간이 아니라 시작하는 시간이었던 것이다. 자리에 앉아 바보 같던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며 한참을 웃었다.


여권을 처음 써본 날!


어쨌든 우여곡절 끝에 비행기에 타 한숨을 돌렸다. 드디어 해외에 가는구나!

신나는 감정도 잠시. 비행기가 달리고 뜨고.. 착지하기 전까지 난 멘붕상태였다. 비행기가 그렇게 무서운 것인지 몰랐다. 몇 번 타보았던 주완이는 바로 잠을 자던데 나는 너무 무서워서 자는 주완이를 계속 깨웠다. 그런 것도 잠시(체감상 나에겐 굉장히 길게 느껴지긴 했지만) 우리 집에서 서울로 나가는 것보다 더 짧은 시간이 걸려서 일본에 도착했다.



맑은 걸 보니 일본이 아니고 우리나라 같다.



비행기 안에서 매우 무서웠지만 하늘이 예뻐서 열심히 사진을 찍었다.


일본에 도착했는데 비가 엄청 내리고 있었다. 비가 오고 있을 거라고 일기예보에 나왔었기에 우산은 챙겨 왔지만 그래도 이렇게까지 많이 올 줄은 몰랐다. 예쁘게 한 화장은 많이 지워지고 예쁘게 입은 옷도 많이 젖었다. 첫날 많이 돌아다니려고 계획한 우리였기에 정말 많이 오는 비를 보면서 어떻게 해야 될지 고민했다.

가장 고민이 되었던 것은 주유패스를 끊을까 말까 였다. 가격이 꽤 비쌌기에 많이 돌아다니지 않을 것이면 낭비인 것이다. 이른 시간이긴 하지만 비 때문에 돌아다닐 수 있을까 걱정되었다. 또 설레는 마음 때문에 잠도 제대로 못 잤고 아침부터 뛰고 비 맞고 했던 터라 많이 피곤했다. 고민을 하던 중 주완이가 결정을 내렸다. 여기까지 왔으니 돌아다니긴 해야 한다며 결국 주유패스를 샀다.


한국 사람이라고 하니 한국어가 큼직하게 들어간 설명서를 같이 주셨다.


티켓을 받고 지하철을 타러 내려갔다. 워낙 복잡하고 정신없다는 말을 많이 들었었어서 어떨지 궁금했다. 일단 매우 비쌌다. 주유패스가 있었기에 그냥 맘대로 다닐 수 있었지만 주유패스가 없는 상태로 이곳저곳 다니면 돈 많이 들겠다 싶었다. (다음 날의 일정은 지하철을 많이 타지 않는 일정임에도 불구하고 교통비가 많이 나와 전날 주유패스를 살 때 2일권으로 살 걸 그랬다고 후회했다) 간사이공항 지하철역이 끝쪽에 있었어서 지하철을 탔는데 아무도 없었다. 순간 잘못탄 줄 알고 몇 번을 내렸다 탔다 내렸다 탔다 반복했다.

일본의 지하철은 한 기업이 아닌 다양한 기업이 운영한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지하철마다의 인테리어와 디자인이 다 달랐다. 첫 번째로 탄 지하철은 심플한 디자인이었고 폭신폭신한 의자가 있었다.


깨끗하고 심플한 일본의 지하철. 의자가 정말 편했다.


오사카에서의 첫 일정

지하철을 타고 오사카 역에서 멀지 않은 숙소로 걸어갔다. 숙소에 도착하여 짐을 맡기고 근처에 있는 식당에서 가볍게 점심을 먹었다. 점심을 먹은 후 다음 일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는데(출발 전에 짜 온 일정이 있었지만 비 때문에 일정을 소화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되었다) 해외여행도 처음이고 정보도 많이 없었어서 가깝고 남들이 많이 가는 장소로 가자고 했다. 그래서 선택된 우리의 첫 번째 목적지는 오사카 성이었다. 숙소에서 그렇게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오사카 성은 지하철을 타고 두세 정거장만 가서 내려 5분 정도 걸으면 나왔던 것 같다.


안내판에 써있는 일본어 밑에 적힌 영어로 오사카 성을 찾았다.


오사카 성을 보고 나는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한국의 성과는 많이 다른 모습이었다. 같은 동양권에 있는 나라고 많이 가까우니까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대단한 착각이었다. 색감과 모양, 크기에서 달랐다. 내가 오사카 성에서 받은 느낌은 상당히 남성적인 느낌이었다. 성의 분위기가 크고 굵직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수수한 것 같으면서도 화려한 색감을 가지고 있었으며 성을 꾸미는 장식의 디테일이 살아있었다.


경복궁이나 창경궁과 비교해서 보았을 때 성 안의 길도 오사카 성이 더 큼직큼직 했던 것 같다.


큰 문 안으로 오사카 성이 보인다. 여기서 한참을 바라봤던 것 같다.


일본에는 정말 까마귀가 많다. 한국의 까치 같이 많은 것 같다. 성도 큰데 새도 큰 걸 보고 어쩜 이렇게 한국과 다르지 생각이 들었다. 까마귀들이 때로 날아다니거나 앉아있는 모습을 보고 깜짝깜짝 놀랐던 기억이 난다.



오사카 성과 곳곳에 앉아있는 까마귀들



성 내부는 사진 촬영이 가능한 곳도 있고 가능하지 않은 곳도 있었다. 그래서 내부에서는 아예 촬영을 하지 않았다. 성 위에 나갈 수 있는 공간이 있었다. 덥기도 하고 눅눅해 바람을 쐬고 싶어 밖으로 나갔다. 비를 가려주는 처마도 있고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 기분이 좋았다. 높은 오사카 성에 올라가서 보니 오사카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비를 맞으며 고생고생 걸어온 길도 보였다.


도시 속의 성 모습을 보니 한국의 경복궁이 생각났다.



오사카 성 위에서 본 오사카의 풍경. 비가와서 날이 흐린 것이 악간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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