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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금술사 Jan 15. 2017

오늘부터 당장 행복할 수 있는 방법

덴마크의 행복 비결, '휘게'가 뭐게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일단 상상해봅시다.



추운 겨울날, 퇴근 후 집에서 수면 양말을 신고 담요를 뒤집어쓴 채 영화 보기
양초 여러 개를 켜 놓은 방 안에서 따뜻한 코코아를 마시며 책 읽기
가장 친한 친구들과 모닥불 주위에 둘러앉아 학창 시절 추억하기



잠시라도 따뜻하고 아늑하며 긴장이 풀리는 느낌이 들었다면 여러분은 ‘휘게’를 맛보신 겁니다. 



북유럽 국가 덴마크는 국민의 행복도를 나타내는 지표에서 늘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최근 덴마크인의 행복 비결로 ‘휘게(Hygge)’가 주목을 받고 있는데요. 콜린스(Collins) 영어사전은 브렉시트(Brexit)와 더불어 휘게를 2016년 올해의 단어로 선정했고 영국의 한 대학은 재작년부터 ‘휘게’를 정규과목으로 가르치고 있습니다. 그만큼 ‘휘게’에 대한 다른 나라의 관심도 늘고 있습니다. 저 멀리 거대한 행복을 향해 달려가느라 일상이 무너진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있습니다.


‘휘게’는 원래 ‘웰빙’을 뜻하는 노르웨이어입니다. 덴마크인들은 ‘휘게’에 ‘안락함’, ’따뜻함’, ’친근함’의 느낌을 담아 일상 속의 소박한 행복을 추구하는 그들만의 라이프 스타일을 만들어냈습니다. ‘휘게스러운’을 의미하는 ‘휘겔리(Hyggeligt)’ 라는 형용사도 즐겨 사용하고 있죠. 눈에 보이지 않는 종합적인 경험을 표현하는 단어라 하나의 단어로 번역이 쉽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국가에선 ‘휘게’라는 원어를 살려 사용하고 있습니다.


덴마크인들의 ‘휘게’ 사랑은 대단합니다. 한국에 불금(불타는 금요일)이 있다면 덴마크엔 프레다스휘게(Fredagshygge)가 있습니다. 금요일 저녁에 가족이 둘러앉아 TV를 함께 보는 말을 뜻합니다. 또 우리에게 힐링하는 시간이 있다면 덴마크엔 ‘휘게’를 보내는 시간을 가리키는 휘게스툰(Hyggestund)이 있지요. 덴마크의 의사는 감기 환자에게 감기약 대신 따뜻한 차와 ‘휘게’를 처방하기도 합니다. ’ 휘게’는 덴마크인들에게 행복하고 건강한 삶을 살기 위한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되었습니다. 


아직도 긴가민가한 휘겔리한 일상을 구체적으로 살펴볼까요.


‘휘게’는 화목함과 단란함을 추구합니다. 덴마크에서는 ‘휘게’를 위해 퇴근 후 가족과 보내는 시간 그리고 가까운 사람과의 소모임을 매우 중시하는데요. 행복을 연구하는 전문가들은 원만한 대인관계를 삶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제일 중요한 요소로 꼽습니다. 사람은 누군가와 진솔한 대화를 나누고 깊은 감정을 공유할 때 행복감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덴마크인들은 소중한 사람과 정서적으로 깊게 연결될 때 휘겔리하다고 느낍니다.


‘휘게’는 또 우리의 오감을 고루 사용해 사물과 분위기를 고스란히 흡수하길 원합니다. 다양한 감각은 평소에 느끼기 어려운 감성을 빠르게 재현하고 지친 정서를 달래는 데에 탁월한 효과를 갖는다고 믿는 겁니다. 따뜻한 커피 잔을 손에 쥐고 커피 향을 음미한다던가 수면 양말을 신은 채 달콤한 케이크를 먹는 거죠. 장작 타는 소리에 촛불 몇 개로 은은한 조명을 연출하는 것도 좋습니다. 오감을 충분히 동원하면 경계심이 풀리고 아늑한 느낌을 갖게 도움을 줍니다. ‘휘게’가 시작되는 순간입니다.


역설적으로 ‘휘게’는 주위 상황이 열악할수록 더 큰 매력을 줍니다. ‘휘게’는 적극적으로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됩니다. 대신 스트레스를 차단하고 마음을 안정시키는 것이 필요합니다. 외부의 위험으로부터 몸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것도 중요하죠. 외부 조건이 좋지 않을수록 ‘휘게’로 느끼는 만족감은 극대화됩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의 회사 생활이 고된 만큼 주말이 더욱 즐겁고 소중하게 느껴지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바깥 날씨가 매섭게 추울 때 이불속이 더욱 포근하게 느껴지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휘게’ 라이프에 대한 가장 큰 오해는 나와는 다른 세상의 이야기라고 믿는 것입니다. 한국의 정서와는 거리가 먼 값비싼 문화 양식이라고 생각하기 쉽죠. 오히려 ‘휘게’는 소박하며 일상과 자연과 가깝습니다. 비싼 외식보다는 집에서 내 취향대로 지은 밥상, 고급 와인보다는 달달한 코코아나 믹스커피, 하얀 형광등보다는 은은한 촛불, 의례적인 모임보다는 10년 지기 고등학교 동창 모임이라면 당신은 지금 ‘휘게’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나' 보다는 '남', '좋아하는 일' 보다는 '돈 벌 수 있는 일', '꿈' 보다는 '현실'을 위해 단 한번뿐인 인생의 소중한 날들을 사회에 내어드리고 있습니다. '휘게'로 내 삶이 획기적으로 바뀔리는 없습니다. 다만, 외부로 향해 있는 망원경을 내려놓고 내 안의 고요함에 청진기를 대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의미가 있습니다.


혹시 아나요? 그런 시간을 통해 등 떠밀듯 살고 있는 삶을 바꿔 볼 용기가 생길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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